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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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뒤늦은 소식

  • 길벗
  • 2026-04-28 2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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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4월 25일 홍로 중심화 만개 사진>

 

그러니까 작년 9월 이후 거의 반년을 홈페이지에 아무런 소식을 올리지 못했다.

작년 사과농사가 9월 10월 연속된 강우에 그만 너무 크게 망가졌기 때문에 큰 실망과 좌절의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망가진 이유는 내가 수확 한 달 전부터는 농약을 치지 않는다는 나름의 고집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 원칙을 버릴 때가 되었다.

<껍질째 먹는 사과>는 귀농 이래 사과농사를 처음 시작한 때부터 나의 모토였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폐농위기를 겪으면서도 내가 농사를 짓는 마지막 이유랄까 양심이랄까 그런 자존심 때문에

무식하게 지켜온 원칙이었다. 그러나 소위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이제 더이상 그 옛날의 청명한 가을 날씨가 아니다.

변화하는 기온 만큼이나 기후도 이젠 종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거기에 맞춰 병해에 유난히 약한 과수, 사과농사에 이제는 때에 맞춰 수확 직전이어도 방제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작년 가을엔 오래 전부터 계획해왔던 체험장(시음장) 건축공사도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여러 지인들과 페친들이 도와준 덕분에

비용문제를 간신히 해결하였으나 시공사의 문제는 우리같은 농사꾼에겐 참 난제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농사에 바빠 현장을 꼼꼼히 살펴볼 수도 없이 그저 그들의 양심과 기술에 맡겨둔 결과 큰 고비가 두 번이나 있었다.

건축공사를 겪으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라는 것을 뼛속 깊이 느꼈다. 아무튼 하늘의 도움으로 이러구러 공사는 마무리 되고

마지막 준공검사까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12월 23일에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내외부 인테리어(랄 것 까지도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소소하게 많이도 들어가는)에 시달리고 그러면서도 

욕심을 내어 어제, 오늘 체험장 주변에 꽃을 많이 심었다. 물론 이 바쁜 철에 혼자 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업체를 소개받아

일단 질렀다(이 표현이 적절하다). 주제 넘게 큰 비용을 썼다.

그러나 그간 이곳에서의 생활에 근거해서 나무와 꽃(소위 조경이라는 것)은 시간이 돈이고 어쨌든 하루라도 빨리 심어야

그 효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앞으로 체험장(시음장)을 찾게 될 사람들 그리고 운영자인 우리 모두를 위해 주변 정리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올해는 4월 25일이 홍로 중심화 만개기였다(사진). 20여 년 전에는 매년 5월 5일이 홍로 중심화 만개기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 일주일 내지 열흘이 앞당겨진 것이다. 이렇게 기후변화가 급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러나 홍천 지역에 사는 사과농사꾼 입장에서는 꽃 개화가 빨라진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한 여름의 폭염, 가을의 무질서한 강우 그리고 일찍 오기도 하고

늦게 오기도 하는 초겨울 날씨 등이 이제는 도무지 매년마다 그 변화가 무쌍해서 노지농사인 사과농사는 그저 당하고만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제 지난 5년 전부터 계획해왔던 건축일이 모두 마무리 되었다. 이제부터는 그간 도입한 설비를 이용해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만 한다.

가장 어려운 일이 이제 남은 것이다. 내가 만들어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판다는 것,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마음 쓰이는 일이다.

이 촌구석 골짜기에서 어떻게 소위 '마케팅'을 해나갈 것인가, 다들 알고 있는 듯 말하나 실제는 아주 어려운 일인 듯 하다.

내가 농사에 제조에 마케팅에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끔씩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것은 내가 이 지구별에 온 이유와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미물인가에 대한 자각을 하는 순간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과 같은 경험이다. 

요즘 저온 현상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사과 냉해 피해는 없고 수정도 잘 된 것 같다. 우리는 적화(꽃따기)는 못하니 적과를 하는데

앞으로 일주일 후부터는 인력을 붙여 연례행사인 적과작업을 초여름까지 해야 한다. 일년 중 가장 바쁘고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1차 적과가 끝나면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쳇바퀴같이 도는 농사일, 그러나 매년 변화무쌍한 기후, 거기에 쩔쩔매는 농사꾼이 요즘

이곳 삶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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