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 새해 첫 달이 어느새 절반을 넘어섰는데 이제사 길벗들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그러고보니 올해로 귀농, 이 골짜기에 온지 25년째입니다. 삼십대 청춘은 어느덧 60대 초로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시간만 축낸, 보잘 것 없는 생의 시간이었고 나이 먹어감이었습니다.
농사를 지어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해 이제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 많고 많은 직업 중 굳이 농사꾼이어야 하는 삶과 시간, 그 속의 고된 노동들 그러나 거기에서만 찾을 수 있는 삶의 느낌.
예년과 다르게 이번 겨울은 무척 바빴습니다.
지난 해 사과농사가 어느 해보다 잘 되어서 처음으로 이번 설 명절 대목, 소위 설 선물 사과 장사를 좀 했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러나 농산물은 늘 수량이 정해져 있어서 아무리 시장에서 인기가 있고 주문이 많아도 결국 정해진 수확만큼만
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장고에 있던 사과를 다 팔 수 있어서 아주 기쁜 일이긴 해도 여타 공산품처럼 인기가 많으면
밤새 공장을 돌려 수요에 맞추는 장사가 아니기에 농사꾼의 경제적 삶은 늘 정해져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겨울 우리집 부사 사과가 아주 인기였습니다. 선물받은 분이 주문을 하고 심지어 이웃에 소개를 하는 일이
아주 많았던 이번 겨울 사과 판매였습니다.
또다시 새해입니다. 저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새해라고 해서 특별한 소원이나 기도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어떤 재물과 복을 비는 기원은 더더욱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이번 생이 언제까지인지는 몰라도 크게 함정에 빠지지 않고
그저 그렇게 이어지는 시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만 늘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인생의 큰 목표도 바람도 사실은 없었습니다.
이런게 바람직한가 아닌가 하는 것도 생각해본 적도 없고 어찌보면 한심한 인생이었던 듯도 싶습니다.
그러니 도시에 살 때도 집을 늘려가거나 동네를 찾아서 이사를 가거나 돈을 벌거나 자리를 탐하거나 하는 건
아예 염두도 두지 않고 그저 매일 한심한 챗바퀴를 돌았던 것입니다.
이 나이 먹고 보니 그런 허무한 삶의 씨앗은 아마 어릴 적 우리 어머니의 영향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자의식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 어머니, 참 특이한 인격의 소유자인 분입니다. 가족사를 여기서 얘기하는 건 새해부터 온당치 못한 것 같습니다.
아주 굴곡진 가정사였기에, 그러나 우리 어머니 덕분에 우리 형제는 그나마 대학이란 데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올 농사가 이제 설이 지나면 시작됩니다. 사과나무 겨울 전정이 그것입니다. 짧은면 두 달, 길면 석 달이 걸릴 것입니다.
올해는 외국에 나가지 않습니다. 작년, 재작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펠바인 양조장에 다녀왔는데 올해는 쉽니다.
올해 일이 아주 많습니다. 시음장 건축이 이제 땅이 풀리는대로 시작될 것이고 올해 나와야 하는 신상품, 사과증류주와 옥선주(옥수수 소주) 그리고
아펠숄레(스파클링 애플주스)가 있습니다. 시음장은 건축이야 업자가 하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운영해나가야 하는가는 오로지 저의 몫입니다.
고민과 생각이 많습니다. 일도 아주 많은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길벗 님들의 올 한 해 건강과 행운을 빌어 봅니다. 저는 변함없이 껍질째 먹는 사과 농사를 짓겠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첨가물도 들어가지 않는 건강한 먹거리, 사과즙, 사과식초, 사과음료, 사과와인, 증류주를 여전히 내놓겠습니다.
각 과정마다의 얘기는 그때그때 이곳에 자주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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