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나올 우리 길벗사이더하우스(길벗농장) 애플사이더(330ml) 라벨 시안이다.
그래 사이더(cider) 나오면 마시고 속 차리자. 뻥 뚫린 가슴에 사이더를 부어주마.
새벽 4시까지 잠 못자고 개표를 지켜봤다. 태어나서 선거 결과를 보기 위해 밤을 세운 것은 처음이다.
지난 날 이명박근혜 때보다 더한 꽉 막힌 가슴 한 구석에 박힌 돌 같은 것, 결국 새벽에 한 잔을 하고서야 겨우 잠을 청했다.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하자. 자기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택한다는 말을 한 것이 토크빌이었던가.
한 오년 또 죽은 듯이, 보지 않아도 예견되는 폭력의 시대를, 폭망의 시대를, 후진하는 시대를 우리는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수준인 것을 누구 탓을 하랴.
김수영 시인의 시, 풀이 생각난다.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그리고 정현종 선생님의 시도 생각난다.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그래 살아 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 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 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날이 많이 풀렸다. 어느새 벌이 날아다니고 올라오는 골짜기 도랑의 겨우내 꽝꽝 얼었던 얼음도 녹기 시작했다.
그래, 그 두껍던 얼음도 때가 되면 다 녹는 것을, 때가 되면 바람이 다시 불고 눈물로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이 노래는 노찾사의 음반에 있던 제목이던가.
다행히 봄이다. 만약 12월이었다면 시린 가슴이 어디서 온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모든 인생은 결국 자연의 한 부분인 것을.
처음 하는 양조장 일, 애플사이더 만드는 일, 우왕좌왕 정신없는 일 그저 이 봄에 계획했던 이 일이나 잘 풀려나갔으면.
이번 선거를 통하여 이재명이라는 훌륭한 정치인을 알게 되고 또 우리가 얻게 된 것을 암흑 속에 한 줄기 빛 비추임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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