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면사무소 시무식에 참석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김정란 면장님의 인사말에 이어 이장 임명장을 꽃다발과 함께 받았다.
뒤이어 서석면 이장협의회 회의에도 참석했다. 모두 14개리 14분의 이장님들. 몇 분은 서로 안면이 있었다. 새로 협의회장을 선출하고
이어서 점심 식사하러 갔다. 거기서 여러 얘기를(이장과 관련한 할 일에 대해) 듣고 또 인사를 나누었다.
올해 우리 마을의 할 일에 대해 지난 며칠간 점검하고 고민했다. 새로 해야 할 큰 일이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 이장의 일에 대해 잘 모르니
자꾸 묻게 된다. 그러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또 현재 마을의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아 세무서, 등기소, 법무사 사무실과 군청에도
들러 자문을 구하게 되니 하루 해가 짧다.
내가 벌려놓은 사업도 바쁘고 농사일도 태산 같은데 더하여 이장 일을 보게 되어 몸과 마음이 새해 벽두부터 많이 바쁘다.
기왕에 하는 마을 일, 3년간 잘 마무리하고 다음 분에게 넘겨주고자 한다. 그 사이 내 사업도 진척이 좀 있어야 하고 지난 2년간 무농약 농사 한다고
실패를 거듭한 사과농사도 올해는 어떻게든 결실을 보아야 한다.
새해이다보니 자꾸 이런 계획과 다짐을 하게 된다. 친구들은 모두 올해 환갑이 되었다. 나는 7살에 입학했으니 내년에나 환갑을 맞게 될 것이다.
이상하게 40이 될 때도, 50이 될 때도 그리 큰 동요는 없었는데 60이라는 숫자는 뭔가 나를 압박하고 또 기분을 가라앉게 한다.
옛날 같으면 뒷방 노인네 아닌가. 이제는 100세 시대라고 하니 60도 아직 노인이 아니고 어쩌고 하지만 이젠 어딜 가든 아버님, 어르신 소리를 들으니
지나온 세월이 아득하다. 후회가 많은 인생이다. 이번 생은 글렀어, 뭐 이런 소리도 있더만 그렇다고 다음 생은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또 어디
있는가. 아니 다음 생이라는 관념 자체가 사실은 나와 좀 안맞는 것이다.
인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결국 죽음을 향해서 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다. 미래의 시간은 사실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마치 그것을 저축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여기고 당연히 내가 누릴 것이라고 착각하고 산다. 지나온 시간은 이미 죽은 시간이고 미래 역시
확실한 것이 아니니 결국 이 순간, 오늘만이 나의 것이 아닐까.
그러나 시간은 연속적인 것이라 순간이라는 것도 참 애매하다. 그저 하루하루가 시계바늘처럼 무심하게 흘러간다.
확실한 것은 이제 얼굴이 많이 늙었고 머리숱도 점점 줄어들고 그간 멀쩡하던 관절이 이곳저곳 쑤시고 아프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슬픈 소식을 들었다. 이웃 내면에 살면서 지난 20년간 서로 친구하고 지내던 기솔 아빠가 이제 병이 깊어 병원에서 카톡으로 마지막 인사를
해온 것이다. 지난 반 년간 서로 얼굴은 보지 못하고 치료 소식만 듣곤 했는데 오늘 보내온 병상에서의 얼굴 사진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다.
소탈하고 착한 사람, 손재주도 뛰어나고 무엇보다도 그간 유기농 농사를 지어온 사람. 유기농 농사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 노고가 얼마나 큰 것인지
도시사람들은 미처 알지 못할 것이다. 왜 이 세상은 착하고 귀한 일을 하는 사람은 이렇게 빨리 데려가려고 안달이고 악인들은 오래 사는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고 슬품이 목을 조른다. 귀한 이웃이자 친구여, 그동안 서로 사랑하며 벗으로 함께 지낸 시간을 감사한다.
현대 의학으로도 이제 더이상 손 쓸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런 아픈 인사를 보내왔겠지만 그래도 기적을 바라는 것은 아직 우리가 앞으로
나눠야 할 얘기가 많지 않은가 말이야. 부디 한번 더 힘을 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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