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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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우리는...

  • 길벗
  • 2021-03-18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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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0여 년쯤 된 세월 저 멀리 20대 푸르던 그 시절에 우리는 이런 책들을 끼고 살았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그때 하필 왜 그 선배를 만나 이런 책들을 무슨 보물이라도 된 양, 학과 공부는 팽개치고

소위 언더써클이라는 음습한 모임에 나가 젊은 피를 삭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에 나는 괜한 부끄러움, 죄의식, 책임의식에 사로잡혀 그래서 친구들이 흔하게 가는 신촌로터리 <우산속>이라는

디스코장에도 한번 못가보고 어쩔 수 없이 나간 미팅에서도 무언가 알 수 없는 부자연스러움으로 상대 여학생에게

부담을 주곤 했던 것 같다.

다 촌놈이라 그런 거였다고 본다. 그리고 애초부터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학교 분위기도 내게는 영 어설펐다.

더구나 부모의 강권으로 원치도, 알지도 못했던 학과에 입학한 것이 가장 큰 심리적 방황의 단초였다.

내가 원하던 학과에 충분히 갈 수 있었던 점수였는데도 당시의 나는 부모의 억압 혹은 부탁을 회피하거나 거절할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러느니 그냥 춘천에서 친구들따라 지방대를 갈 걸, 고집부려 서울로 갔던 것을 후회도 꽤 했다.

그러면서도 어찌어찌 서울서 직장까지 다니며 우연히 들어가게 된 대기업에서 다행히 업무능력을 인정받고

기획한 사업 히트도 몇 개 시키면서 회사생활 잘 했던 것을 보면 나의 의식은 야누스처럼 어쩌면 반반이었던 것일까.

책장 구석에 몇 십 년을 처박혀있던 책을 본 순간 지금은 농사꾼으로 사는 내가 과연 저 책이 나의 평생에 무슨 피와 살이 되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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