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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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모난 생각\' 혹은 \'못난\' 생각

  • 길벗
  • 2007-12-13 23: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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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수탉이 만났습니다. 열 마리 암탉을 놓고 싸웁니다


피 튀기게 싸우고 또 싸우고...

또다시 겨울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대선의 계절이 왔습니다.
이번 대선은 참 인기가 별로 없는 드라마입니다. 분명 문제는 많은데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는 틀이 전혀 다릅니다.

한달 전 이곳에서 함께 작목반을 구성하고 있는 어르신들과 정기 모임이
있었는데 모두들 한 후보를 작심한 듯 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 후보가
당시 의혹을 받고 있던 어떤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묻지마\'
투표를 할 거라고 공공연히 입장 표명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표를 받을 수 있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의 유일한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민주화 운동이나 인권운동을
하다가 전과 경력을 지니게 된 분들은 빼고 말입니다.

이곳에 내려와 농사를 짓다보니 때때로 농업기관에도 가게 되는데
두 가지 점에서 좀 놀랐습니다. 첫째는, 농민은 갈수록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농업기관들 건물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점입니다.
두번째는 그 농업기관의 장이 사용하고 있는 방에 들어가보면 과연
이곳이 농민을 위해 일하는 기관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제 의식이 촌스러워 그렇다면 이것은 순전히 저만의 문제이니 더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던지자면
대기업 임원 방보다 더 크고 호화로운 지자체의 농업기관 장이 쓰는
방은 과연 어떤 돈으로 지었고 운영되고 있는지에 생각이 미칩니다.

오래 전부터 가끔 학교(초중등학교)에 가서 교장실에 들어서게 되면
또 조금은 외로운 생각이 듭니다. 교장실마다 거의 비슷한 구조와
크기와 꾸밈 형편이긴 한데 과연 교장실이 그렇게 클 필요가 있는건지,
또 그렇게까지 꾸밀 필요가 있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소위 촌지라는 것이 활개를 치는 모양입니다. 저도 제 큰 아이가
서울서 초등학교 4학년 때 그 담임 선생님의 행태를 여전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를 대충 자신의 종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와
자세, 그러다 촌지가 건네진 이후의 확 달라진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그룹의 비자금 형성과 그 돈으로 형성하고 있는 또는
하려는 인적 \'관계\' 로비에 대해 소위 폭로를 하였습니다.
현재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십 수 년 전 근무하던 대기업에서
행했던 일을 하나만(여러 개 얘기하면 서로 더러워지니까) 얘기해 보겠습니다.

그룹 홍보실이 하는 일 중 중요한 것이 기자 관리니까 기자들과 어울리는
것이 업무인데, 밥 사고 술 먹고 때로 오입시켜주고, 명절이면 일일이 기자들
집으로 선물 배달하고(직접), 여름 휴가 때면 휴가비 따로 챙겨주는 일이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십 수 년 전이라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서야 어디 그렇겠습니까만은 아무튼 그렇게 평소에 맺은 \'관계\'가
어쩌다 있을 한 건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보험입니다.

이 글 처음에 얘기했던 작목반 어르신들은 대개 육십이 넘으신 분들인데
삼팔육에 대한 분개가 대단한 듯 싶습니다. 즉 노 정권 아래서 삼팔육들이
다 말아 먹었다는 것입니다.
소위 삼팔육 세대에 속하는 저는 듣기에 거북한 말이 아닐 수 없는데
아마도 많은 어르신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같이 산골짜기에 사는 어리버리 촌부가 무어라 항변할 이유도, 힘도 없습니다만
만약 이십대에 그 순수하고 자신의 인생을 걸고 민주화 운동에 매진했던 삼팔육들이
이후 썩었다면 그들을 악취나게 썩게 만든 미생물이 따로 있었던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살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란 것을 대학을 졸업한 후
세상에 나오면서 많이도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만큼\'까지 오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과는 많이 다른 생각입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회사에서 부서를 옮겨 일할 때의 일입니다. 그때가 노태우 정권이었는데
소위 3김 씨가 모두 대선에 나왔습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공공연하게 DJ를 밀었는데
누가 고자질(?)을 했는지 그룹 창업주 부인되시는 분이 하루는 저를 불러 정색을 하시고는 \'왜 DJ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강원도 출생이고, 저의 아버님, 조부님, 증조부님..그 윗대도 모두
전라도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분들입니다. 어머님 쪽으로도, 제 아내 쪽까지도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DJ와 아무런 지역적 연고 내지 인연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첫째, DJ는 빨갱이가 아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판사이자 이대 법대 학장을 역임한 이태영 박사가 법정에서 증언하길, \"김대중이가
빨갱이면 내가 곧 빨갱이라는 얘기\"라고 했다. 우리가 이태영 박사의 인품과 인생을 볼 때
그 분 말씀을 안믿을 이유가 없다. 둘째, 전라도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어야만 나라에
희망이 있다. 그 오랜 세월 그 지역이 무시 당해온 것을 이제 풀어주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셋째, 지금 나온 후보들 가운데 DJ가 가장 실력이 뛰어난 것 같다. 그이는 준비를
오랫동안 해왔다.\'

제 말을 듣고 그제서야 그 분은 굳었던 얼굴을 푸시고 빙그레 웃으시면서, \'길 과장이
너무 좋게만 생각하는구먼\' 한 마디 하시고는 더이상 추궁을 안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젠 참 옛날 얘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짓는 농산물과 관련한 얘기로 돌아와서 저는 소위 농산물의 \'시장 가격\'을
무시하고픈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이곳에 와서 뜻하던 농사를 드디어 짓게 된 것 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농산물의 판매에 이르게 되니 농사꾼이 장사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구조였습니다.

이참에 우스개 소리 하나 하고 넘어가자면, 제가 이곳에 농사 지으러 온 이후
여러번 들었던 얘기 중의 하나가(농업기관 공무원으로부터) \'이제는 농사만
잘 지어서는 안되고 유능한 장사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요, 농사꾼이 농사 잘 짓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 장사까지 잘 하면 도대체 당신은 할 일이 뭐요?\'라고 말이죠.
농사를 짓는다고 다 농사를 잘 지을 수는 없습니다. 마치 학교에서 모든 아이가
다 우등생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게다가 마케팅까지 잘 하라니 도대체
대한민국 농민은 모두 석사, 박사, 박박사입니까? 아니면 슈퍼맨, 아니 육백만 불의
사나이입니까? 박사도 실패하고, 석사도 무식한 것이 우리 사는 현실이겠지요.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서 농사꾼 보고 장사꾼 되라 하는 현실 앞에서 그만
막히고 말았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이렇게 막 돌아가도 어떻게 농사꾼이
장사꾼이 되어야 합니까? 장사꾼은 돌아서면 들통날 일도 바로 면전에서는
아니라고 해야 하는 사람 아닙니까? 밑지고 판다는 거짓말을 입에 침도 안바르고
해야 하는 사람 아닙니까?

그렇다면 농민이 \'이거 무농약이오\'하고 말하고는 밤마다 그 독한 농약 몰래 쳐도
할 말 없어야 합니다. 배추 한 포기 5백 원 하다가 하루 아침에 5천 원 해도
할 말이 없어야 합니다.

이번 가을에 티브이 뉴스 보니까 서울 모 대형마트에서 배추를 좀 싸게 판다고
했더니 가족까지 동원해서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서고 난리였습니다. 그러다 결국
뒷줄에 선 이들은 마트 측이 준비한 물량이 부족해 그나마 사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참 여러가지를 생각케 해준 장면이었습니다. 우리 도시민들은(소비자들은) 농산물은
그저 싸야만 한다고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더 비싼 많은 물품들은
턱하니 사도 먹는 것 만큼은 조금만 올라도 이 난리를 치는구나....  전체 가계비에서
식품류가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높은 것이 절대 아닐텐데 말입니다.

제가 가끔 얘기하는 것인데 도시의 실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이곳에 오던 해(2001년) 여름 풋고추 값이 1만원 내외 였습니다. 심지어 4-5천 원까지 내려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7년이 지난 올여름 풋고추 값도 1만 원 내외 였습니다.
가끔 좀 비싸게 값이 형성되다가도 며칠이면 다시 1만 원 대로, 또는 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이걸 도시민의 생활로 대치해보면, 7년 전과 지금 임대료가 같다는 얘기입니다. 7년 전과
지금의 임금이 같다는 얘기입니다. 대체 이해가 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그렇다면 농민의 삶은 현재 이제 더이상 졸라맬 허리띠가 없는 개미허리, 조금 있으면 그나마
잘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키우는 무농약 배추값은 무조건 2천 원, 절임배추는
3천 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건 시장 가격이 배추값이 5천 원 해도 저는 2천 원,
시장 가격이 5백 원, 2백 원 해도 저는 2천 원이라는 얘기입니다.

이래야 농민이 살 수 있습니다. 농민이 살아야 내 입으로 들어가는 건강한 먹거리가
존재합니다. 내 먹거리를 그저 수입으로 연명하려는, 즉 가격만 낮추려는 발상만으로는
우리 한국의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가끔 어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 수가 왕왕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좋다고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생산비만 겨우 건지는 그런
농사를 지은 농부의 마음을 생각해주어야 합니다.

요즘 한 겨울에도 애호박이 나옵니다. 수박이 나옵니다. 멜론이 나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무슨 번개처럼 이번에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닙니다. 이미 예전부터
다 나오는 것들이었는데 세상이 미치려고 이 엄동설한 한 겨울에 이런 작물들이
버젓이 시장에 나옵니다.

소비자들이 이런 것을 사먹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다 비싼 기름 때고
나오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농민이 농사에 쓰는 기름이라고 해서 국가에서 면세 혜택을
줍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내 돈에서 나간 세금으로 농산물이 아닌 기름을 사먹는
것이 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왜 굳이 한 겨울에 제철 음식이 아닌 것을 기를 쓰고
먹어야만 하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미치려니까 왕거짓말도 통하고 왕사기꾼도
통하고 왕무식쟁이도 통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참 싫었는데 요즘엔 싫지도 않습니다.
포기한 지 꽤 됐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DJ가 대선에 당선되고,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에는 가슴이
뛰었는데 이제는 누가 되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세상이 갈수록 장사꾼과
사기꾼들만 득세하는 세상이 되는 것 같아서 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도 내년 농사 준비는 착실히 해야겠지요?
그리고 우선 내일은 오늘 다 못한 호박 말랭이 써는 일을 마져 다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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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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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삿갓 2007-12-14
    공감이 갑니다.
  • 너나들이 2007-12-15
    오늘은 눈도 오고 아이가 배탈도 난 탓에 한가하게 집안에서 있다 보니 이제서야 방문해 보네요.즐겨찾기에 올려놓았으니 남편은 저보다 자주 들어와 볼 거 예요. 앞으로도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시길 바랄께요. 겨울에는 농한기가 길어서 여유도 있는듯 하니까요. 장류가 판매물품에 올라있지 않는것은 허가문제가 있어서인가보네요.
    선거앞두고 여론조사결과를 보면서 저도 어이가 없어집니다. 도덕도 양심도 무시되고 그저 경제적으로 쉽게 벌어 먹고 사는 것 에만 관심이 있는듯한 민심을 보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김대중을 뽑고, 노무현을 뽑던 민심을 믿어 보고 싶습니다.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기에....아무튼 올해에도 내가 뽑고 싶은 사람을 선택해야 할지, 누가 될까봐 표를 몰아주어야 할지 고민입니다만 진보쪽에서 후보가 단일화 되기를 뉴스에 귀기울여 봅니다.
    귀농인들 강원 경기서부 지역모임에 다녀왔는데요. 제가 미쳐 챙기지 못해 미안 해요. 내년에는 제가 연락을 드릴께요. 화천 백승우씨라고 아시는지? 그친구가 모임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요즈음은 전원생활에 글쓰고 있지요. 다음에 또,,,,
  • 길벗 2007-12-15
    너나들이 님, 우리 가족이 귀농할 때 맺은 인연으로 바둑이 강아지 주셨는데
    지금껏 저희와 잘 살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장류는 식품 허가 문제가 있어 그저
    아는 이들 하고만 조금 나누어 먹습니다. 화천 사는 백승우 씨 이름은 들어봤구요,
    이번호 <전원생활>에 쓴 글도 읽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서로 인사 나눌 일이 있겠지요. 자주 오시고 건강하세요. 저도 조만간 댁으로 방문하겠습니다.
  • 흑곰 2007-12-17
    더 암울한 시절에도 희망이 있었는데....시장경제로 가치를 판단하고 돈이 생각을 지배하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 백인선 2008-01-02
    학교에 가도 지난 5년을 너무 망쳤기 때문에 차기 정부는 조금만 잘해도 인정받을 거라는 얘기까지 들으니, 한 나라 안에서 앞으로 올 5년을 이렇게 다르게 보는 사람들이 같이 살 수 있을까 암담한 생각이 들어서 답답했다. 뭘 그렇게 잘못 했냐고, 국제유가가 오르는데 별 수 있냐고 따지지도 못하는 상황이 더 답답했다. 이제 교육부가 없어지고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입시를 맡는다고 하니, 이제 부정입학보다 더 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별 생각이 다 든다, 교육이 나라의 대계라고 하면서 교육부를 없애고 과학기술부 산하로 보낸다지? 참 나...늘 새치기를 일삼는 학부모들, 그래서 선행학습을 못하면 바보가 되는 이런 새치기와 반칙을 언제까지 참아냐야 하는지...이민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이다.. 아무튼..
    새해 복 많이 받고 가족 모두 건강하길 기원한다.
  • 길벗 2008-01-03
    인선아, 이곳에 새해 인사를 썼구나.
    고맙다. 너도 새해 소망하는 일 다 이루고 가족들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한다.
    그래, 이민 갈 수 있으면 더 늦기 전에 가야지.... 나도 이곳에 내려오기 전에
    2년간 이민 때문에 꽤나 바빴지 ㅎㅎ 결국 못가게 되었지만 지금도 가끔은
    이민 생각을 한단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천은 없는 것이고....
    내가 요즘 주위 사람들에게 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5년 뒤면 다 알게 되겠지만
    우리나라가 더할 수 없이 부패하고 비리로 가득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너도 조금은 예감하고 있구나.... 그렇게 되지 않기만을 바라야겠지만 말이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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