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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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또...

  • 길벗
  • 2007-04-17 22: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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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와 그 강아지들. 이렇게 평화로운 잠이 또 있을지...


누리의 목을 조였던 전화선으로 만든 올무. 빠져나오기 위해 이빨로 끊어낸 자국이 보인다

이곳에 내려오던 해에 우리는 개 두 마리를 구했습니다.
한 마리는 양평에서 유기농 방울 토마토 농사를 짓는 유정란 씨가 준
발발이 새끼였고, 또 한 마리는 이곳에서 아는 이를 통해 구한 진도개
강아지였습니다.

발발이는 바둑이로, 진도개 새끼는 발리로 이름짓고 아직까지 저희와 함께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기실 시골 생활을 하게되면 동물은 어떤 동물이건 사람과 공존하는
우리들 시간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만큼 정이 들고 또 함께 하는 시간도 실로 많습니다.
우리가 사과밭에서 일을 할 때 닭들은 멀리서 한가로이 땅을 쪼아대고 있고
개들은 우리들 곁에 와서 앉아 있거나 또는 장난을 칩니다.

이 적막한 공간에 살아 움직이는 것이 주위에 있다는 것이 우리를 지루함에서
벗어나게 하며 또 외롭지 않게도 해줍니다. 때로 개들은 우리에게 자랑거리와
기쁨을 안겨주기도 하고 특히 낯선 이가 집에 들어설 때에 미리 알려줌으로써
집 지킴이로써의 역할도 훌륭히 해냅니다.

매일 밥을 주고 또 때가 되면 새끼를 낳고, 그것을 우리가 거둬주고 하면서
자연스레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실제로 정이 듭니다. 이곳에서 그간 발리와
발발이는 많은 새끼들을 낳았는데 모두 이웃에 나눠주거나 혹은
우리가 키우기도 했습니다.

재작년 겨울, 그러니까 2005년 1월에 다 큰 복구라는 진돗개 수캐와 아직 이름을
짓지 않은 진돗개 강아지가 한달 동안이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두 마리가 함께 집에 돌아왔는데 강아지는 뒷다리의 발목이 잘린 채로, 복구 역시
앞다리가 잘린 채로 돌아 왔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개 사료를 챙겨주시는 저희 아버님은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마셨습니다. 아버님은 약을 발라주시고 붕대로 싸고 비닐까지 동여매주고는
겨우내 개 치료를 해주셨는데 그 덕분인지 개들은 모두 상처가 잘 아물어서
봄이 되자 마구 뛰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리 하나가 잘린 채,
세 개의 다리로 절룩거리며 말이죠.

저는 \'삼족거사\'라고 부르며, 그래도 그 한겨울에 한 달 동안이나 죽지않고 살아
기어코 집을 찾아 온 놈들을 적잖이 기특하게 생각해서 오래도록 함께
지내려고 했으나 강아지는 이상하게 낯선 사람만 보면 어떻게나 심하게
으르렁 거리는지 조금 불안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 아랫집 은자 엄마가
놀러 왔는데 그만 느닷없이 은자 엄마 다리를 살짝 물어버린 것입니다.

사람 무는 개는 키울 수 없다고 아버님이 하셔서 어쩔 수 없이 개장사꾼에게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수캐 복구도 워낙 온순한 놈이었는데 그 일이 있고나서
부터는 이상하게도 닭들을 계속 잡고, 이웃집에까지 넘어가 남의 집 오리와 닭을
계속 잡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아는 이에게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저희 집은 개를 묶어 기르지 않고 놓아 기르기 때문에 아마 이와같은 일이
생기는지도 모릅니다. 골짜기 안에 우리 밖에는 살지 않고 또 그간 개들이
골짜기 바깥으로 나가 남의 집이나 밭에 피해를 준 적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저희는 그냥 풀어놓고 기릅니다. 또 우리집 진도개들은 어릴적부터
닭과 함께 살기 때문에 커서도 결코 닭을 잡지 않는 이상한(?) 진돗개들입니다.

그런데 이번 3월 말 이제 겨우 강아지 티를 벗어난 누리가 어느날 사라졌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서 우리는 아마 지나가던 개장수가 집어갔나보다,
지난번처럼 또 산에 갔다가 올무에 걸리지나 않았나 걱정을 했습니다.

두주가 지나고 삼주째가 되어서 누리를 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저녁에
저녁을 먹고 상을 물리고 난 직후인데 마당에서 또 예의 그 아버님의 단발마 같은
신음소리와 외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리가 돌아왔다야\'.  나가보니 아, 누리가 머리를 아버님에게
내 맡기고는 하염없이 울면서 서 있었습니다(하염없이 울었다는 것은 저의 상상
속에서 나온 것입니다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서 후레쉬를 비춰보고서야
왜 누리가 머리를 낮게 아버님께 들이대고는 가만히 있는지를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누리 목에 소위 \'옥로\'라고 불리는 전화선으로 만든 올무가 꽉 조여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급히 팬치를 가져와서 끊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끊고보니 올무가 얼마나 꽉 죄여져
있었는지 너무 작았습니다. 그래서 목 아랫도리를 살펴보니 누리의 목 아랫부분이
거의 반이나 잘려나가 있었습니다.

그 지경을 하고서도 누리는 제 목을 비틀어 돌려 제 이빨로 그 삐삐선이라 불리는
전화선을 자근자근 계속 씹어댔던 모양입니다. 전화선을 살펴보니 얼마나 이빨로
씹었는지 아주 떡처럼 뭉개져서 드디어 끊어진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끊으려고 몸부림을 칠수록 선은 목을 더욱 파고 들어 맨살이 너덜대도록
깊이 깊이 파고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이튿날 횡성으로 약을 사러 나갔습니다. 설명을 들은 젊은 수의사 선생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꿰메주어야 하는 거 아닌지 물었지만 식도가
상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말에 뿌리는 분무식으로 된 약과 항생제를 주고
일단 살만 파고 들어간 것이라면 아물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누리가 사료도 잘 먹고, 잘 돌아다니고 해서 한시름 놓았습니다만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런 큰 일을 당하고나면 쇼크를 먹기 마련이라
아직 예전의 그 명랑한 모습은 아닙니다.

아직도 산에다 그런 것을 놓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부끄럽고, 또 한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제 아는 분은 이번 누리 건 얘기를 듣고는 그 옥로라는 것을
그것을 놓은 사람 목에다 걸어놓아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야생동물을 잡으려고 하거나 그런 것을 놓는 사람이 제 눈에 띄이기만
하면 그 날로 그 사람은 법대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아직 상처는 그대로이지만 그래도 누리가 서서히 기운을 차리는 듯 하여
다행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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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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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프리 2007-04-28
    큰일 날뻔 했습니다. 어서 빨리 누리가 회복 되어서 그 전의 다정한 모습으로 생활 하기를 바래 봅니다. 우리집에 온 이루의 엄마 맞지요? 그리고 이번 모임에는 참석이 어렵겠지요?
  • 길벗 2007-04-28
    네, 총무님. 손돈 선생님 댁 모임에는 가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따로 전화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찬란한아침 2007-10-14
    설마 누리와 발발이를 겨냥한것은 아니겟지만 우쨋든 생명을 노린것은 안되지요.누리와 발발이가 건강을 찿앗다니 다행입니다.
    길 사장님 몇일전에 내고향 6시에서 뵈엇습니다.
  • 길벗 2007-10-29
    찬란한아침 님이 뉘신지는 모르오나 댓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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