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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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 풀무학교 창업식(졸업식)에 다녀와서

  • 길벗
  • 2007-02-11 15: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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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관 교장 선생님 축사


이번에 창업을 한 42회 입학생 학부모들

지난 9일(금) 풀무학교에서 제42회 입학생들의 창업식이 있었습니다.
우리 현이를 포함하여 모두 26명의 아이들이 이번에 창업을 한 것입니다.
참고로 풀무학교에서는 졸업이라 하지 않고 창업이라 부릅니다. 졸업은 마친다는
의미이지만 창업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이제까지의 배움과 노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또 이어나간다는 진취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흔한 말로 엊그제 입학한 것 같은데 어느새 졸업이라니, 이 말이 어찌 그리
딱 맞는 말인지요. 3년 전 2월, 그때도 채 눈이 녹지않은 풀무의 교정에
현이와 기숙사 짐을 싸들고 오던 때가 정말 엊그제 같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우리 현이가 키도 몸도 마음도 훌쩍 커서 창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 3년 동안 풀무에서 우리 현이가 무엇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품게 되었는지
모든 것은 하나님 만이 아실 것입니다. 저는 창업식에 부모로서 참석하였으나
정말이지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 자격없는 부모였습니다.

오로지 우리 풀무학교 선생님들과 그의 친구들과 그리고 영원한 시간만이 우리의
아이들을 이토록 키워낸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을 정말 감출 수 없었습니다.
못난 부모를 만나 이렇게 아무 탈 없이 건강히 커준 아들에 대해 고마운
마음 밖에는 달리 전해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졸업식 날에는 종일 어수선해서
차분히 서로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어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창업식 끝나자마자 졸업생들과 함께 졸업 여행을 떠났고 또 시금치라는 세밀화
동아리 연수가 바로 이어져서 다음주 수요일에나 집에 돌아올 것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홍성에서는 먼 강원도 촌에 살아서 학교에서 유할 시간이 많지 않아 여러
선생님들께도 간단한 인사조차도 못하고 돌아서 나온 게 또 못내 아쉽고 죄송하고
그렇습니다.

창업식에서 정승관 교장 선생님이 26명 모든 아이들을 하나 하나 거명하면서
그간에 보인 모습과 또 당부의 말씀을 해나갈 때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이 세상 어느 학교에서 이와같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교육을 이끌어 가는 학교, 풀무 말고
또 있을 것인가 자문해 봅니다. 풀무의 교육과 정신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책이
나와 있어서 이제는 누구나 들여다 볼 수 있을 줄로 압니다.

특별히 현이 1학년 때 담임이셨던 김현자 선생님께는 마음 속 깊이 감사한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창업식 날 사회 보는 모습만 멀리 보고는 그만 인사도
못드렸습니다. 이렇게 정신이 없고 또 저도 모르게 들떠 있었나 봅니다. 따로 편지로
인사를 여쭙겠습니다.

이제 둘째 민이도 풀무학교 2학년에 올라 갑니다. 현이도 민이도 다 풀무학교에서
저마다 받은 달란트를 깨닫고 또 실천할 준비를 착실히 해온 것으로 또 할 것으로
믿습니다. 현이는 풀무에 가서 저 스스로 농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게 되었으며
또 공동체와 생태적인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과 나름의 공부를 한 것으로 압니다.
이제 자신의 꿈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또 만들어져 나갈지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겠지만 어디에서든지 꿈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이가 졸업 직전에 간단하나마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그곳에 쓴 여러
글을 보며 저도 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머리 속을 좀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사내 녀석들이라 사실 부모인 저희들에게도 학교 생활이나 친구에 대해서는 통
얘기를 잘 안하는 편이었습니다. 그저 물어나봐야 대답하는 정도였습니다.

그곳에서 최근에 현이가 쓴 글 하나를 여기에 가져다 놓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현이의
안부를 걱정해주시고 또 기도해주신 이웃들에게 그리고 이번 졸업을 축하해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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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로 Go Go>

한동대 홈페이지에 갔다가 한동대에서 나온 입학생을 위한 영상을 봤다.
음...
예상은 했지만 한동대 여간 빡셀 것 같지 않다.

한동대는 독특하게도 전공을 2학년 때 정하게 된다.
1학년 때는 기초학부에서 교양과목을 듣고 전공을 준비하게 된다.
1학년 때 중요하게 배우는 것에는 영어와 한문, 그리고 컴퓨터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 외에도 기독교에 대한 수업도 있고, 독서토론 수업도 있고 인성에 대한 수업도
있다.

영상에서 나오는 교수님은 최소한 윈도우와 워드 혹은 아래한글에 대해 공부해 오고
한자는 2000자 정도를 배울 테니까 그것도 공부하라고 하는데 한자교육의 목표는 한문
성경을 읽는 것이라 한다.

영어도 중요하니까 시간 있을 때 미리 해오라 한다.
난 한자 거의(전혀) 모르고 영어는 지금 고1 과정쯤에 해당하는 성문 기본영문법이고
컴퓨터 타자는 100타가 겨우 나온다.

내가 진짜 실력을 가지고 한동대에 붙은 거면 기대가 되고 설레고
즐거운 마음으로 나음대로 준비와 계획도 알차게 할 텐데
풀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란건 거의 하지 않았으니 지금은 걱정만 앞선다.
뭐 가면 어떻게든 따라 가겠지 뭐

내 가장 중요한 정신적 성장기에서는 3년마다 한번씩 중요한 환경의 변화가 찾아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곧바로 강원도 산속으로, 그러고 좀있다 기독교 학교 기숙사로
갔다. 그래서 중학교 삼년을 강원도에서 산속에서, 그리고 기숙사에서 보냈다.

그러다 고등학교는 충남 홍성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로 와서 농사일과 평민의 가치를
배웠다. 그러다 그 고등학교 3년 지나자 이번엔 경북 포항의 한동대다.
평범한 기독학교나 혹은 작은 농고가 아닌 공부 빡시게 시킨다는 한동대로…….

한반도를 뺑뺑 돈다.

이 학교들에 공통점이 있다면
첫째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세워진 학교라는 점이고.
둘째는 기숙사에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숙사는 한동대 졸업하면 10년 사는 거다.
대학교 만큼은 자취하고 싶은 생각도 조금 있었지만 기숙사가 좋긴 하다.

지난 6년 다닌 중,고등학교가 성경 위에 세워진 학교이고
또 앞으로 4년 넘게 다닐 대학교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세워진 학교라니.....

뭐랄까, 이건 하나님이 뭔가 지금 단단히 작정하고 일을 꾸미시는 것 같다.
삼육에 간 것도 아버지가 정말 우연히 알게 된 사람 때문이었고
아버지는 풀무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내가 풀무에 붙은 것도 운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동대에도 그냥 붙었다. 면접 5분 보고 학교에서 가만히 있었더니 합격이란다(돌 맞을
소린가?).

어쨌든 이건 하나님 \'계략\'이다.

기숙사에서 인생의 10분의 일을 보내게 하고 또 그 모든 기숙사 생활 속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다니. 이건 철저한 세뇌 프로그램이다. 10년짜리…….

내가 그걸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내가 아무리 달려야 부처님 아니 하나님 손바닥
안이라는게 좀... 뭐랄까... 고마워 해야 하는 건가??

난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나진 않았지만 절대 부족하게 자라진 않았다.

가끔 생각해 보면 정말 감사할 일이다.

또 내 능력은 한없이 부족하지만 또 성경 어딘가엔 내가 부족함으로써 주 안에서 강하다고 써있다. 뭐 그걸 보면 약한 내가 하나님 손바닥 안에서 강해지는 건 나쁜게 아니다.
좋은 거다..

아직까진 세뇌 프로그램이 반 밖에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사한 것도 반만 느끼고 있다.

신앙심이랄 것도 반쪽이다.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는 너무 낯 간지러운 말이다.

어쨌든 난 이제 좀 역풍을 맞을 것 같다. 현실에 안주하면 되는대로 살았던 시간은 이제
끝이라는 소리다.

세뇌 프로그램도 이제 진짜배기에 접어들었다. 잘 따라가려면 각성해야한다.

무엇보다 하나님 실망시키면 인생 별 볼일 없다. 열심히 살아야지.

정열이의 \'인생 긴장해라\'가 떠오른다.
일 학년 때 유행어였는데. 정열이 보고 싶다. 이자식 뭐하고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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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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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영맘 2007-02-15
    선생님^^
    지영이예요~~
    현이(제가 함부로 현이라고 불러도 되는건가?^^)의 글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역시 선생님의 아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쩌면 글을 저렇게도 잘쓰는지...제가 보기엔 한동대에 괜히 합격한게 아닌거 같은데요?
  • 길벗 2007-02-15
    지영아, 아니 민영 엄마 하하
    소식 주어서 고맙구나. 그리고 현이가 너 만큼은 아니어도 좀 쓰는 것 같다.
    아니 쓰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새해 온 가족 건강하기를.....
  • 정승관 2007-02-18
    길현 군은 \'키가 큰 사람은 싱겁다\'는 저에게는 다소 유리해 뵈는 말을 부정하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현 군을 생각하면 우선 큰 키를 떠올리지만 그에게 싱겁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나 글로나 참으로 알차게 표현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고 누구보다도 획기적이고 대담한 제안을 여러 번 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러면서도 그 하나하나가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귀한 자료였습니다. 13전 13패의 전설을 남겼다고 스스로 이야기하지만, 사람이 필요할 때는 언제나 그가 생각날 만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현 군은 귀농하여 깊게 뿌리를 내리고 계신 부모님과 풀무에서의 배움을 바탕으로 농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의 글 \'얘들아 우리 같이 농사짓자\'에는 농업과 풀무와 그리고 친구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잘 담겨진 글이었습니다. 역시 논문은 한국농업의 구조문제를 공부하였고 계속 그 방향으로 공부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요. 생각하는 멋지고 키 큰 어느 농부를 벌써 보는 듯 합니다.
    2007년 2월 9일 풀무학교 제42회 \'창업의 말씀\' 중에서
  • 길벗 2007-02-18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창업식 때 주셨던 말씀을 이곳에 적어 주시니
    모르는 이들도 우리 풀무의 창업식 광경을 떠올릴 수 있을 줄 압니다.
    새해 소망하시는 모든 일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풀무도 더욱 발전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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