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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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2)

  • 농당
  • 2005-05-02 11: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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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일주일 간은 매일이 유혹의 연속이었다. 그건 바로 꽃들의 유혹이었는데 이번 봄은 유난히 꽃들의 절정이었다.

맨 먼저 봄 소식 혹은 꽃 소식을 들고 온 이는 집 뒤의 노란 생강나무 꽃이다. 그리고 마당에 몇년 전 묘목으로 심어놓은 산수유가 함께 노랗게 꽃을 피운 것이다. 아직은 밤 공기가 찬 4월 중순(올해는 작년보다 열흘 정도 봄이 늦게 왔다. 작년 농사일지에 기록된 주변 꽃들의 개화 시기와 매일의 아침 기온을 적어놓은 것을 보니 그렇다).

그 뒤를 이어 목련꽃이 피었다. 순백색의 그 우아한 꽃 봉오리를 두고 나는 '터질듯한 처녀애 가슴'이라고 했다가 마누라로부터 핀잔을 들어야 했다. 어쨌거나 며칠을 두고 벌어질 듯 벌어질 듯 애간장을 태우는 목련꽃이야말로 '내 사랑 목련화' 맞다.

그리고 함께 피어나는 진달래. 앞산과 뒷산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분홍빛 진달래야말로 우리 민족의 꽃 같다. 모교 백양로가 끝나는 지점 대강당 앞에 봄마다 피는 진달래 기억이 새로웠다. 그 진달래 앞에서 80년대 초반 우리는 전두환 정권에 맞서 운동가를 부르며 행진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진달래는 어김없이 우리를 지켜보았고 또 함께 울었으리라.

이때쯤 하얀 살구꽃이 피어났다. 이곳에서 '꼬야'라고 부르는 나무도 흰 꽃을 피웠는데 어느 집이나 살구나무나 꼬야나무가 한 두 그루 쯤은 있게 마련이어서 마을은 집집이 꽃 마당인데 벚꽃이 가세한다. 그리고 붉은 개복숭아 꽃도 이때 함께 피는 것이어서 그야말로 꽃대궐이 따로 없다.

산에는 신록이 짙어오고 군데군데 산벚꽃과 복숭아꽃이 점을 찍어놓은 듯이 수채화인 듯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오는데, 아 그야말로 봄은 숨이 막힐듯이 이 어린 농부의 가슴을 채워온다.

이런 때는 세상 만사가 다 무엇이며 걱정 근심이 웬 말이냐. 그저 산 속, 꽃 속으로 숨어들어가 한 세상 다 지도록 팔 베개하고 누워 꽃잎이나 따 먹고져...  이 대단한 유혹을 어떻게 떨칠 것이냐.

서울에서 벚꽃놀이가 다 끝나도록 이곳 홍천 내가 사는 서석에는 벚꽃이 필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4월 말이 되어서야 이렇게 온갖 꽃이 한꺼번에 쳐들어오니 정신이 다 혼미하다.

농사에 바쁜 요즘이나 어찌 이 유혹에 빠져 하루쯤 멍하니 보내지 않을손가. 사과꽃이 어제(1일), 오늘(2일) 많이도 피었다. 2-3일 뒤엔 만개할 것이다. 사과는 빠알간 과일이나 꽃은 하이얗다. 우리집은 이제 벚꽃이 지고 사과꽃이 만발한 백색의 골짜기다. 아울러 골골마다 조팝나무꽃도 이제 흐드러지게 만개하니 더욱 그 색을 진하게 한다.

도시분네들, 잠시 손을 놓고 이번 주말엔 이제사 꽃이 피고 지는 강원도 골짜기로 한번쯤들 다녀가심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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