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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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국을 먹다

  • 길벗
  • 2023-10-12 12: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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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온이 내 짐작으로는 11월 초에나 나옴직한 쌀쌀한 날씨다. 낮에 햇볕이 따사로운 듯 하나 사실 더 따가와야 하는게 아닌가 느낀다.

어제 오랫만에 남면에 사는 이종근 선생 한우 목장에 가서 토란을 두 뿌리 캐왔다. 사실 토란국을 언제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인데 추석 무렵에 먹는 별미라는 희미한 흔적이 있다.

집에 와서 흙을 털고 세 시간 가까이 주머니칼로 껍질을 까서 일단 냉동실에 넣었다. 오늘 아침 무국에 토란을 썰어넣고 토란국을 해서 흰쌀밥 말아서 먹었는데 정말 내 입맛에 짝 붙는 별미였다.

어제 저녁에 식사 후 부엌 식탁에 앉아 두 시간 넘게 토란을 다듬고 있자니 안사람이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당신 멋있다 이런 멘트를 마구 날리는게 아닌가.

사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나이에 비해 옛날 사람 뽄새라 설거지도, 집안 청소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저 바깥 일에 몰두할 뿐이다. 그러니 옛날 사람들마냥 바깥양반, 안사람 이런 개념에 충실한 것이다.

그랬는데 토란을 직접 다듬고 있으니 안사람에게는 처음 보는 장면이라 많이 낯설었을 것이다. 나이가 드니 왜 안하던 짓을 하는가. 철이 이제사 든 것인가.

내 생각으로는 남자가 나이 들어 그간 안하던 짓을 하는 것은 아마 외로워서일 것이다. 사실 그간 눈길도 주지않던 간단한 집안 청소며 설거지도 요새는 굉장히 관심이 간다. 이상하게 손이 근질거리고 마음에 발심이 되는 것이다. 이러다 미국 사는 영범이처럼 부엌 요리까지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좀 걱정이 된다. 

<페이스북에 쓴 글을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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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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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고 2023-10-28
    하하하 재밌네요. 드디어 멋진 남편이 되어가시는군요!
  • 길벗 2023-10-30
    ㅎㅎ 그런데 마음은 기울었는데 몸이 영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것도 차츰 적응이 필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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