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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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비

  • 길벗
  • 2023-10-02 0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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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저녁, 풀숲에서 바비
그때는 마침 집 위에 예전에 사과나무 밭이었는데 와야리로 다 옮기고 그냥 공터로 두고 있었다. 바비에게는 그야말로 좋은 놀이터였다. 안사람이 아침, 저녁으로 바비와 함께 공 던지기를 하며 놀아주었다.
바비 여권에 있는 신상명세(견적사항인가??)
서울경찰청 경찰견 훈련소에서 인수인계를 하고 떠나기 직전 그동안 훈련시켰던 경찰관과 같이 기념사진.
경찰관이 간략하게 써준 바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주의사항, 그리고 바비 여권 표지.

그리운 바비

나는 강원도 평창에서 나고 국민학교 3학년 때 정선으로 가서 중학교까지 마쳤다. 그때 우리 부모님은 집에서 강아지를 기르지 않았다. 대신 토끼와 산양을 많이 길렀는데 그것들은 우리에게 수입도 주고 또 우유와 고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 나이 먹도록 개와 별로 친하지 못한 이유이다. 아니 개 뿐만이 아니라 고양이 등등 소위 반려동물과 서먹한 것이다. 그런데 2001년 이곳에 귀농을 해서 내려오니 서울 아파트에서 살던 때와는 달리 스스로 집에서 강아지를 키워보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연유로 지난 20년 넘는 세월 동안 여러 강아지와 고양이가 우리 집에서 아이들과 같이 자라고 또 나고 하며 추억을 키워왔다. 그중 잊히지 않는 놈들도 몇 되고 이젠 다들 무지개 다리를 건너 갔지만 다만 그 이름만은 계속 이어져서 지금도 부르기도 한다.

그러다 2020년 3월에 고교 동창 000이 전화를 해서 경찰견으로 수입이 되어 들어왔는데 석달 만에 심장사상충을 보유한 놈으로 판명되어 내보내게 된 강아지가 있는데 이를 나보고 맡아줄 수 없느냐고 했다.

처음에 나는 이미 진돗개와 발바리가 각각 한 마리씩 있고 바쁜 농가에 치료를 요하는 그런 개를 맡아줄 수가 없다고 거절했다. 서울경찰청에 소속되어 있는 강아지는 더치 세퍼드(Dutch Shepard)로 들어온지 석달만에 훈련 중에 뭔가 이상이 감지되어 국내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심장사상충 감염이 판명되어 본국(네덜란드)으로 돌아가거나 이곳에서 안락사를 시켜야하는 사정이라고 했다.

물론 수입되어 올때 그쪽 군견 전문회사에서 수의사가 진찰을 하고 보증을 하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다시 건강한 강아지를 보상하기로 되어 있다는, 그리고 이 강아지는 이곳에서 알아서 처분해야 되는 스토리였다.

내 동창이 그 경찰 훈련견들을 수입해서 납품한 것으로 결국 경찰청에서 내보내야 하는 이 강아지를 처분하는 책임도 지고 있는 것이었다. 두세번 전화를 해서 계속 간청하는 바람에 결국 동의를 하고 그해 4월 2일에 서울 사당동 근처에 있는 경찰견 훈련소에 가서 강아지를 입양해서 왔다.

오는 날 바로 홍천 읍내에 있는 우리동물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고 이후 통원 치료를 두 달간 받았다. 치료비는 모두 2백만 원 가까이 나왔다. 다행히 치료가 잘 되어 더이상 병원에 갈 일은 없었지만 한번 걸렸던 녀석들은 이후 정상적인 아이들과 같은 상태로 되지는 않는다며 조심해서 키우라는 수의사의 당부. 물론 치료비는 우리가 다 냈다.

그렇게 '바비(Vaby)'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2020년 4월 2일 우리 집에 온 녀석은 마침 당시에는 공터로 있던 집 위쪽의 넓은 잔디밭에서 매일 우리와 아침, 저녁으로 뛰어놀고 산책을 다녔다. 물론 농사일에 바쁜 나는 어쩌다 함께 놀아주고 안사람이 매일 자기의 산책 겸 바비를 데리고 놀았다.

6월 초쯤 바비를 훈련시키던 젊은 경찰관이 전화를 해서 바비를 보고 싶다고, 우리 농장에 가도 좋겠냐고 했다. 나는 언제든지 오라고 했고 그는 곧 동료 경찰과 함께 우리 집을 방문해서 바비의 상태를 살피고 같이 몇 시간 함께 있다가 돌아갔다. 꿈에도 바비가 나타나서 보고싶어서 왔다는 그 젊은 경관의 말에 동감이 된 게 이 아이가 아주 영리하고 활달하고 무엇보다도 잘 생겼다.

바비가 우리 집에서 두 번 가출을 했다. 그럴 때마다 온 동네를 다 뒤지고 다녔고 산 넘어 암캐들이 몇 마리나 있는 농가에서 찾은 적이 있고 한번은 사라진 뒤 3일이나 지났는데도 동네에서 보이지도 본 사람도 없고 4일째 되는 날은 혹시나 해서 홍천 유기견센터에 연락을 해보았는데 마침 그곳에 잡혀와 있었다. 집에서 무려 3km나 떨어진 동네에서 주민이 발견, 신고하여 센터 직원들이 와서 붙잡아 간 것이었다. 한달음에 달려가서 이름을 부르니 바로 뛰어와서 안겼다. 집에 온지 석 달 안에 다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엔 집을 나가지 않았다. 물론 목줄을 풀어주면 제 멋대로 산을 넘어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는데 몇 시간이면 다시 돌아와서 우리를 안심시키곤 했다.

사진에서처럼 바비는 물 건너온 견이라 여권이 있다. 또 혈통서도 있다. 2018년 10월 5일 체코에서 나서 2019년 4월 9일에 네덜란드 군견훈련소(회사)에 입양되었다. 그러다가 2019년 12월 27일에 한국으로 왔고 서울경찰청 소속으로 훈련을 받다가 2020년 2월에 심장사상충 병명으로 확정되어 3월에 방출이 확정되었다.

우리 집에서 맑은 공기와 꾸준한 운동(심한 운동은 금물이었다), 편안한 분위기로 인해 바비는 완전히 건강을 회복했고 나중에는 심한 달리기도 많이 했다. 이건 고무공을 던지면 뛰어가서 물고 와서 놓고 다시 던지고 뛰어가서 물고 오기를 여러번 하는 것이었는데 힘들면 저 스스로 풀밭에 앉아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일어나지를 않곤 했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왔고 여름이 왔다. 이제 바비는 더이상 가출도 하지 않고 물론 가끔 산을 넘어 이웃 농가에 가곤 했는데 그 집에는 암캐들이 여러 마리 있었던 것이다. 그때 사실 바비에게 중성 수술을 했어야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또 주위에서 씨를 받을테니 수술을 미루라는 사람도 생기고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 2021년 9월 어느 날(정확히는 9월 10일) 그날은 우리가 처음으로 사과즙 공장에서 사과즙 가공을 하는 날이었는데 그날 바비가 사라졌다.

아침부터 나나 안사람이나 처음하는 공장일에 분주했고 정신이 없었다. 오후 늦게 일을 마치고 안사람이 바비 운동을 시키려고 와보니 개집에 목줄이 풀린 채 바비는 없었다. 그래도 그때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집 위쪽으로 운동하러 갈때는 목줄을 풀었었고 그러면 먼저 풀밭으로 뛰어가 우리를 기다릴 정도로 이제는 이 골짜기와 우리 농장에 적응이 된 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1년 반이나 우리와 이 골짜기에서 살지 않았는가.

운동을 마치고 내려올때도 먼저 제 집으로 내려와 기다리기도 했고 어떤 날은 그냥 내달려 산을 넘어가 이웃집으로 가기도 했지만 곧 돌아오곤 했다. 목줄이 풀려 또 산을 넘어갔나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우리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영 이별이었다. 우리는 혹시 산을 넘어다니다가 동네분들이 놓은 올무나 덫에 걸린게 아닐까 싶어 뒷산을 뒤지기도 했다. 그러나 뒷산을 넘어가는 길은 늘 일정했고 가는 곳도 그 농가 한 집이었다. 그 집에는 진돗개 암캐가 여러 마리였는데 그러나 언제나 늦어도 하루면 돌아왔기 때문에 그 농가엘 여러번 갔는데도 주인은 모른다 하고(서울서 내려와 사는 사람이었다. 농사도 안짓고 넓은 밭은 토박이 주민에게 임대주고 옛날 집이 있어 거기서 시골살이만 하는 분이었다) 도무지 바비는 보이지 않았다.

그해 가을은 우리 사과 수확과 더불어 처음하는 사과즙 가공하는 일이 밀려들어 10월 들어 더 바빴고 11월까지도 간간이 작업이 있었다. 바비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1년 6개월, 우리와 같이 한 짧은 시간, 두번의 가출과 귀가, 매일이다시피 풀밭에서의 운동.

안사람은 바비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운동시키고 밥 주고 가끔 목욕시키고 안그래도 농사일에 정신 없는데 차라리 잘 됐다고, 바비의 부재를 스스로 위로했다. 그리고 우리같이 농사짓는 바쁜 사람에게는 바비같은 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저 촌에서는 사람 손 안타는 진돗개가 최고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9월이 되어 추석이 되니 이제 집 나간지 꼭 만 2년이 되는 녀석이 문득 보고싶다. 꼭 이맘 때가 아니어도 가끔 불현듯 바비가 생각나는 적은 많았다. 요즘같이 내가 쓸쓸할 때 같이 산책을 하면 많은 위로가 되었을텐데. 그리고 나도 나이가 먹어가니 예전엔 몰랐던 반려동물의 존재가 필요함을 더욱 느낀다.

우리(나와 안사람)의 예상은 분명 누군가 바비를 데리고 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기엔 좀 무서운 듯 하나 개가 사람을 잘 따르니까 개를 좀 아는 사람이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또 이렇게 잘 생긴 순종 더치 세퍼드를 어디서 볼 것인가.

아무튼 사람도 동물도 다 회자정리려니 우리보다 더 좋은 곳에 가서 잘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저녁을 먹고나서 이 글을 쓰다보니 소나기가 세차게 퍼붓고 지나간다. 아니 추석 시즌에 소나기라니...

<페이스북에 쓴 것을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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