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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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잠깐

  • 길벗
  • 2023-02-10 2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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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 광화문점. 서점은 어떤 규모든지 모두 이쁘고 사랑스럽다.

 
<옛날 얘기>
어제 간만에 서울에 가서(광화문이나 종로에 다녀와야 서울 다녀온 기분) 경찰과 닭장차 실컷 구경하고 친구와 근처 중국집에서
간단한 점심. 딩연히 교보문고에 들러 이런저런 책 구매. 나도 옛날옛적에 선배와 같이 200평 서점을 창업해서 2년 정도 운영해본
추억이 있는지라(1988년 무렵. 부산 광복문고) 서점에 들를 때마다 남다른 감회가.
 
젊어서 한 직업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몇 번 바꾸었던지라 만약 그때부터 지금까지 서점을 계속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심심한 상상을 서점에 올 때마다 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오랫 만에 만난 친구와도 다 지나간 옛날 얘기만 하다가 세 시간이 훌쩍.
늙었나보다... 그래도 30년 전에 우연히 읽었던 책, 기억이 맞다면 코리아나 화장품 창업자가 쓴 자전적 에세이, 인생 60에 창업한
당신의 얘기였던 거로 기억하는데 당시 60이면 지금과 달리 뒷방 노인네 신세 아니었던가.
 
아무튼 일요일이라 그때 추억 한 자락 얘기하려고. 부산에서 그것도 광복동 요지에 큰 서점을 창업하고(선배는 자금을 나는 운영을)
곧바로 얼마 지나지않아 <머나먼 쏭바강 >의 작가 박영한 선배의 장편소설 <왕룽일가>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개인적으로 아는
분인지라 또 아주 오랫만에 나온 신작 장편이라 퇴근 후 밤새워 다 읽었다. 그리고 이튿날 출근해서 바로 민음사 영업부에 전화해서
300부를 주문해버렸다. 책 나온지 며칠 되지도 않은 신작을 배송 받자마자 크게 주문을 하니 당시 영업부장님 크게 놀라고 주문 거절.
 
당시는 5~10부 정도가 평균 주문 부수였고 만약 베스트셀러라면 100부 주문이 보통. 그러니 출간 며칠 안된 소설을 무리하게 왜
주문하냐는 질책. 나는 예언했다. 한 달 안에 서울 교보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거라고. 그러니 비록 지방이지만 한 달 안에 3백부를
다 팔 자신 있으니 반품없는 조건으로 보내달라고.
 
막상 받긴 했는데 이걸 어찌 파나, 고민이 되는건 당연지사. 그래서 서점가 최초의 시도를 했는데... 한 평이 채 안되는 평매대 중 하나에
<왕룽일가> 300부를 모조리 깔았다. 그리고는 매장 판매직원들 모두 유니폼 가슴팍에 조그만 색종이 광고쪼가리를 달게 했다.
'올해의 베스트셀러 예감, 박영한의 <왕룽일가>'라고.
 
아무튼 내 예언대로 한 달 안에 소설은 요즘 말로 대박을 쳤고 나중엔 티비 드라마로도 공전의 히트를 쳤다.나중에 다른 출판사
영업부장들이 매장에 와서 왜 매대에 특정 출판사 책을 그것도 한 종만 까느냐고 항의(?) 비스름한 투정을 하기도 했는데 나는 대꾸했다.
내 매장에서 내 맘대로 책도 못까느냐고. ㅎㅎ
 
세월은 가고 인간은 늙고 세상은 돌고돌아 다시 80년대로. 인생무상이리고 하면 너무 나가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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