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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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노동은 계속되고...

  • 길벗
  • 2023-01-04 2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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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계속 사과와인(애플사이더)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발효 중인 배치도 있고 키빙 중인 배치도 있다. 한두번 더 작업을 하려고 한다.
올겨울엔 눈이 많다. 날씨도 춥다. 겨울같지 않게 온난한 해도 있었으나 올해는 동장군이 매섭다. 한낮에도 영하 5도 내외, 매일 아침은 영하 15~20도이다. 삼한사온은 사라진걸까.
올해 새로 선보일 <길벗아펠숄레> apfelschorle 병입 모습. 영양성분 분석 의뢰를 위해 병에 담았다. 내일 시험센터로 보낸다.
재작년(2021년)에 독일에 있는 둘째 민이가 보내준 독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아펠숄레와 아펠바인. 그때 생각한 것이 이제서야 겨우 그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하다보니 생각은 많지만 실행은 더디게더디게 진행이 되고 있다.


새해를 맞으며 별다른 감흥이나 각오는 없다. 그저 매년 오고가는 시간일뿐, 겨울이 좀 덜 추웠으면 하는 생각, 눈도 좀 덜오고.

지난 연말에 우리 길벗아펠바인 드라이 주문을 7천병 받았다. 올(2023년) 5월에 납품하는 기한으로 해서.

사실 이 주문이 아니어도 나는 이번 겨울 애플사이더를 많이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11월부터 부지런히 계속 틈나는대로 사과즙을 짜고 발효하고 다시

숙성탱크로 옮기고 현재도 발효중인 배치가 있고 대기중인 것도 있다. 앞으로도 몇번 더 사과즙을 짜려고 계획 중이다.

그러니 소위 농한기라는 겨울이 와도 나는 쉬지 못한다. 더하여 사과즙 가공을 해주어야 하는 일(지역 농부들이 사과를 가지고와서 사과즙 가공을

의뢰하는 것)도 10월~12월에 몰려 있었다.

이제 전정도 해야 하는데 한낮 기온이 아직은 영하라 미루고 있다. 2월 중순엔 독일에 일주일 다녀오기로 했다. 거기 프랑크푸르트 인근에서 대를 이어

사과농사를 짓고 아펠바인을 만들고 있는 사과와인 장인 안드레아스 슈나이더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메일을 보냈고 그는 바로 답장을 해왔다. 두 번 더 서신을 주고 받은 후에 그는 올해 2월에 자기 농장을 방문해서 견학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을

허락했다. 4년 전에 나는 프랑스 노르망디와 또 다른 곳 2곳 등을 방문해서 그네들의 사과농원과 장비, 시드르 가공방식, 시드르와 칼바도스를 시음했었다.

모두 훌륭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작년에 나는 겨우 하나를 완성해서 내보냈고 이제 올해 두 개의 신제품을 선보이려고 하는 중이다.

하나는 그간 계속 방귀를 뀌어댔던 스파클링 아펠바인, 다른 하나는 스파클링 애플 주스. 이번 겨울 들어 어찌어찌 시험을 할 수 있었고

대충 마무리를 하였다. 이 얘기는 아직 갈 길이 좀 남았다는 이야기. 그러나 어쨌든 시제품을 만들어보았고 좀더 다듬어서 올해는 어찌됐든

작년에 낸 길벗아펠바인(드라이와 미디엄드라이)에 이어 스파클링 아펠바인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길벗아펠숄레(스파클링 애플주스)도 나올 것이다.

그러고보면 너무 더디다. 재작년에 장비를 구입해놓고 작년에도 못내고 결국 올해와서야 결과를 볼 수 있다니.

경영의 측면에서 보면 이만저만 기회비용 상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게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의 한계다. 아직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올해 경영이 안정되고 지난 3년간 망친 사과농사가 제 자리를 잡는다면 아마 가을엔 고정 인력을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긴 오늘 낮에 홍천농고 김학호 선생이 다녀갔다. 올해 다시 실습농장을 할 수 있는가, 또 멘토링수업도 하실 수 있는가 하는 것을 타진하러.

재작년 가공시설 짓느라 그 전 해에 했던 교육농장을 쉴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 가공시설도 다 완공되었고 또 그간 멀리 실습농장을 다니는 불편을

학생들이 감수했다고 한다. 아무튼 나를 포함 현재 한국 농업의 가장 큰 애로는 인력난이다.

지난 겨울과 이번 겨울에 사과와인(애플사이더) 제조를 하면서 그간 읽었던 그리고 현재도 틈날 때마다 읽고 있는 사이더 단행본들(모두 아마존에서 

구입)이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제는 어느 수준에서는 사이더 제조에 관한 이론들은 다 이해를 하였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사이더를 만드는 일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마치 막걸리와 소주를 얼마든지 집에서 자가 제조를 하여 먹는 사람들이 있듯이 애플사이더나 와인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것을 상업적으로 생산하고자 했을 때 여러가지 어려운 일이(주로 장비와 좀더 정교한 기술의 문제가) 닥치지만 결국 지식과 경험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것은 또 개인차가 있는 것이다. 

지난 두 달간 몸도 마음도 지치고 피곤하여 생각은 미치면서도 이곳에 글을 거의 올리지 못했다. 그것은 또 작금의 한국 정치현실과도 닿아있다.

이제 60이 된 나이에 뒤돌아보면 우리가 팔팔하던 20대에 거리로, 공장으로, 군대로 내몰리면서도 군부독재 종식을 위해 구호를 외치고 짱돌을 들었는데

그 결과로 아시아에선 가장 민주화된 국가를 이루었는데 이제 와서 이 무슨 미친 현실인가 말이다. 소위 386이 똥팔육으로 불리는 치욕을 겪으면서

지나간 그 시간들이 모두 부정당하는, 아니 자업자득인가. 내 비록 골짜기에 사는 무지한 농민일지라도 오늘의 한국 현실은 반드시 다시 타파되어야 할

미친 현실이다. 하루에도 몇 차례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화가 순간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온다. 아직도 이 땅에 국민의 X 같은 정당이, 굥같은

놈이 대텅을, 김거니 같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그 놈들을 뽑아준 것이 다 이 나라 백성이었다니,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그저 내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수 밖에.

새해 계묘년, 올해 안에는 그 미친 것들이 어찌어찌 정리가 되겠지 하는 기대의 심정으로 한 해의 첫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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