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저께 몇 박스 따온 홍로사과. 해거리에 탄저병에 얼마되지도 않는 사과를 따고 있자니 설움이 울컥. 이런 추석을 벌써 세번째 맞이하는구나. 없는 사과지만 윤흥길 선생님(소설가) 내외분께 드릴려고 억지로 세 박스를 꾸리고 있다. 안되면 두 박스라도... |
며칠 뒤면 추석인데 어제부터 비가 슬금슬금 내리더니 일기예보엔 태풍 소식이 요란하고 오늘 밤에는 무섭게 내린다고 하니 괜히 무섭네. 추석을 코 앞에 두고 이렇게 비가 내린 적이 있던가.
나야 무농약 사과 시도하다가 폭망해서 그렇다고치고 다른 사과농사꾼들 얘기도 올해는 추석사과가 다 탄저병에 난리라는데, 그나마 아리수 품종은 올해 아주 작황이 좋다는 소식이고 그저 홍로 농사만 망했다고 한다. 이 비에 사과뿐만이 아니라 다른 곡식들도 다 반가울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인데 명절을 앞에 두고 있으니 이런 날씨에 기분이 참 우울하다.
이제 나의 추석 사과 홍로 농사는 끝이 났는가. 그동안 소위 대목을 맞아 추석 앞두고 한 열흘 밤잠 줄여가며 애쓰던 그 광경은 어느새 추억이 되는가. 이렇게 생각을 하다가도 내년엔 잘 해보자, 잘 되겠지 하는 마음이 슬며시 솟구치는 것을 보면 아직 늙은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러나 비 오는 광경에 하릴없이 담배만 물고 앞산을 쳐다보는 내 꼴이라니...
다행히 이번에 사과주(아펠바인)가 맞춤맞게 나와줘서 그나마 대목 기분을 좀 내보았다. 1차로 1천병을 병입했는데 8백 병 정도 나갔으니 다행이라면 다행. 백 병 정도는 주위에 홍보로 좀 돌리고 이제 백 병 정도 남았는데 병입한 것이 그렇고 탱크엔 아직 2톤 넘게 그득. 이것을 가지고 스파클링 애플사이더를 만들 계획.
애플사이더 이름은 1. 길벗애플사이더 2. 홍천애플사이더 두 가지를 놓고 고민 중인데 주변의 지인들은 다들 길벗 이름을 쓰라고 한다. 나는 지역명이 들어간 것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인데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무튼 또다시 라벨 디자인을 해야 하고 국세청에 정해진 서류 신고며 품질검사를 받아야 한다.
내일부터는 주변 농부들 사과즙 가공작업도 시작해야 한다. 사과즙 작업을 하게 되면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아무런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온 종일 작업을 해야 하고 살균하고 포장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긴장해야 한다. 그리고 온종일 서서 일하는 과정이라 이것도 좀 몸에 무리가 되나보다. 나이 탓이라고 할 밖에.
비가 종일 내린다. 장마철에도 이렇게는 안내리는 것 같은데 중간에 조금의 쉼도 없이 비가 내린다. 비를 맞으며 오늘 추석 명절 마지막 택배를 오전에 우체국에 가져다주었다. 다행히 지금 서석우체국에 있는 근무자(3명 모두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농부들을 도와 택배작업을 행해준다. 그전에는 좀 불편한 직원들도 있었는데 지금 근무하는 직원들은 국장부터 창구직원까지 아주 친절하고 일도 손발이 잘 맞는 듯 하다. 이런 것은 모두 국장의 캐릭터에 좌우된다. 이 조그만 시골 우체국에서도 이러한데 국가는 말해 무엇할까. 사실 예전에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는 이 홈페이지에 글도 거의 안썼다. 맥이 빠져서 글 쓸 힘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굥이 되고나서는 더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가 왔는데 그러나 그간 벌여놓은 일이 당장 시급해서 나를 예전처럼 넋놓고 있게 하질 않는다. 어쩌면 면역이 된 것일지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여럿이 다 2찍들이란 것을 이번에 알고 그간 살아온 인생을 깊이 반성했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어찌 2번을 찍을 수 있었을까. 불가사의한 일이다.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