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나온다던 길벗아펠바인은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이제 7월 초에 시장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그동안 저온에서 숙성탱크에 담겨 계속
후숙이 진행된터라 맛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과연 가장 최적의 숙성기간은 얼마인가.
사과농사꾼에게 연중 가장 바쁜 달은 5월과 6월이다. 적과 작업 때문이다. 그리고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난 20년 동안 사과농사를 지어오면서 적어도 사과밭에 제초제는 치지 않았다. 5년 전 내가 5월에 대산농촌재단의 연수에 참가하여
열흘간 유럽을 다녀올 때 마침 집에 와있던 큰 처남이 제초제를 일부 밭에 허락도 없이 친 일 말고는 없었다.
그러나 작년, 재작년 무농약 사과농사를 결국 큰 실패로 끝내고 올해는 다시 예전의 저농약 수준의 방제 작업을 하기로 맘을 고쳐 먹었는데
거기에 올해부터는 사과나무 하부에 제초제를 치기로 결심을 하였다. 이것은 엄청난 후퇴로 기록되어야 한다.
다만 위안을 겨우 삼는 것은 뿌리까지 모두 없애는 독한 제초제가 아니라 잎만 광합성을 저해하는 제초제를 그나마 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새 풀이 올라오고 그래서 몇 번 더 제초작업을 해야 한다. 올해 해보니 5월과 6월에 적어도 세 번은 쳐야 했다.
6월 이후에 나오는 풀은 그냥 두었다가 7월과 8월에 두 세번 예전처럼 예초기로 베어주려고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모두 인력난 때문이고 셋째 이유는 내가 늙었기 때문이다. 20년 전 처음 농사를 지을 때는 하루에 3천 평도 예초기를
매고 풀을 종일 깍았다. 그래도 다음 날 또 농사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하루 종일은 커녕 오전만 예초기를 매고 풀을 깍아도 오후는 무조건 쉬어야 하고 다음 날도 몸이 개운하지는 않은 것이다.
더구나 시골에 인력난이 심해진 이후에는 이제 안사람과 둘이서 적과작업을 해야 하니 그 사이 풀을 깍을 여유와 체력은 도무지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이미 10년도 더 전에 경북 군위에 사는 사과 명인 홍성일 씨 과원에 들렀을 때 바스타라는 제초제가 뿌리나 잎, 사과열매에 잔류가
되지 않으니 이제 적어도 나무 밑에 만이라도 제초제를 쳐서 노동력 절감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 나도 그 대열에
합류를 하게 된 것이다.
올해 제초제를 쳐보니 두 가지 점에서 이점이 있었다. 첫째, 예초기를 매고 수관 하부를 깍을 때보다 몇 배나 힘과 시간이 절약되었다. 둘째는 5월과 6월은
사과 꽃과 열매, 신초가 성장하는 초기인데 풀을 키워 일일이 예초를 할 때는 양분 경합이 심해서 나무의 상태가 늘 썩 좋지는 않았고 거름과 물을 충분히
준다고 했어도 늘 부족했는데 수관 하부에 제초제를 쳐서 풀을 잡으니 나무의 상태가 예전과 달리 아주 건강하고 사과열매의 비대도 훨씬 좋은 형편이었다.
아마 지구상에 친환경(무농약과 유기농 농사) 농업을 하지 않는 모든 과수 농가는 적어도 나무 아래 만큼은 제초제를 사용하여 풀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야 이제까지 무농약 인증과 관계없이 제초제를 이용하지 않았으나 과연 인증도 없이 스스로 나처럼 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아무튼 나의 오랜 농사 숙원(대개의 귀농인들이 그러하지만), 무농약 농사는 이제 더는 시도할 마음이 없을 만큼 나의 농사는 후퇴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어쩌는 수가 없다. 이러다 누구처럼 폐농을 하게 된다면 그게 무슨 덕이 되겠는가.
비록 제초제를 치게 되었지만 농약방제는 관행농사의 절반 정도 혹은 조금 더 치는 수준에서 관리를 해나가려고 하고 있다. 어쨌든 그 모든 농사활동이
모두 비용이고 노동력이니 사실 덜 드는 농사를 누군들 짓고 싶지 않겠는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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