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니 몸과 마음이 다 지친다. 올해도 이 놈의 사이더 공장에 큰 돈을 들여 장비를 보충하게 되어 안그래도 빠듯한 경제에 마음이 두근두근 경황이 좀 없다. 사이더는 언제 나오느냐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듣다보니 마음은 바쁜데 그런데 이게 허가를 받아야하고(국세청), 포장지를 디자인 하고 또 제작해야 하는 일정이 있는 일이라, 또 이 모든 것을 나 혼자(아주 옛날 직장에서 일이 다 분담되어 있어서 각자 자기 일만 하면 퍼즐처럼 프로젝트가 완성되던 시절이 그립다) 하다보니, 게다가 농사일!은 어느새 닥쳐왔고...
아무튼 더디게 더디게 일은 진행되어 이까지 왔고 이제 다음 달엔 출시를 한다. 그 전에 온오프 마케팅에 대한 생각과 작전을 좀 짜야 하고. 올해 사과농사는 홍로는 해거리가 와서 거의 사과가 없고, 부사는 예년 작황은 되서 다행인데 5월이 아주 가물어서 다행히 아직 병해가 없고 물은 넉넉히 줄 수 있으니 나무 생육 상황은 좋다. 그리고 2년을 해오던 무농약 사과 인증은 올해 포기했다. 지난 2년 고생만 하고 결국 좋은 결과(무농약 사과 수확)를 얻지 못해 손해만 잔뜩 보고 이곳에 올때부터의 소망이던 무농약 혹은 유기농 농사는 농사 시작한 지 20년 만에 완전 포기. 그저 저농약 인증 수준으로 농사 짓는 것으로 최종 결론.
가공을 하니 뭔 서류 작업과 교육 등 작업 이외의 일이 그리 많은지. 도무지 혼자서 다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듯 하다. 아들이 돌아와서 같이 이 일을 한다면 가장 바라던 최고의 상황이겠으나 현재로선 난망. 사과사이더 이름을 최종적으로 독일식으로 아펠바인(Apfelwein)으로 정하고 일단 750ml 병은 이 이름으로 가기로 했다. 이번에 나오는 두 종류는(미디엄 스윗. 드라이) 모두 스틸. 탄산이 들어간 아펠바인 스파클링은 빠르면 7월, 늦어도 8월엔 나오게 될 것 같고 330ml 병에 담긴 사이더는 이름을 애플락(Apple Rock) 하드 사이더(Hard Cider)로 정했다. 이것도 잘 하면 8월에 나오게 되겠지만 몇 가지 더 생각해볼 게 좀 더 있다. 얘네들은 모두 스파클링.
올해 내 계획대로 재정 상태가 잘 굴러간다면(지금은 엉망이지만) 올해 안에 증류기를 수입해서 겨울에는 좀더 다양한 제품(브랜디는 숙성을 최소 1년은 해야 하니 내년 연말에나 나온다)을 시험해볼 수 있다. 또 이번에 장비가 제 때 수입되어 오면 블루베리 와인도 좀 해볼 생각인데 블루베리는 6월이 수확철인데 장비는 아마 7월에나 가능할 것이다.
이번에 나오게 되는 아펠바인(영미권에서는 사이더, 특히 미국에서는 알콜이 들어있는 것을 따로 하드 사이더라고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시드르, 스페인에서는 시드라, 독일에서는 apfelwein-아펠이 사과, 바인은 술-이라고 칭하는데)은 스틸이라 좀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그동안 주변에 시음을 권한 바로는 뒷맛이 좀 맹하다는 평이 지배적인데 이는 일단 알코올 도수가 6%이고 또 우리나라 사과 품종의 한계(탄닌 부족)라 어쩌는 수가 없는 노릇이다. 물론 나는 이에 대비하여 따로 작년, 올해 작업해놓은 일이 있는데 일단 내후년에나 결실이 되니 그때되면 술맛이 좀 달라지려나?
그래도 사과 특유의 시큼하고 씁쓸한 맛은 잘 드러나게 만들어서 의외로 좋은 평을 해주는 이도 있고 하니 그간 이런저런 노력이 아주 헛되지는 않은 듯 하다. 여전히 사이더 책을 계속 사서 틈틈이 읽고 있고 또 이번에 만들면서 시행한 작업들에 대해 되새김질도 계속하고 있으니 앞으로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자찬을 해보면서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고 이렇게 혼자 독학으로, 소위 검정고시파로 술을 만들어도 되는가 의구심도 나고. 그래서 이번에 가양주연구소에서 개설한 증류주 과정에 거금의 수업료를 내고 등록을 했다. 나도 좀 학연을 쌓아보고자.
올해 발효탱크를 추가로 구입하고 또 750ml 전용 탄산병입기를 다시 구입해야 해서 일단 이것만 들어오면 그리고 라벨과 리플릿 등만 잘 만들어지면 어쨌든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서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볼 생각이다. 또 작년에 신청한 특허건, 식이섬유가 풍부한 사과즙 제조 방법, 이것이 이번 여름에는 결론이 나올텐데 다행히 특허를 받게 되면 올 가을에는 이 제품 파우치를 새로 제작, 이것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다.
오늘(23일) 낮에 옆 산에서 뻐꾸기 우는 소리를 올해 처음 들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구나 하는 느낌. 밤에는 우리 골짜기에서 소쩍새 울음 소리가 밤새 유난하다. 이러저러 또 하루가 가고 계절이 가고 이러면서 늙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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