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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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때까치 지상엔 고라니

  • 길벗
  • 2024-07-24 0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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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때까치 지상엔 고라니...

올해 내 사는 홍천 서석면엔 장마가 순하다. 지난 몇 년간 매년 장마와 큰 비로 농사에 피해가 컸는데 뉴스에 보기로는 올해는 수도권, 경기 북부, 전남과 서해안 지역에 비가 많이 온 것 같다.

어제 비가 안오고 오후엔 해가 나길래 급히 부사 사과밭에만 긴급 방제를 했다. 부사(후지) 일부에 응애도 발생했고 올해는 정규 방제를 잘 하고 있는데도 부사나무 일부에 점무늬낙엽병이 온 때문이다.

예전에 사과 교육받으러 가서 듣기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가 되는 과일, 사과..포도.복숭아 중 사과농사가 제일 까다롭고 힘들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매년 병충해 발생 양상도 다르고 생각지도 못한 피해를 입기도 하는데 올해는 벌써부터 조류 피해가 있다(사진). 대개 사과가 익어가는(맛이 드는) 8월 하순경부터 새가 달려드는데 올해는 벌써 사과를 쪼아먹는다.

게다가 이른 봄에 조금 피해가 있다가 그치는 고라니 사과잎 따먹는 일이 올해는 지금도 매일 일어나고 있다(사진). 둘 다 대책이 없다.

사실 새 피해를 막고자 그간 안해본 일이 없다. 당시로는 큰 돈(6백만 원)을 들여 사과밭 위에 그물처럼 종을 매달아놓고 자동으로 일정한 시간마다 종을 흔드는 시설도 했었다. 시간 간격을 불규칙하게 하여 새들이 종소리에 익숙치 못하도록 특허까지 받았다는 장치였다. 그나마 한 3년 잘 썼는데 결국 기계 이상으로 고물이 되어버렸다. 납품한 회사는 오리무중.

바람으로 인형을 춤추게 하는 것도 했었다. 이것은 여러대를 사서 사과밭 고랑에 군데군데 놓았었다. 그러나 곧 무용지물. 새들이 머리가 좋다. 지금도 수확철에 쓰는 폭죽이 그나마 즉시 효과는 있다. 그외 종이로 만든 독수리 모형, 일정한 시간마다 삑삑 소리를 내는 거, 과원 위에서 큰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장치(시디를 낚시줄로 매달아둔다) 등등 과수원 하는 농부들에게 새 피해를 줄여주는 장치를 개발하는 분들의 노력이 가상하다.

고라니와 멧돼지 피해를 줄이려고 지자체에서 농가에 전기목책 지원사업을 했었다. 나도 당근 그 넓은 사과밭 둘레에 했었다. 1년만에 무용지물. 시설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게 정상작동이 되도록 관리하는 품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목책기 전기줄 아래 풀을 잡아야하는데(풀이 자라 전기줄에 닿으면 방전이 되어서) 그러자면 제초제를 쳐야 하고 근데 그 넓은 곳을 관리하자면...

결국 중고 그물망(어부들이 쓰고 버린 것)을 잔뜩 사서 사과밭 둘레에 쳤는데 중간중간 말뚝을 박고 케이블 타이로 묶고, 그러나 고라니와 멧돼지는 가볍게 아니 무겁게 통과. 다행히 멧돼지는 지난 몇년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다 철망을 둘렀지만 비용 문제로 일부 사과밭에만 설치. 그런데 철망 아래에 땅을 파서 구멍을 내고 드나드는 놈은 너구리. 이놈들은 사과밭에 들어와 나무 아래에 똥을 잔뜩 싸지르는 추한 행태를...

그외 두더지는 사과나무 뿌리를 갉아먹고 뿌리 주변에 공기층을 만드니 사과나무 고사. 두더지가 진동에 약하다는 사실에 착안, 땅에 박아두고 전기로 일정 정도 진동을 일으키는 장치도 상품으로 나와있다.

사과농사 23년째 하면서 내 결론은 그저 되는대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속 끓이지 말고 이방원의 하여가를 부르면서 사는 것. 때까치와 지빠귀가 가장 큰 피해조류인데 이놈들이 기특한 건 그나마 한번 쪼은 사과를 끝까지 먹는다는 것. 다만 수십마리가 떼로 몰려오니 피해가 크다.

제초작업도 일단 끝나고(물론 장마 끝나자마자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이젠 양조장에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몸과 맘이 다 바닥이구나...

<7월 22일 페북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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