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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 기간에 이 책을 다 읽었다. 그외 다른 책도 병행해서 틈틈히 봤다. 맨날 책만 읽으면 뭐하냐고... 도대체 길벗애플사이더는 언제 나오는가. 지인들의 궁금증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
10년도 더 전에 그냥 주문해서 읽었던 <로버트 몬다비> 자서전에 이 사람, 그르기치가 나온다. 몬다비 와이너리에 와서 와인의 질을 혁명적으로 올려놓았던 사람, 크로아티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이 자서전의 주인공 그르기치다.
자서전, 평전 읽기를 좋아한다. 한때 출판사를 했을 때는 사실 한국 최초의 평전, 자서전 전문 출판사를 하고자 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만석꾼 아버지도 없고 30년 전에는 지금 같은 엔젤 투자자도 아예 존재하지 않았으니 쬐끄만 돈을 가지고 출판을 시작한 사람에게는 그저 꿈과 이상이었을 뿐이다. 1990년, 내 나이 28살의 일이었는데 그때 나는 이미 스티브 잡스의 평전(자서전)을 내야한다고 기획했던 사람이다. 물론 그외에도 아주 기발한(?) 기획이 몇 개 있었는데 아무튼 만 1년도 못한채 사업을 접고 대기업 홍보팀으로 팔려갔다. 아니 갈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원고 계약을 맺은 사람들(모두 선인세 내지 번역료를 주었는데)이 네명, 그런데 단 한 사람도 계약했던 날짜에 원고를 넘긴 사람은 없었고 계약금은 그대로 사라졌다.
각설하고 술을 만든다는 것, 이 책에 나오는 그르기치처럼 고향 크로아티아에서 어린 시절부터 와인을 접하고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하고 미국으로 건너와서 운좋게 이런저런 와이너리에서 기초를 닦고 또 실습을 오랜 기간 한 끝에야 마침내 장인의 반열에 들어선다는, 그만큼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것.
책의 표지에서처럼 1973년 파리의 심판 주인공이 바로 이 그르기치다. 그가 만든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가 파리에서 프랑스 유수의 와인을 물리치고 1등을 차지한 것이다. 이 역사적인 사건을 계기로 비로소 미국의 와인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로버트 몬다비 같은 이는 나중에 억만장자가 되었다. 나파밸리, 언젠가 가보겠지만(지금은 투어 프로그램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이 책에서 결국 내가 얻은 귀중한 결론은 두 가지.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토로할 것이다.
어쨌든 나는 뒤늦게 양조에 뛰어든 사람이고 한계가 분명하겠지만 다행한 것은 애플사이더는 포도로 만든 와인처럼 그렇게 심오한 세계가 아니라는 것과 그리고 인터넷과 아마존, 구글링을 통해 모자란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충할 수 있다는 현세계의 상황이다. 이 겨울 몇 권의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고 또 새로운 사실을 깨닫기도 하면서 각오를 세우고 있다.
양조는 결국 시간의 조화이고 자연과의 대화이고 인간 성실성의 복합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면 봄에는 길벗애플사이더가 나올 것이다. 어쩌면 거칠고 기대 이하의 품질이 나올런지도 모른다.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다행스런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 밤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스트레스와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어느새 봄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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