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마지막 날 제초 작업한 뒤 과원

5월 하순 홍로 과원

이제 작은 밤톨만하게 큰 사과
1차 적과를 마쳤고 2차 적과도 며칠 더 하면 일단은 마무리.
이웃집에 와 있는 동남아 인력에 올해 우리 집에서 기거하며 일손을 돕는 필리핀 계절 근로자 그리고 나, 가끔 안사람도. 홍로가 일부 해거리가 와서
일손은 줄었지만 속은 쓰리다. 이렇게 들쑥날쑥하면 안되는데 결국 작년 봄, 제 때 적과 작업을 못한 여파가 이렇게 올해 영향을 미치는구나.
올해는 이를 악물고 적과 작업을 하고 있다.
5월이 연중 제일 바쁘다. 적화와 적과 작업 때문이다. 우리 집은 인력 문제로 적화(꽃 따기) 작업은 하지 않지만 사실 능력만 된다면 꽃따기부터 시작하면
여러모로 이롭다.
올 봄, 5월은 자주 비가 오고 날이 서늘하여 사과농사엔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올해 같은 해에는 이상하게 다른 해에는 없던 병이 또 창궐한다.
전국적으로 부란병이 매우 심하게 발병했다고 하는데 우리 과원도 처음 겪는 난리를 치렀다. 사실 부란병 걱정은 그동안 안했는데 너무 약을 안치는
습성 때문에 어쩌면 이렇게 한번에 겪는 것인 것도 같다.
무농약 3년 했던 것이 여러가지로 과원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역시 상업적인 재배에서는 농약 없이는 이렇게 되가는구나 하는 자괴감도 든다.
노지 재배이다보니 그저 자연의 조건과 영향 따라서 작황이 매년 달라진다. 다만 인간은 거기에 맞춰 나름 애를 쓰는 것 뿐이다. 다행히 잘 맞으면
수확이 늘고 실패하면 예상보다 어려운 지경이 된다. 늘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농민들이 어쩌면 그래서 최악의 상황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현실 순응적인 성향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봄에 안좋았던 것이 여름, 가을에 복구되는 수도 있고
봄에 좋았던 것이 수확까지 계속 이어지는 것도 내 맘대로 안된다는 것을 잘 체득한 때문인 것이다.
어찌보면 인생도 농사와 같은 것이다. 그저 자연과 사회의 큰 굴레 속에서 정해진 시간을 살아가는 미물인 것이다.
겸손은 힘들어 노래도 있지만 조금만 머리를 쳐들어도 곧 뒤이어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5월의 시골은 한없이 좋다. 한낮의 더운 기운도 즐길만한 정도이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과 한껏 피어난 녹색의 들판과 정원을 보는 것도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저 이런 날씨와 시간만 계속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은 마치고 저녁에 잠깐 듣는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품을 듣는 것도 똑 이 시절에만 느끼는 남다른 감흥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의 고된 노동은 저녁 식사 후에 곧 잠자리에 들게 하고 대신 일찍 일어나 새벽에 듣는 새소리는 얼마나 명징한지.
모든 것을 잊고 그저 내가 이 지구에 살아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기쁘게 느끼는 시간이다.
이런 짧은 순간들, 즐김들이 5월에만 뭔가 다르게 다가오는 시간들이다. 5월에는 한낮 과원에서 적과 작업을 하면 이산 저산에서
뻐꾸기 소리가 종일 들려온다. 그 사이 검은등 뻐꾸기 소리도 이중주로 나선다. 골짜기에 있는 과원은 푸르른 하늘과 가끔씩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뻐꾸기 소리까지 모든 감각이 다 살아서 나의 시간을 채운다.
이제 6월, 할 일은 갈수록 많아진다. 아직은 혼자서 다 감당해야 하는 일.
작년에 선정된 농촌자원복합산업화 지원사업의 실행 공문이 이제사 왔다. 이제 시음장을 짓고 장비를 사고 해야 한다.
농사에 더해, 양조장에도 할 일이 많은데, 이 사업을 통해 건축까지 올해 할 일 복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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