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고된 나날들

  • 길벗
  • 2021-06-08 2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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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풀을 깍고 동시에 적과(열매솎기) 작업을 해왔다. 약 일주일. 동네에 와있는 외국인 인부 두 명을 데리고(이제 더이상 동네 사람들을 일당 인부로 쓰는 일은 없다. 모두 고령자이기도 하려니와 사다리를 타야하는 힘든 사과밭 작업을 더는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일손 자체가 구하기 어렵다. 혹 있다고 해도 그이들은 장기간 일을 맡겨주는, 예를 들면 파밭이나 인삼밭이나 남의 집 정원 가꿔주는 일이나 그것도 조장을 두고 무리를 지어 대절 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우리같이 길어야 열흘, 일주일 정도 하는 일에는 오지를 않는다) 꾸역꾸역 해냈다. 어제부로 일단 일차 적과를 마무리했는데 올 봄 뒤늦은 냉해로 홍로사과밭이 작업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나마 이렇게 일찍 끝이 난 것이다. 예년에는 하루 5~6명이 와서 열흘씩 보름씩 했었다. 몇년 전에 과수농사에 저농약 인증이 없어지고나서 다들 이제는 나무 아래에 제초제를 치고 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사과농사꾼들은(예전에 어쩔 수 없이 저농약 인증이라도 받아야 하니까 마지못해 풀을 깍던 이들) 이제는 모두 바스타라는 제초제를 친다. 제초제를 치면 나무 아래가 맨흙으로 드러나 일단 양분 경합이 없어서 영양분 공급에 유리하고 풀깍기 작업과 비교해 말할 수 없이 간편하고 빠르다. 이 사진의 밭은 몇 그루 밖에 없는 양광사과밭.
 


이제 수령이 십 년이 훨씬 넘은 부사 사과밭. 옆은 올 봄 심은 핑크레이디 품종 묘목밭인데 일일이 예초기로 모두 베었다. 사과나무 열간은 사진에 보이는 승용예초기로 깍으니 예전에 보행예초기로 제초할 때보다 몇 배는 속도가 난다. 역시 농사는 장비싸움이다. 그러나 나무 아래는 일일이 등에 지는 예초기로 풀을 베어야 한다. 20년 전에는 나도 하루에 3천 평을 예초기로 풀을 벨 수 있었다. 종일 예초기를 돌리고나도 다음 날이면 몸이 거뜬했다. 그때는 열간도 모두 예초기로 베어야 했으니 지금보다 일량이 몇 배는 많았을 것이다. 다들 나무 밑에는 제초제를 친다. 나보고도 누가 미련하다고 아직도 그 나이에 예초기질을 한다고 혀를 찬다. 사과나무 생육에도 별 도움이 안되는 나무 밑 풀을 제초제로 잡으면 일단 몸이 편하고 농사도 편하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껍질째 먹는 사과>가 모토가 아니던가. 하긴 바스타 제초제는 잔류가 없다고들 하니 그거 친다고 뭐 큰 일이야 나겠는가마는 나는 아직은 그럴 수가 없다. 몇 년 전 내가 5월에 독일에 열흘 연수를 갔을 때 마침 집에 요양차 왔있던 큰 처남이 신나게 나무 밑에 제초제를 쳐서 풀이 누렇게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묘목밭에는 사실 예초하기보다 제초제를 치면 훨씬 생육에 도움이 된다. 하긴 아직 사과를 생산하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심은지 올해로 3년된 부사밭. 올 봄 좀 피해로 열 주 넘게 고사했다. 4월 초순에 날 더운 날, 독한 살충제를 예방 차원에서 몇 번 쳤어야 하는데 올해도 4월엔 일체 농약을 치지 않았다. 가능한 안치는게 나의 신조. 그러나 그 댓가는 컸다. 역시 혹진딧물의 역습이 거셌고 좀 피해도 컸다. 내년부터는 어차피 무농약 아닌 부사밭에는 일찍부터 약을 쳐야하겠다. 올해부터 무농약 하는 홍로밭은 사과가 늦은 냉해로 다 떨어져 나무는 건강하다. 사과가 많이 달리면 나무도 비실비실하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병해충에 약해진다. 그러나 사과를 달지 않으면 나무가 튼튼하다. 이런 자연의 이치....를 어찌 생각해야 하는지.

 

어찌어찌 일차 적과를 어제 끝냈다. 올 봄에는 비가 잦아 벌써 네번째 예초작업을 해야 했다. 게으르게 풀이 많이 자라면 한번씩 하는데도 그렇다. 홍로는 올해도 망했으나 다행히 부사는 적당하여 적과작업을 할 만 했다. 갈수록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 하긴 코로나만 아니면 동남아에서 계절 노동자들이 들어와서 일손을 보탰을 것이다. 작년 올해는 이 모든 것이 다 끊어져 작금의 농촌 일손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유럽처럼 계절 노동자의 순환이 아니면 이제 더이상 한국에서 규모있는 농사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나이 먹은 부부 둘이서 할 수 있는 농사라는게 입에 풀칠도 하기 어려운 것이 또 현실. 더구나 우리같은 과수 농사는 더 피해가 크다. 매일 수확을 해야 하는 오이, 애호박, 고추 같은 작물은 아예 불법 외국인이라도 고용해서 방 내주고 먹을 것 보태주면서 데리고 있을 수가 있다. 그러나 적과할 때 며칠, 수확할 때 며칠 일손이 필요한(그것도 대규모로) 과수 농사는 이제 갈수록 어려울 수 밖에. 하긴 경북의 누구는 5만 평 사과농사를 지으니 관광버스로 몇 대나 사람을 실어와서 적과 작업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라도 하면 또 가능한 것이 요즘 인력시장 현실.

올해부터는 나도 생과 판매를 포기하기로 작정하고 농사 중이다. 그러니까 와이너리 식 농사를 짓겠다는 것. 한국에서 사과, 배, 복숭아 같은 과일 시장은 생과가 돈이 되지만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기준이 요구된다. 크기, 때깔, 수량 등. 이 모든 것은 사람의 손과 규모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 결국 애써 농사 지어도 그 기준에 못미치면 들어간 비용에 비해 너무나 형편없는 가격을 받기에 그래서 농사꾼들은 내가 먹을 것 아니니까 과실의 외양에 큰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니 돈만 된다면 농약이든 호르몬제든 마구 칠 수 밖에. 이런 사정은 오이나 애호박, 무, 배추 등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주일 동안 매일 7시에 인부 둘 데리고 나가 저녁 6시까지 일하고 들어오니 이제 나이 탓인가 피로가 쉬 풀리지 않는다. 주말에 큰 아들까지 와서 손을 좀 보태긴 했는데 결국 오늘 아침엔 심한 몸살 기운을 느끼고 일찍 속초 온천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올 봄 어디를 맘 놓고 다녀보질 못했다. 아니 작년부터인가.

4월 초에 담근 사이더는 이제 발효를 끝내고 두 번의 랙킹을 거쳐 현재 후숙 중. 그 사이 서울식약청에서 식품영업허가(주류) 받으려고 준비도 좀 고됐거니와 이후 국세청에 내야 할 서류와 분석을 위한 술 준비도 해야 하는데 지난 일주일은 꼬박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주에 몰아서 이런저런 서류며 또 준비해야 하는 것이 좀 있다(이 와중에 지난 주부터 일 주일에 한 번 서울로 맥주 공부하러 다닌다. 중국에서 탄산 장비를 들여와 맥주처럼 탄산을 사이더에 넣어야 하니 이 참에 맥주공정도 공부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큰 아들이 와서 주말 이틀 내내 적과작업에 제초작업에 손을 보탰다. 틈틈이 다니는 회사 그만 두고 둘째 민이가 독일에서 안온다고 하니 너라도 와서 같이 이 농사를 해야겠다고 설득 겸 애원 겸 협박을 해댔다. 성격이 덤덤한 놈이라 크게 동요를 하는 눈치가 아니다. 그저 생각해보겠다고... 그리고 올해로 4년째 다니는 그 회사에서 자신의 진로와 계획이 아주 구체적이고 미래적이다. 그래도 개인회사에서 평생 일해봐야 뭐하냐고, 자기 사업을 하면 그 몇배의 보상이 있다고 꼬시면서 설득을 계속했는데 일단 연말까지 근무하고 그때가서 결정하기로 잠정 결론.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이가 서른이 넘은 아들이니 여기까지만 내 말을 하고 나머지는 저가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안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고 나머지 고민은 나 역시 그때 가서 하기로. 내가 아들에게 왜 와야만 하는지에 대한 여러 이유를 댔는데 그것을 여기서 피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그건 굉장히 나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견해가 섞여 있어서 그리고 우리 가족(조상)이 월남해서 남한에서 살아온 이민사가 곁들여진 문제라...

사이더 시음을 지인들과 몇 번 해보았다. 이제 서울에 사시는 신경아 선생 내외만 오셔서 테이스팅을 해주시고 품평을 해주시면 일단 결론이 날 듯. 그리고 탄산을 주입하는 식으로 만들려고 하니(사실 이 방법은 와인의 삼페인식으로 담는 방식과 또 샤르마 방식이라고 해서 와인을 탱크에서 탄산을 함유하게 하는 제조 방식에 비해 아주 격이 낮은 방식이다. 그러나 사이더는 사실 와인과는 격이 다른 평민의 술이고 편하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술인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프랑스에서는 물론 고급진 삼페인 방식으로 사이더를 만들더라만은. 그러나 이 방식은 비용과 시간이 무척 많이 든다) 탄산을 주입했을 때 과연 어떤 맛과 향을 풍길지 궁금 내지 걱정, 기대가 남아 있다.

물론 탄산을 집어넣지 않은 사이더도 만들 것이다. 몇 가지 버전을 생각 중이다.

다행히 오늘 온천에 가서 몸을 풀고 와서 오후에도 쉬었더니 몸이 가벼워졌다. 나이를 먹으면 지혜가 늘고 현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고집이 세지고 자기 일만 생각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안그래도 급한 성격에 조바심도 더 많아졌다. 그저 매사에 조심해야지, 겸손해져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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