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한 해를 보내며(2)...

  • 길벗
  • 2019-12-31 09: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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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현 선생의 간디유정란 농장 입구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사진 한 장을 찍혔습니다.


두번째 들른 동물복지 인증 유정란 농장에 있는 계란 세척기. 천만 원 가까이 하는 이 기계 외에 마킹기(계란에 날짜 찍는 기계)도 구입해야 한다고 합니다.

세모에 멀리 산청에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새벽 5시 30분에 떠나 가는 중간에 두번 휴게소에 들렀더니 11시 거의 다 되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산청에는 유정란을 20년 넘게 키우는 최세현 씨가 있습니다. 그 분을 만나뵈러 굳이 먼 길을 간 것입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이 분은 이제 겨우 두번째 얼굴을 뵙는 분입니다. 페이스북에서 소위 말하는 페친으로 알게 되어 오래 전부터 닭 키우는 일에 제가 관심을 보이다가 작년 2월에 처음 찾아가 뵈었습니다. 소위 자연양계 즉 야마기시 양계로 키우는 방식을 일찌기 배워서 간디학교 옆으로 귀농하여 현재까지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동물복지 관련해서 이웃에 최근에 인증을 받은 분을 소개해주시겠다고 하여
찾아갔습니다. 물론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닭 키우는 경험담을 또 들었습니다. 한번 만날 때마다 한 가지는 꼭 배우게 되는군요. 가까운 곳이라면 자주 찾아가서 많은 이야기를 들을텐데 좀 아쉽습니다. 어쨌거나 자기의 경험과 노하우를 남에게 알려준다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최세현 선생은 속이 툭 트인 분이라 하겠습니다.

최 선생이 소개해준 근처 함양의 산란계 농장에 들러서 동물복지 인증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고 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이러저러한 인증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진 한심한 기준이 많다고 느꼈고 또 규제만 까다롭게 만들어 결국은 실효성을 잃어버리는 듯 했습니다.

앞선 글에서도 밝혔듯이 올 가을 들어서면서 지금까지 여러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내년에 현재 닭 규모를 늘리고 그러기위해서 계사를 정식 건축물로 지어 동물복지 인증과 농장 해썹 인증을 받을까 하는 것입니다.

현재 사과농사는 갈수록 인력난에 더는 규모를 확장하거나 잘 짓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기왕에 하는 산란계 농사를 조금만 더 규모를 늘려 안사람 부담을 덜어주고픈 생각인 것입니다. 규모를 늘리는데 일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은 모순인데 결국 규모화해서 외부 인력을 한 두면 고용함으로써 현재 혼자서 모든 일을 하는 안사람 일을 분담한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늘어난 규모 만큼의 판매처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간 지난 2년간 이런저런 양계장을 몇 군데 견학을 해보았으나 제 의견으로는 우리 집 만큼 닭 사육 환경이 좋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다 나름의 특징이 있었지만 일단 자연환경과 사육환경 만큼은 우리 닭장이 비록 비닐 하우스지만 비교할 수 없이 넓은 풀밭(사과 과수원)을 자유방목장으로 가지고 있고 사육개체수와 공간의 비율도 월등히 높아 청결함에 있어서도 가장 뛰어났습니다.

이런 기조를 그대로 지키면서 사육마릿수만 좀더 늘려보려고 하는데 문제는 인증과 관련한 여러 시설들에 비용이 크게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현재 저희 길벗유정란 생산을 위한 사육여유 공간은 아직도 천 여 평 이상 빈 과수원 부지가 놀고 있어서 충분합니다. 이 유휴부지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쨌든 인증을 받으려면 건축과 그 안에 여러 기계장치를 해야 합니다.

내년에는 사과농사는 올해와 같은 규모로 그대로 하고 사정이 허락하면 유정란 생산시설을 신축하여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큰 일이 될 것입니다. 사과식초는 년초에 여러 생협을 돌며 고정 납품을 타진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올해 생산된 가공용 사과가 충분하여 이 정도면 내년 여름까지 계속 식초 생산을 하여 재고량을 5톤 가까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식초가 꾸준히 판매되어야 이 재고량도 적정하게 유지될 것인데 생협과의 거래가 관건입니다. 직거래 주문은 끊이지 않고 오지만 그 수요가 매우 한정적이라 큰 매출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독일에 있는 둘째가 하고 있는 일이 내년 여름에 일단 종결이 되면 귀국을 하던지 아니면 대학원에 진학하여 1년 더 석사과정을 밟을런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이후엔 한국으로 돌아와서 저와 같이 농사를 지으면서 자신의 전공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펼쳐나가기를 기대를 하는데 아직은 저만의 생각입니다. 저는 둘째가 저와 같이 이 농장을 해가면서 자신의 일도 하고 그러면서 대를 이어 이 농장을 꾸려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만 아직 깊은 얘기는 못해봤습니다. 내년 4월에 올해에 이어 한국 공연을 또 며칠 온다고 하는데 워낙 시간이 빠듯해 그 기간에는 깊은 얘기를 할 수는 없고 투어가 모두 끝나는 여름에나 머리를 맞댈 수 있을 것입니다.

매양 오고가는 새해와 지난 해이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실감이 갈수록 더 나는 것이 좀 우울합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젊을 때보다는 쇠약해진다는 생각에 그런 것인데 우리가 자연 속에서 사는 유한한 존재라 모든 자연의 이치를 잘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성현의 말씀을 보면 인생에서 욕심을 버리는 것이 큰 과제인데 저의 행보가 혹 욕심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은퇴해야 하는 나이인데 오히려 그 전보다 하는 농사가 더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오시는 모든 길벗 님들도 새해 건강하시고 소원하시는 모든 일 잘 이루시길 기원드립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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