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밤새 눈이 조금 내렸습니다

  • 길벗
  • 2019-12-23 16:50:09
  • hit249
  • 220.70.178.189

12월 23일 아침, 집 올라오는 골짜기 길입니다. 눈이 오면 비짜루를 들고 400m 정도 되는 이 길을 다 쓸어야합니다. 처음엔 그렇게 하지만 나중엔 차 바퀴 지나는 부분만 넉가래로 치우기도 합니다


방은 작아도 있을 건 다 있다는...

다시 내 방에 들며...

동짓날이다. 일년 중 낮이 제일 짧은 날. 이제부터는 다시 해가 길어지니 새해가 되겠다. 그러니 나이도 한 살 더 먹게 되는 것이다. 이루어놓은 것도 없이 시간은 물 같이 흐르고 나이는 바람처럼 지나간다.

이십 년 만에 내 방을 얻었다. 2001년 이곳에 내려와서 손수 허름한 집을 짓고 방 세 개를 들였는데 아버님을 모시고 살았으니 아버님 방, 아이들 방, 우리 부부방 해서 거실에 책장을 놓고 그 한켠에 조그만 책상을 놓아 컴퓨터를 올려두고 일을 보아왔던 것이다. 그러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방 도배를 다시 하고 전등도 새로 달았는데 병환이 있던 큰 처남이 와서 3년을 살다 지난 2월에 그도 세상을 뜨게 되어 지난 반 년 넘게 빈 방으로 있었다.

겨울이 되니 시간이 좀 여유가 되어 며칠 전 거실에 붙박이처럼 있던 책상과 데스크 탑을 이 방으로 옮기고 창고에 처박혀있던 빈 책장 하나도 가져다놓고 거실 바닥에 뒹굴던 책 몇 권도 다시 꽂아놓았다.

어릴적 강원도 촌에 살 때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니 엄마가 문간에 세주던 방을 비워 내 방으로 만들어주고 의자가 달린 책상도 마련해주었다. 그전에는 안방에서 식구가 모두 살았고 구석에 앉은뱅이 책상이 나의 공부책상이었다.

이 방은 3mx3m 길이의 방이다. 3평이 채 못되는 크기이다. 침대 없이 혼자 살기엔 딱 맞춤한 사이즈다. 물론 공간의 크기에 대한 개인의 기준을 무시하는건 아니다. 내 생각에 그렇다는 것뿐.

이제 이 방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농사꾼에게 방이 뭐 따로 필요한가. 다만 거실에서 안사람이 tv 연속극 보실 때 내 거취가 좀 신경 쓰이는 일이 줄어들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대만족. 그리고 농번기에는 이 방에서 무얼 할 일이 없겠지만 지금 같으면 kbs 클래식 fm을 맘껏 들을 수 있다는 정도.

암튼 최근에 주변 사람들 하는 얘길 들어 보니 나이 들수록 부부간에 서로 안보고 사는게 젤 큰 행운(?)이라는데 거기에 나도 조금은 끼이게 되는건가. 하긴 그래봤자 문 열면 바로 거실. 별채도 아니고. 췟.

생각이 많은 올겨울이다. 나이 들수록 삶이 간소해지고 간단해지고 편해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정 반대. 마치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 와서 살면 세상 걱정 안하고 단순하게 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는 누구의 말처럼 나이 먹는다고 편해지진 않는거 같다. 나이를 공짜로 먹어서 그런가.

겨울엔 밤도 길고 딱히 긴한 일도 없으니 늦잠을 자고 싶은데 어김없이 새벽 5시면 눈이 떠진다. 지난 여름 안사람이 아픈 바람에 일을 하기 어려워 그참에 생계대책으로 키우는 알 낳는 닭만 남기고 집에서 애완으로 기르던 양이며 미니돼지를 모두 남에게 주었다. 그후에 많이 후회를 했다. 거두기 힘들어도 계속 같이 지낼 것을... 일찍 일어나면 그놈들 모이를 주러 다니며 하루를 시작했을텐데 지금은 슬쩍 닭장에만 다녀오면 끝이다.
언제 또 기회가 되면 다시 들이고 싶은데 집에 가축이 많으면 도무지 내 시간을 쓸 여유는 없어진다. 그리고 경제적 이윤을 주는 것은 몰라도 순수한 애완은 여유가 많은 집이라야 가능할 것이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