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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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온다, 넋두리...

  • 길벗
  • 2018-12-09 07: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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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면 이렇게 비짜루와 넉가래를 이용하여 집 올라오는 골짜기 400미터 길을 치워줘야 한다. 하지만 눈이 많이 오면 포기... 그 이후엔 빙판길을 겨우내 다녀야 한다.


가깝게 지내는 이웃 박 선생님 댁 작업실에 조그만 트리가 불을 밝혔다. 어느새 또 한 해가 간다.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는 가운데 며칠 전 그간 미뤄오던 닭장 온수 급수 파이프에 니플을 설치하고 열선까지 감아줬는데...

한낮에도 영하 3~4도를 유지하는 닭장 안이라 파이프에 온수를 흘려줘도 니플이 되는 것도 있고 꼭지가 언 것도 있고 그런데 문제는 이 니플을 첨보는 닭님들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구시대 물통을 더 선호한다는...

그래서 이 겨울에도 하루 서너번씩 물조루에 온수를 담아 물통에 물 주러 닭장을 오가는데 그때 뿐, 오후가 되면 물통에 얼음이 어는구나...

어쩌다 작년 시월 병아리 250마리를 받아 시작한 산란계 농사, 사과농사만 질 때는 지금이 꿀 같은 탱자탱자 한량 놀음이었는데 가축을 거두니 하루도 맘 놓고 쉴 수가 없구나...

자업자득. 눈 오면 골짜기 올라오는 4백 미터를 비짜루와 넉가래로 쓸고 밀고 오전 시간은 그냥 가는데 어쩌다 10cm 이상 오면 만세를 부르고 그때부터는 빙판길을 겨우내 오르내려야 한다. 올해도 안사람과 수입 제설기를 사니마니 입방아만 찧다가 끝나는 듯...

세모에 돌아보니 올해 사과농사는 시작한 이래 최대의 흉작이었고 그 원인은 결국 나에게로 귀착. 물론 봄 냉해, 여름 폭염, 가을 장마비에 도리가 없었다고 변명을 하지만 그 와중에도 풍년 농사 지은 농부를 보니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듯...

재작년 그간 15년의 귀농을 돌아보고 활로를 찾고자 고민 끝에 작년부터 새로운 일을 벌이는데 역시 세상에 쉬운 것과 공짜는 없는 듯. 앞으로 3년을 더 노력해야 겨우 계획했던 기본틀이 잡힐 듯 한데 이 또한 나의 생각이니 이루시는 분은 따로 있다고 바이블에 분명히 써있다...

엊그제 서울서 1년에 한번 보는 몇 명 되지 않는 선후배들 모이는 망년회에도 못가고 시골살이가 갈수록 어째 여유가 더 없다. 나이는 들어가고 삼십대에 들어온 이 골짜기에서 어느덧 18년을 지나 이제 새해가 되면 연도와 같은 19년째. 근데 돌아보니 이룬 것 하나 없고 그저 세월만 축냈구나. 옛 말이 그른 것 하나 없다는 생각에 울컥. 그 시절 청년은 어디 가고 나이 들고 주름 진 얼굴이 거울 속에서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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