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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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3 -\'홍천사과축제\'가 열리기까지

  • 길벗
  • 2018-05-10 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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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사과 홍로 수확시기에 과원을 찾은 손님들


우리집 홍로 사과. 한번 먹어보면 다른 홍로사과를 찾기 힘들어진다는...

만연체가 되어버리는 글쓰기 버릇 때문에 주저리주저리 자꾸 떠들게 된다. 지나간 일을 회상해보니 상처 투성이다. 그리고 쓰다보니 ‘니 똥 굵다’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어딘가에는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소박한(?) 욕심이 있어 발동이 걸린건데 마저 정리를 해야겠다.
사실 홍천사과축제 준비와 진행에 내가 기여한 부분은 적다. 그저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신대륙 발견처럼 이 아이디어를 내가 ‘처음’ 냈고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해내서 결국은 어찌됐든 축제가 열렸다는 것에 점수를 준다면 그것은 인정받을만 하겠다.

그해 여름 그러니까 7월에 나는 이제 우리 홍천사과연구회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회의에서 또 주장을 했다. 무엇보다도 판매를 위해 그리고 년전에 어렵게 만들어놓은 각 분과(홍천사과연구회에는 사과나무 수형에 따른 3개의 분과가 있다)의 기술 정립과 회원 상호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이 건은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져서 논의 끝에 각 분과별로 각각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 법무사 사무실을 각자 선정하고 서류 작업에 착수했다. 나는 내가 속해있는 세장방추형 분과의 영농조합법인 이름을 ‘홍천제일사과영농조합법인’으로 하자고 했고 분회원들이 찬성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른 분과는 각각 홍천세형사과영농조합법인, 홍천하계사과영농조합법인으로 이름지었다.

이제까지 나는 내가 재배한 사과를 전량 직거래로만 판매해왔다. 다행히 매년 완판을 해왔고 갈수록 <길벗사과>를 주문하는 이들이 많아 판매에 큰 애로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같이 사과농사를 짓는 후발 사과농민들의 고민은 깊었다(허필홍 전 군수 임기 마지막 해에 홍천군에서 처음으로 사과재배 지원사업이 시작되었는데 뒤이은 현 노승락 군수는 임기 초반에는 전임군수의 시작사업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이해가 부족해서였는지 사과재배 지원사업을 대폭 축소해버렸는데 이 어려움을 어떻게 전환해나갔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에피소드를 쓰려고 한다).

그래서 홍천에서 사과재배를 하는 농민들의 사과 판매를 위해서 벤더들을 접촉할 필요가 있었고 또 대형판매처들을 상대하려면 우선 영농조합법인이 필요하다고 나는 판단했던 것이다. 사실 2013년 말에 그간 6년을 해왔던 홍천사과연구회 회장직을 내놓으면서 후임 회장단에게 앞으로는 연구회가 사과 판매에 대해 신경을 써서 운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별로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듯 했다.

내가 연구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역점을 두고 한 일은 우선 사과재배의 붐을 일으키는 것과(이것을 위해 허필홍 군수실을 매년 추석 때마다 내가 재배한 사과를 들고 찾아갔다. 지원을 좀 해달라고... 그러나 응답이 없었는데 2013년 그의 임기 마지막 해에 사과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책을 폈다) 회원들의 교육이었다. 내가 아는 모든 전국의 사과재배 인맥을 동원하여 각 수형별로 이름난 농장을 견학했고 유명강사를 모시고 강의를 들으려 애를 썼다. 지금은 형편이 좀 나아졌지만 그때만해도 나 만큼 전국의 사과동향과 재배명인을 아는 사람이 기술센터의 담당 공무원을 비롯하여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2016년 여름에 나는 홍천사과연구회 임원(세장방추형 분과 분과장)으로 매달 회의에 참석을 했고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임원회의에서 쏟아낼 수 있었다. 영농조합법인 결성 건이 순조롭게 각 분과별로 진행되는 동안 나는 7월에 짬을 내어 그간 생각해왔던 서울 대형마트 한 곳을 방문하였다. 그곳은 바로 연희동 ‘사러가마트’였다. 오래전부터 나는 서울 각 지역에서 대표적인 이런 개인이 운영하는 마트를 우리의 미래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즉 나 또는 우리 홍천사과연구회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서울에는 각 지역에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마트가 몇 곳 있으며 이들은 대기업 마트의 거센 침입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지역에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있는 곳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들이야말로 우리 홍천사과의 직거래 루트로 오래 전부터 여겨오고 있었고 이제 그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연희동 사러가마트는 대학 때 같은 써클에서 활동하던 동창 우상호 국회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터라 처음에는 도움을 좀 얻을까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같은 지역구에 새누리당 위원장으로 있는 이성헌 전 국회의원은 대학시절 가까운 선배이기도 했기에 그 형에게 손을 내밀까도 생각했었지만 일단 내가 먼저 부딪쳐보고 일이 잘 안되면 연줄을 동원해서 필요하다면 오너까지도 연결해서 만나볼 요량을 했다. 그래서 무작정 연희동 사러가마트를 찾아가서 매니저를 만났다. 상황 설명을 하고 우리 홍천사과연구회 세장방추형 분과 영농조합법인과 직거래를 트자고 제안을 했다.

그 매니저는 침착하게 나의 제안 설명을 다 듣고 나더니 놀라운 대답을 들려주었다. 자신도 강원도 사과 재배에 대해 얘기를 들었고 강원도 사과가 맛있다는 소문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관심은 있었는데 어떻게 거래를 해야할지 궁금해하던 차라는 것이었다. 내가 과일류는 가락동 시장 어디랑 거래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서울청과와 한다고 대답했다. 서울청과라면 한국에서 과일경매에서는 가장 거래 물동량이 큰 회사다. 나는 그곳의 사과 담당 경매사 김형식 씨를 아느냐고 물었고 매니저는 잘 안다고 답했다. 사실 김형식 경매사는 그 직전 우리 분과에 와서 도매시장의 생리와 사과유통에 대해 두시간 여 강의를 하고 간 터였다. 이는 우리 분과 회원인 신복교(홍천군 농업경영인연합회 회장) 씨의 수고로 이루어진 간담회였었다.

사러가마트 매니저와의 얘기는 잘 되었다. 그는 거래 조건으로 두 가지를 나에게 요구하였다. 첫째는 GAP 인증이었고 둘째는 공동선별이었다. 그때가 7월이었으니 당장 가을 추석사과부터 거래를 시작하려면 시간이 빠듯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담당 매니저가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줘서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가격은 서울청과의 도매시세보다 조금 더 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돌아와서 나는 회원들을 만나 의논을 했다. 공동선별장이 필요한데 그럴려면 당장 땅을 구입해야 하는데 회원들에게 마침 영농법인도 설립 중이니 이에 대한 의논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대략 예산을 세워보니 부지 매입과 선별장 건립에 최소 1억원 이상은 필요했다. 회원들 각자가 300~500만 원씩 내면 될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시작부터 난망한 일이었음이 곧 드러났다. 영농조합법인은 회원 각자가 출자금으로 30만 원을 내는 것으로 해서 다들 어렵지 않게 동의했지만 몇백만 원씩 걷는 것은 아무도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결국 회원들의 무관심과 외면으로 대형마트와의 직거래 사업 구상은 그것으로 끝났다. 아마 그때 사러가마트와 거래를 시작할 수 있었다면 이후 판매에 많은 발전이 있었을 것인데 아쉬웠다.
그러나 나는 그 해 가을에도 또 그 전이나 그 이후에도 내가 재배한 사과 만큼은 전량 개인소비자와 직거래로 완판을 해왔기 때문에 사과 판매에 내가 아쉬워서 이렇게 조합을 결성하고 또 마트 거래를 하려고 뛰어다닌 것은 아니었다. 다 우리 홍천사과연구회의 발전과 지역 사과재배 농민의 애로를 앞장 서서 해결해주려고 한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이 연구회를 발족시키고 초대 회장을 했다는 자부심과 홍천 최초의 전업사과 과수원으로 많은 시행착오와 고생을 하면서 키워온 사과가 이제는 군의 지원을 받는 공식적인 작목이 되었기 때문에 조금더 나아가면 지역에 대표적인 품목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의욕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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