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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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외양간을 바라보며...

  • 길벗
  • 2012-10-13 06: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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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외양간. 똥을 치우고 나면 앞으로는 창고로 쓰일 예정이다


둘째와 종일 삽으로 똥을 치우고 있다. 이젠 똥 치는 장비도 없고 마지막 작업은 이렇게 손으로, 몸으로 하고 있다

10월 초에 마지막 남은 소 네 마리를 처분했다. 소장수는 한껏 값을 싸게 불렀고 나는 적당한 가격에서 팔려고 서로 실갱이를 좀 했다. 요즘 소값은 파동 직전의 바닥 장세이고 앞으로 사료값은 더 오르고 소값은 더 내려갈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전이 없는 한 더는 소를 키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한우 값이 바닥을 치고 있음에도 우리가 한우 식당에서 사먹는 고기값은 내려가는 법이 없는데 이게 왜 그런지는 나는 잘 모른다. 다만 현재는 암송아지와 암소 값만 내렸을 뿐 수송아지는 그나마 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또 등급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도축장에서의 가격도 거세한 수소의 경우 여전히 제값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미국의 옥수수 작황이 최악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료값은 결국 미국 옥수수 가격에 따라 좌우 된다고 보면 내년에 사료값의 인상은 불 보듯 뻔하고, 현재 국내 한우 사육 두수가 일각에서는 350만두, 또 누군가는 320만두라고 한다. 그러니 내년에 한우 파동이 올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파동이 올런지, 아니면 이것이 오히려 국내 한우 산업의 최적화를 불러오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역전의 사태가 벌어질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농림부가 생각하는 적정 한우 두수는 250만 두, 재경부는 200만 두라고 하는데 이쯤되면 옛날을 생각하면 파동이 나도 벌써 났어야 하는데 이력제 덕분에 이만큼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긴 해도 한우 사육 두수가 너무 많다는 데에는 모두 이구동성이다.

현재 암송아지(6개월 령) 경매 가격은 50만~80만 원이고 수송아지는 150만~180만 원이라고 한다. 이런 가격으로는 인건비는 고사하고 사육비조차 나오지 않는다. 다행히 수송아지만 낳는다면 그래도 손해는 보지 않겠지만 암,수 구분을 해서 낳을 수는 없는 노릇. 우리집 암소는 올 봄에 두 마리 다 암송아지만 낳았다. 죽일 년들(?)이다. 이미 다락같이 오른 사료값에 볏짚 값에, 더하여 똥 푸는 나의 하루 일당도 나오지 않게 된 노릇이니 말이다.

그래서 몇 마리 되지도 않지만 소일거리로 키운다고 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럽고 실소득도 마이너스고 하여 이참에 정리하고 지난 몇 년 사이 계속 면적을 늘려 온 사과농사에 매진하기 위해 이쯤에서 접기로 한 것이다. 그간 우리집 한우 사육 규모는 열 마리 내외로 크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과밭에 소똥을 제공해주는 역할 만큼은 충분히 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웃집 우사에서 소똥을 받아 거름으로 재웠다가 쓰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한우 사육을 그만두니 섭섭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원한 구석도 있다. 소 몇 마리 때문에 사실 그간 집 비우기가 만만치 않았고 일 년에 여러차례 퍼내야 하는 소똥 치우는 작업도 부담이 되는 터였기 때문이다. 그간 소똥 푸는 데 이용해 왔던 포크레인은 수명을 다해 지난 봄에 고철값을 받고 팔았다.

앞으로 언제 또다시 한우를 사육하게 될런지 지금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앞으로 다시 시작하게 된다면 이제까지처럼 열 마리 내외를 기르기 보다는 백 마리 정도 대규모로 규모화 해서 키우게 될 것으로 본다. 이제 이 농업 분야에서도 무슨 농사를 짓던 규모화가 되지 않으면 소득이 나오지 않는 시대가 되버렸기 때문이다(지금도 백 마리 이상 키우고 있는 대규모 축산 전업농가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 규모를 더욱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래도 지난 7년간 많지는 않았지만 열 마리 내외를 꾸준하게 키우면서 한창 소값이 좋을 때는 가끔 목돈을 손에 쥐어 주었고 소 사육 기술과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특히 우리 과수원에 거름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우분을 제공해 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소 판 돈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있어서 사실 그대로 이곳에 적어 둔다. 암송아지 두 마리(둘 다 6개월령)에 150만 원, 암소 두 마리(한 마리는 열 세 살 먹은 늙은 소인데 50만 원, 나머지 한 마리는 오 년 된 소인데 200만 원) 모두 네 마리에 총 400만 원을 받았다. 만약 예전처럼 소값이 좋았을 때라면? 아마 1200만 원 이상은 받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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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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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김씨 2012-10-14
    우리 길 선생도 이제 규모의 농사를 얘기하네요. ㅎㅎ
    맞는 말입니다. 규모가 되면 몸 고생이 오히려 덜하겠지요.
    거기에서 나오는 돈이 모든 걸 해결을 해 줄 것이니 말이지요..
    농사의 목적이 돈이 되면, 농사 그 자체의 목적인 살림은 없어지겠지요.
    어려운 얘깁니다. ㅎㅎㅎ
  • 길벗 2012-10-14
    소농의 자급자족, 살림의 농업과 규모화를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농업, 형님 말씀대로 어려운 주젭니다. 한우 몇 마리 키운 경험을 가지고는 얘기가 어렵습니다만, 겨우 열 마리 내외의 소를 키우면서도 볏짚과 사료를 모두 사서 키웠습니다(볏짚이 나오는 논 농사가 없기 때문인데, 볏짚은 해결되더라도 요즘은 사료 만큼은 모두 사서 먹일 수 밖에 없지요). 그러니 한우값이 폭락하면 한우를 한 마리를 키우든, 열 마리를 키우든 바로 적자로 이어지니까요.... 제가 장래 소 백 마리를 키울 가능성? 전무합니다! ㅎㅎ
  • 김진화 2012-10-14
    길선생님!오랜만에 뵙습니다.제가 어릴때부터 저희 집에 농사에 쓰기 위해 암소 한마리를 길렀었는데 송아지를 쑥쑥 잘 낳았던걸로 기억하는데요.소사육이든 쌀농사든 예전 제가 어릴때 하던 방식대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것같습니다.시원섭섭하시다는 말씀이 가슴에 다가 오는군요.가을수확 잘 하시고 항시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 길벗 2012-10-15
    김진화 선생님, 오랫만입니다. 농사는 여전하시지요? 예전 방식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게 어디 농사 뿐이겠습니까마는 시대를 거슬러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때로 이 한적한 농촌에서도 갈등이 많이 됩니다. 건강하시고 가끔 들러 사는 이야기 올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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