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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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사과밭에 거름 내기

  • 길벗
  • 2008-12-12 22: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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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톤 세레스 덤프 트럭으로 묘목 사이에 거름을 부어 놓았습니다. 포크레인이 이 거름을 펴놓으면 트랙터로 다시 로터리를 쳐서 흙과 거름이 섞이게 됩니다


올 봄, 1백만 원 조금 더 주고 산 16년된 고물 덤프 트럭입니다. 이와같이 거름 낼때 쓰려고 산건데 오늘 그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포근한 겨울입니다. 지난 주에 와야리 사과밭 정비 작업을 끝내고
오늘은 그 밭에 종일 거름을 냈습니다.

집 앞 홍로 사과밭에는 그저께 오후 내내 제 1톤 세레스 덤프트럭으로
집에서 1년간 참나무 수피와 섞어 묵혀둔 우분을 일부 밭에 냈습니다.
나머지 홍로 나무들에도 계속 이 자가 우분을 낼 계획인데 오늘은 와야리 밭에
작업하기로 장비하는 이와 약속이 되어 있어서 그리 된 것입니다.

와야리 사과밭에는 현재 부사 묘목만 심겨져 있는데 작년 봄에 심은 이 묘목에
일부는 유박 거름을. 나머지는 농협을 통해 받은 발효 퇴비를 한포씩 주었습니다.
그리고 내년 봄에 그 옆에 새로 심을 묘목 자리(지난 주 흙을 부어 놓은)에는
오늘 발효되지 않은 생똥(왕겨와 우분이 섞인)을 깔았습니다.

겨우내 눈과 비바람에 삭아지면(?) 봄에 트랙터로 로터리를 쳐서 흙과 뒤집은 뒤
4월 초중순 어느 날 묘목을 식재할 계획입니다. 원래 과실 묘목은 1년 전에 이렇게
거름을 넣은 뒤에 그 위에 풀씨를 뿌려 가을에 그 풀을 베어서 흙과 뒤섞어 놓았다가
그 다음 해 봄, 즉 2년차에 묘목을 심으라고 책에는 나와 있습니다.

오늘 장비(포크레인과 덤프 트럭)를 불러 우사에서 소똥을 가져다 종일 붓다 보니
지난 주에 정비해놓은 땅에는 내년 봄에 사과 묘목을 심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묘목 옆에 새로 한 줄 더 심는 곳에만 사과 묘목을
계획대로 식재하고 나머지 땅에는 우선 풀씨(올해 이미 장만해 두었습니다. 톨페스규와
화이트 클로버라는 목초용 종자입니다)를 뿌려 1년 더 땅을 안정화시킨 뒤에
심게 될 것 같습니다.

이삼 일 더 밭에 거름 내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에
우사 똥도 쳐내야 하고(그래야 소들이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창고로 쓰는 큰 비닐 하우스도 지금 비닐이 삭아서 다 찢어졌서 새로 갈아 씌워야 합니다.

겨울이어도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자리도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이 바쁜 와중에도 대학 친구 부부와 설악산에 당일치기로
다녀왔습니다. 안사람이 이 골짜기에서 답답하게 사는 것이 안스러웠는지
친구가 강권하다시피해서 아침 일찍 떠났다가 저녁 늦어서 돌아왔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권금성 가는 케이블카도 타보고 비선대까지 걸어도 보았습니다.

그러고보면 이제까지 모든 것을 잘 참아내고 또 살아주고 있는 안사람에게 참 무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저보고 실제 학번은 81학번인데 의식은 60년대라고, 아니 해방 전이라고......

요즘은 TV를 거의 안봅니다. 뉴스 보기가 겁이 나서 그렇습니다. 40대 후반으로 치달아가고
있는데 세상 살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꼭 10년 전에 아이엠에프 파동이 있었는데 그 사이 10년이 왜그리 짧은지, 바로 엊그제 같습니다. 어쩌면 그 지나간 10년 중 8년을
이 골짜기에서 지내서 그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저녁에 김연아 스케이팅 지치는 모습 보다가 뉴스를 잠시 봤는데 2MB 얼굴 나와서
바로 돌려 버렸습니다. 그이에 대한 저의 지독한 무시는 아마도 끝내 치유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겠지요. 세상이 점점 이상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동반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계절의 변화이겠지요. 그 변화만이 유일한, 또 가장 신뢰할만한 변화 같습니다. 또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 농부의 노동도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할 수 없는 이 자연의 순리 같습니다.

겨울이 되니 역시 책이 잘 읽힙니다. 다행입니다. 농사를 짓고부터 책도 많이 못사보고 또 읽는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잘 못잡았는데 그래도 날이 추워지고 만물이 고요하니 마음이
동합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자연스러운 자연의 큰 은혜 가운데 하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 겨울에는 조그만 농업책자 하나를 번역하고자 스스로에게 약속했습니다. 아직 첫페이지도 못넘겼습니다만, 어쨌든 봄이 오기 전에는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귀농하기 전부터 알고 또 적용하기를 마지않던(몇 년 전 이 농법을 보러 20일간 독일, 이태리 그리고 이집트까지 다녀왔습니다만 그러나 제 현실은 요원합니다) 바로 그 농법에 관한 작은 책자인데 정농회에서 발간된 책이 한 권 있습니다만 이렇게 다이제스트한 것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한 것은 정농회 부회장인 김준권 선생이 이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우리 말로는 생명역동농법, 일명 슈타이너 농법) 연구회를 만들어 몇년 전부터 회원들과 열심히 정진하고 있습니다.

또 겨울에는 다 아시다시피 사과 교육이 이곳저곳에서 있습니다. 올해는 전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하긴 그간도 겨울 사과 교육이 거반은 전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새삼 무슨 집중이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제 수준이 아직(!) 낮아서 올해도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그런 뜻입니다. 선이 닿으면 올겨울에는 전라도 장수에 가서 한 수삼일 먹고 자고 하면서 홍로 전지에 대해 보고 오고 싶습니다. 과연 어떻게 될런지는 아직 모릅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아침 7시 30분부터 일이 시작됩니다. 이른 조반을 들고 집을 나서야 합니다. 올해 농사 결산은 좀더 있다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러나 별로 결산할만한 내용이 아니어서 그저 부끄럽기만 합니다. 귀농 8년차의 성적표를 연말이고 하니 내보여야 하는데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다만 소득이라면 올해 여러 자신감을 얻었고 특히 제 맘을
뭔가 작정할 수 있는 해가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유일한 낙입니다.

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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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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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객 2008-12-14
    귀농 십년을 바라보는 농부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로터리 치면 땅이 많이 상한다고도 하던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임수빈 2008-12-14
    겨울에는 선생님께서 좀 편안하게 보내시지 않을까 했는데 도시에 사는 저의 무지한 생각이었네요. 몇달전 뉴스에서 일본 어느지역 사과에 대한 기사 내용이 나오더라구요. 그 기사를 접하면서 소개되는 농법이 적용이 가능할지는 몰라도 선생님도 아시면 좋겠다 싶어 메모를 해둔적이 있었는데 제 아들 민성이가 염소도 아닌것이 그 메모지를 집어 먹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러게요.....뉴스가 보기싫어지네요. 답답하기만 하고. 대체 이 나라가 어찌 될런지.....
    한동안은 친권 개정법에 관한 사이트에 열을 내고 보냈습니다. 그리 먼길이 아닐것 같기는 한데, 이세상에 왜이리 사람같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걸까요?
    한편으론 한숨나고 지치면서도 또 한편으론 새록새록 오기(?)가 발동해서 아주 자~알 살아야 겠다는 의지도 생깁니다.
    건강하세요.~
    가족분들도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따뜻한 성탄절 보내시구요~
  • 길벗 2008-12-14
    과객 님, 땅을 뒤집는 것에 대해 특히 기계로 하는 작업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는 줄로 압니다. \'자연농업\'의 조한규 씨는 무경운을 원칙으로 하고요, 일본에서는 심지어 무투입 농법까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저는 거름을 주고 땅을 뒤집어 흙과 섞어주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요, 다만 무거운 기계가 땅을 다진다는 면에서는 우려할 수도 있겠으나 그러나 일년에 두세번 혹은 한번 지나간다고 해서 큰 일은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관심가져 주시고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수빈아, 오랫만이구나. 연말연시 잘 보내고 복된 새해가 되길 빈다.
  • 이완규 2008-12-16
    일단 나무 심은 다음에는 로터리 할 수 도 없겠군요^^ .그너저나 내년 부터는 주말 연휴가 가능해지니 방문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늘어나겠지요 이상 축성탄 입니다
  • 김진웅 2008-12-24
    조한규씨의 무경운은 그 전에 토양미생물을 산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에 그렇게 얘기하는 것 같으이. 그럴처지가 못되면 할 수없이 거름으로 토양을 비옥하게 할 수 밖에는..다만, 묘목을 심을 때는 U자형 구덩이를 파서 거기에 거름을 넣어 심는 방법은 절대 피하라고 하는데 어떨지? 묘목이 2-3년은 편안하게 잘 자라도 그 후엔 뿌리가 구덩이 속에 엉켜
    뿌리가 약해지며 나무가 병치레를 한다고 하던데..알고 기시지요?
  • 동산지기 2008-12-24
    가정에 사랑과 기쁨이 가득한 성탄절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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