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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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과 농사는 이만 마감합니다

  • 길벗
  • 2008-11-14 11: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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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백양로의 학생회관 앞 은행나무는 올해도 노란 단풍을 제대로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이십 몇 년 전에는 일년 내내 최류탄 냄새가 가득했었고, 돌도 참 많이 던지던 곳입니다...


우리 홍천사과연구회 회원 열서너 명이 영월에 있는 한 선도농가에 들러 과수원을 돌아보고 원주의 설명도 들었습니다

지난 주 서울 갈 일이 있어 올라갔다가 마침 지인들과 점심 약속한 곳이
신촌이라 오랫만에 모교에 들렀습니다. 졸업한지 20년이 되는 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제 몸무게도 늘었고 나무들도 키가 훌쩍 자라 있었습니다.

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과 동창을 만나 차 한 잔 하고
이런저런 지나온 얘기를 나누다보니 참 세월은 유수와 같고
그때 열 아홉 어린 나이 적 얼굴은 간데없고 지나 나나 세상의 흔적만
남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얘기 끝에 \'네 아는 사람 중에 나 같이 농사짓는 이가 또 있느냐\' 물었더니
마당발인 그 친구 얘기로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을 통틀어 \'오직 너 하나 뿐\'이라고 했습니다. 내심 하나나 둘은 더 있으려니 했는데 조금은 실망을 하고 말았습니다.

올해 사과 판매는 어제까지 주문 받은 것을 모두 배송하고 끝이 났습니다.
안사람과 둘이서 매일 조금씩 하다보니 주문 받은 날로부터 이삼일 늦어지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올해는 친구가 이웃 동네에 주말용 집을 하나 얻어서 오는 바람에
그 친구 내외가 가끔 일손을 거들어주어서 며칠은 편히 일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해거리 여파가 올해도 조금은 미쳐서 수확량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올해 나무의 수세가 많이 잡혀서 내년부터는 이제야말로 정상적인
사과 재배와 수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바쁜 가운데에도 홍천 사과연구회 회원들과 멀지 않은 곳의 이웃 사과재배 농민들을
방문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엊그제 수요일이었는데 홍천 농업기술센터 교육 담당
직원이 일방적으로 견학 계획을 잡는 바람에 따라간 것입니다. 이제 이 홍천에서도
사과 재배 농민이 열 명이 넘어서고 있고, 또 새로 심으려는 사람들도 있어서
아마 몇 년 뒤에는 꽤나 사과 소출량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현재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저로서는 어떤 면에서는 책임이 막중한데
저를 위해서나 새로 시작하는 다른 농민을 위해서나 열심히 모임을 이끌어 볼 작정입니다.
저도 늘 영원한 농사 초보라고 자탄을 하지만은 그래도 이렇게 동료가 생기고
군에서도 관심을 가져주니 참 힘이 됩니다.

그날 견학가는 버스 안에서도 제가 우리 회원들에게 한 얘기이지만 \'만시지탄\'을 느끼면서도 참 고마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7년 전 제가 홍천에서 전업으로 사과 농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당시 홍천농업기술센터 과수 담당 계장이 \'사과가 되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하면서 극구 말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부탁도 안했는데 기술센터에서 먼저 사과 연구회 모임을 결성해주고 또 견학까지 시켜줘서 제가 한 말입니다.

여기 오시는 길벗님들의 의견도 다양합니다. 저는 늘 그 의견을 듣고 있고 또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제 농사에 대해, 또 사과에 대해 그외 여러 작물 농사에 대해 해주시는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든 10년 이상은 해야 조금 할 말이 생기는 것으로 저는 압니다. 아마도 농사는 더한 직업이어서 10년이 되면 남의 말귀를 조금 알아 듣는 수준이 되고 한 20년은 되어야 남에게 조금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도 봅니다. 30년이 되면 어디가서 남이 하는 농사 얘기를 들으면 빙그레 웃을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해봅니다.

오늘 저녁에는 춘천에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이루마 씨의 피아노 연주회가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있습니다. 이루마 씨 부모님과 가깝게 지내는 인연으로 오늘 그 분들과 또 함께 나가는 교회 목사님 내외와 연주회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시골에 살면서 분수에 넘는 문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로 올 농사일이 끝났기 때문에(사실은 이제부터 내년도 농사 시작입니다만) 하루 여유를 주는 것이지요.

날씨가 초겨울 답지않게 낮에는 따사롭습니다. 이제 곧 영하의 기온이 되고 골짜기에는 눈이 쌓이겠지요. 그러기 전에 월동준비를 마쳐야 하는데 게으른 농부는 오늘도 하루 쉽니다.
길벗님들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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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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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웅 2008-11-14
    욕봤수. 그리고 고맙고..단호박 속내 파내고 잡곡밥이나 함 지어먹어 볼 요량.
  • 강진미 2008-11-15
    어머 이런, 지난주 과천자유학교서 사과 먹어보고 주문하려고 회원가입까지 했는데, 벌써 품절이군요. 앙~ 사과 너무 맛있었는데..., 그 사과 또 먹으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나봐요. 아 ~ 너무 아쉽습니다. 아무튼 겨울 잘 나시고 내년 사과를 기대할게요.^^
  • 길벗 2008-11-15
    멀리 함안의 진웅 형님도 이제는 겨울잠을 잘 시간, 뜨거운 여름도 이제는 기억 속으로...
    올해 유기농 단감, 밤 농사 짓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강진미 님, 내년 가을 추석 사과 때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황금성 2008-11-17
    올해 파란만장한 농사 대장정을 마치셨으니 푹 쉬세요. 올 겨울 어느 날 만나면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그 날을 기다립니다.
  • 길벗 2008-11-20
    해뜨리 아버님, 이사는 잘 하셨는지요. 올 겨울에는 저희가 새 집 구경하러 서해안으로 가야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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