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사과 판매 다시 합니다

  • 길벗
  • 2008-09-20 20: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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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마당에 있는 꽃사과 나무


오늘(9월 20일) 수확한 홍로. 추석 전에는 색도 맛도 좀 덜했는데 이제 제 빛깔과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추석이 일러 미처 색이 잘 들지 않았던 홍로 사과를 출하해놓고선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그저께부터 다시 홍로를 수확하기 시작하여 오늘(9월 20일)은 거의 마지막으로 수확을 했습니다. 아직도 일부 남아있긴 하지만 이젠 거의 다 따낸 셈입니다.
어제부터 다시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회원님들 가운데 몇 분이 아예 추석 후 주문을 미리 예약해놓으셨던 것이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작년에 해거리를 해서 전혀 수확을 못하고 덕분에 한 해 건너 뛴 결과가 올해 몇 가지 드러났습니다. 그러니까 사과 수확을 이제까지 총 세 번 한 셈이 되는데 그러다보니까 아직도
사과 농사랄까, 사과 시장의 생리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는 게 올해 총체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사과 농사의 변방, 아니 시베리아인 이곳 홍천에서 그간 고군분투를 해온 덕에 그나마
이만큼이나마 수확을 하고 또 농사를 알게 된 것은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그러나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농사이고 알면 알수록 더 모르겠는 것이 사과 농사라고
감히 자백을 해봅니다.

소위 귀농 만 칠년이 된 올해, 저는 십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저는 아마 그 개보다 못한 위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과연 십년을 바라보면서 제가 사과농사에 그만한 연륜이 쌓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겨우 세 번 수확해서 팔았다는 것, 즉 아직 초보 농사꾼이라고 자위를 해보는 여유가 이제는 사라졌습니다. 올해 이른 추석을 보내면서 또 여러가지를 깨닫게 되었는데
이전보다는 확실히 더 실감이 나고 또 조금은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간 이곳에 살면서 저는 매년 또다른 돈벌이를 하기 위해 일주일에 이틀씩 서울에
강의를 나갔습니다. 그것은 제가 아주 옛날에 선생질을 잠깐 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곳에서 농사로 자립을 못하여 어쩔 수 없이 나간 측면이 더 큽니다.

팔년째 들어선 이곳 시골 생활에서 올해도 농사로는 총 매출이 이천만 원 남짓 됩니다.
현재 두 아이가 하나는 대학생, 하나는 고 삼인데 이만한 수입으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비록 이틀이지만 매월 당장 들어가는 현금 지출을 감당하고자(실은 감당이 다 되지는 않지만) 입시학원(강북 대성학원. 현재는 경기도 장흥에 있는 \'세종아카데미\' 기숙학원에 나갑니다)에 재수생들 수업을 나간 것입니다.

홍천서 서울을 삼월부터 십일월 초까지 매주 이틀씩 출퇴근 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나 그러나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못되는 형편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다니는데 부족한 이 사람에게 강의 자리를 마련해준 신 원장님과 현재 김 원장님 두 분께는 평생 갚지 못할 신세를 진 셈입니다.

올해도 매주 월,화 이틀을 나가고 있습니다. 재수생 종합반이라 십일월에 수능 시험이
끝나면 이듬 해 삼월 개강까지는 저도 방학입니다. 그런데 이게 제 농사 일정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때로 서로 좀 어긋나면 나에게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굴뚝 같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초여름 브로콜리 작업을 하던 날 같은 경우, 사람을 못구해 애를 태우다가 겨우 날을 맞춘 것이 하필 제 강의 나가는 날과 겹치는 겁니다. 또 추석 사과 작업을 하려면 명절 앞두고 한 주는 온전히 수확하고 또 작업해서 택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의를 빼먹게 됩니다. 참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난 칠년간 이런 경우를 빼고는 단 하루도 결강을 한 적은 없습니다. 서울 가는 날은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때로는 거르지만) 집을 떠납니다. 제 사는 곳에서 학원까지는 두 시간 삼십 분 정도 걸립니다. 아침 아홉시에 첫 수업이 시작됩니다. 저는 항상 시간을 딱 맞춰서 출발하지 않고 여유있게 미리 떠납니다. 출근 길이라 가는 도중에 어떤 지체하는 일이 생길 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찍 서두는 편입니다.

갑자기 농사가 아닌 제 일상의 사정을 길게 얘기하게 되었는데 올 가을 사과 수확을 하면서 \'내년부터는 이제 서울 강의 일을 끊고 농사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이 여러번 들어서입니다. 안사람은 물론 반대합니다. 당장 매월의 현금 수입이 없으면 내년 봄부터는 그야말로 손가락을 빨던가, 빚을 또 져야만 하는 사태가 벌어질테니까요.

그러나 사실 지난 칠년간도 매년 \'올해까지만\'이라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면서 이제까지 끌어온 것입니다. 강의가 싫다거나 몸이 고되서가 아닙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고, 그래서 떠드는 일(?)이 싫증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또 몸이 고된 것이야 어차피 이곳에 들어온 이상 각오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계속 해온 것은 바로 \'농사일\' 때문입니다. 사실 일주일에 이틀을 온전히 비우고, 또 일요일은 주일이라 교회에 출석하면 또 하루가 빠집니다. 그러니 농사에 쏟는 시간은 일주일에 나흘 뿐이니 늘어만 가는 농사 규모에 시간이 빠듯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세밀한 관리가 되질 않는 것이지요. 벌려만 놓고 이렇게 관리를 못하면 그 손해는 또다시 저에게 돌아옵니다. 어쩌면 딜레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제 농사에 올인하자는 것입니다. 어차피 그렇게 살려고 왔으니 이제는 국이 되든 밥이 되든 농사로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이 속마음을 근자에 딱 두 사람에게 털어놓았는데 제가 존경하는 선배는 아직 자립이 어려우니 일 년 더 참아보라는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대뜸 \'돈 좀 벌어놨나 보지\'합니다. 가을이 끝나기 전까지 좀더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과 판매는 홍로 마지막 수확한 것을 현재 판매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시월 초순부터는 조생종 부사인 \'히로사키\'가 생산됩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주문장>을 열어 놓았습니다.

가격도 조금 내렸습니다. 아무래도 명절 전과 후는 시장 가격도 많이 차이가 나니까요. 올해 추석 명절 사과를 판매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크고 굵은 사과를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우선 적과를 철저히 하고(사실 안사람 책임이 좀 큽니다. 저보다 더 태평농법으로 지으려고 드는 사람이니까요), 일부 봉지도 좀 씌우고 해서 상품성 있는 사과를 만들려고 합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목표는 언제나 무농약 사과를 지향합니다.

농사를 지어보니 매년 몸 상태도 달라지고 또 해마다 기분도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아직 농사가 짜임새가 없어서 그런 것도 있고 또 여러가지 일을 하니까 번잡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이 하 어수선 해서 이 궁벽진 골짜기에 사는 저까지 덩달아 우울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토요일인데다가 오후부터 한 달 만에 비가 넉넉히 내려 이런저런 넋두리를 해보았습니다. 그동안 워낙 더워서 들판에 벼는 누렇게 익어가는데 영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제 풀벌레 소리가 크게 들리는 진짜 가을이 오겠지요. 이곳에 오시는 길벗님들, 늘 유쾌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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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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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산지기 2008-09-20
    추석 전에 직접 가지고 오신 길벗님의 사과. 향과 맛이 좋아서 아껴 먹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직접 방문하여 1상자 사겠습니다. 남겨 두세요^&^
  • 이완규 2008-09-21
    저더 한 상자 주문 합니다
  • 길벗 2008-09-21
    완규 형은 주문하신 사과는 내일(월) 발송됩니다. 남매가 다 이번에 수능 시험을 보니
    형이 긴장 많이 하겠습니다그려...
    동산지기 님, 오실 때는 미리 전화주셔요. 제가 무단으로 집을 비우는 수가 종종 있어서요.
  • 붓요정 2008-09-22
    사 과 맛 있어 요. 혹시 오는 토요일 강원도 인제에 방태산자연 휴양림 탐방하러가는데 가는 길에 들리고 싶 데 가능 할 까요. 4 가족인데 사과밭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직 접 따 서 그사 과를 사 오는 걸 로 하 고 싶 은 데 가 능 한 지요
  • 붓 요 정 2008-09-22
    아 이쿠 누 군 지를 안 밝혔네요. 원주사는 이 재 희입 니다.(네 팀 이 간 다는뜻)9월 27일예정
  • 정명석 2008-09-22
    완규 잘있는가? 인천 한번오게나
  • 길벗 2008-09-23
    이재희 님, 오시기 전에 미리 전화주세요. 시간을 맞춰야 하니까요.
    정명석 형, 완규 형 하고 약속하셔서 농원에 함께 오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승해아빠 2008-11-09
    저는 수하리 황소터(?)에 터를 마련한 이광모 라고 합니다.작년말에 향토부동산 사장님 소개로 터를 마련했습니다.지금은 주말에 가서 간단한 농사를 짓고 있지요. 사는곳은 안양시 평촌입니다. 헌데 오늘도 터에 갔다가 느즈막히 집에 돌아와보니 길벗사과가 배달이 돼 있더군요 .향토 사장님의 선물 이네요 .열심히 하나를 깍았는데 ,,,, 껍질채먹는사과라는 안내문을 보고 허탈했지요... 이젠 그냥 씻어서 먹어야겠어요.맛있고 ,,,언제 한번 구경가야겠네요....그럼 이만,,
  • 길벗 2008-12-12
    승해 아빠 님, 죄송합니다. 제가 한 달이나 늦게 댓글을 보았습니다.
    황소터가 어딘지는 모르나 향토 사장님께 물어보고 한번 찾아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시간 되시면 농원에도 들려주세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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