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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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후, 바쁜 나날입니다

  • 길벗
  • 2006-08-02 22: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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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밭에서 노는 우리집 닭님들


닭님들이 쪼아먹은 사과...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하는 동요가 있습니다. 요즘이 바로 그때인가 싶습니다.
휴가철이라 모처럼의 햇볕을 오히려 즐기며 산으로, 바다로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골짜기에 사는 저도 오늘은 \'우리도 피서나 다녀올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꼭 더위를 피한다기 보다도 그냥 캘린더가 주는 행사 기분이 나서 하는 말입니다.
골짜기 바람이 시원한 이곳에 살아도 그저 8월이 되면 사람 많은 곳에 가서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파묻히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인 것도 같습니다.

오랫만에 해가 나고,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으니 여름은 이렇게 다가오는 모양입니다.
\'석회 보르도액\'은 이렇게 햇볕이 좋은 날 정오에 쳐야 한다고 해서 오늘 12일만에 방제를
했습니다. 그런데 기계가 말썽을 부려서 한 두시간 헤매다가 겨우 맨 윗밭만 한 차 치고
나머지는 내일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이곳이 골짜기이긴 해도 한낮에 햇볕에 나가 서있으면 그냥 땀이 줄줄 흐릅니다.
오늘 홍천 기온이 33도 였다고 합니다.

지난 주에 장마가 물러가면서 한번 더 뿜어주고 간 비 때문에 지난번 간신히 복구해놓은
길이 다시 망가져 있습니다. 그전보다는 덜해도 장비를 써야 고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집 마당으로 올라서는 마지막 길은 제 돈으로 시멘트 포장을 해야 할 듯 싶습니다. 그래야 좀 편하게 다니죠.

사과밭에는 풀이 그사이 한길이나 자랐습니다. 비 오고 해가 나니 잡초들이 신이 났습니다. 어찌나 풀빛이 진한지 눈이 부십니다. 예초기로 오늘 아침 자르려고 보니 제가 서울 다녀온 사이 아버님이 그만 연료 희석통을 모두 버렸습니다. 빈 플라스틱 통이라 못쓰는 것인줄 알았답니다. 새로 사오는 수 밖에요.

우사 똥은 치운다고 한 지가 벌써 한 달은 되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소들이 빨리
치워달라고 눈치를 주는데 이 게으른 주인은 일의 우선순위나 매기고 앉아서 저렇게 똥구덩이에 살도록 내버려둡니다. 일의 우선순위는 이렇습니다. 먼저 이번 장마에 망가진 우사
올라오는 길을 다시 손보고, 그리고나서 시멘트 포장을 하고, 다시 우사 옆에 분뇨 쌓아놓는
터에 이번 기회에 거기도 시멘트로 덮고 나서야 똥을 치운다는 것입니다. 과연 언제나 똥이
치워질런지... 불쌍한 소님들...

오늘 아침 돌아다니며 사과알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는데 역시 올해도 전체적으로 외관이
썩 훌륭할 것 같지 않습니다. 긴 장마비도 그렇고 또 아직 제 기술이랄까, 이곳 기후랄까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랫녁 사과 고수들이 요즘 보여주는 재주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이제 올해로 두번째 수확이니, 몇십년 해온 그 사람들을 능가할 수는 없겠지요.
꼭 이렇게 비교를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시장\'이라는 것이
존재하니 가끔은 저도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저 저희 \'길벗사과\'는 외관보다 맛과 믿음
으로 먹는 사과라고 혼자 자만심(?)을 가져 봅니다.

장마 기간 중에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책 읽은 독후감은 짬나는 대로 <농당 길벗>란에
올려보겠습니다. <대담>, <대화>, <양반문화 탐방기> 등입니다.

오늘 사과밭에서 참매미 울음소리를 오랫만에 실컷 들었습니다. 갑자기 어릴적 수박 서리
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웬일인지 그때는 참 평화로왔다는 느낌이 밀물처럼 들어왔습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곳도 조용하고 먼 산이 보이고 하늘엔 뭉게 구름이 높이 떠 있는데
지금은 결코 평화로운 마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속세에 매인 중생의 번뇌 많은,
붕붕 떠다니는 듯한 안타까운 마음 뿐인 것 같습니다.

煩腦妄想何意理   時時心頭浮雲起 (번뇌망상하의리 시시심두부운기)

\'번뇌 망상에 무슨 뜻이 있으리오, 뜬구름처럼 자꾸 마음 속에 일어나는구나\'
(어머님이 보시는 옛날 책-도덕경이라고 되어 있는데 노자의 그 도덕경은 아닙니다-에
써있는 구절입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오래된 그 책을 책장에서 뒤져 찾아서 한번
인용해봅니다. 제 해석이 혹 틀릴런지도.....)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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