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농진청에 \'농업경영\' 교육 받으러 다녀왔습니다

  • 길벗
  • 2006-05-13 22:42:06
  • hit1010
  • 221.159.239.141
어제(금)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수원에 있는 농업진흥청에 교육을 받으러 다녀왔습니다.
전국에서 스무분이 오셔서 밤 늦게까지 눈 크게 뜨고 강사님들의 말씀 경청하는 모습이 달라진 요즘 농부들의 자세를 가늠케 하였습니다.

30대부터 70대까지 오셨습니다. 강원도에서부터 제주도에 사시는 분까지 참석을 하였습니다. 농업 환경이 어려워진 만큼 그만큼 더 배워서 농촌에서 끝내 승리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감동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교육은 이제까지 농진청이 전통적으로 해온 작물 기술 교육이 아니라 \'비지니스 경영\' 수업입니다. 농진청에서도 처음 있는 성격의 강좌라 합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온라인 학습을 받아야 하고 또 두번 더 오프라인 모임을 농진청에서 가져야 합니다.

내용은 전략적 계획 수립과 마케팅입니다. 과연 무식한(?) 농부들에게 이런 주제의 교육이 가당키나 할 것인가에 대해 농진청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합니다. 그러나 이 교육을 기획하신 김사겸 연구사님의 혜안과 추진력에 대해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기실 이런 주제의 교육이 참 필요했습니다. 물론 저는 회사 다닐 때 10년 전에 교육도 받고 또 관련 책고 읽고 제 자신이 회사의 비전에 대해 문서 작성을 했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귀농을 한 후 그런 것은 다 잊혀지고 오로지 주먹구구, 대충, 환경 탓을 하며 지난 몇년을 게으르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비록 만 이틀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조금 정신이 들었습니다. 특히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경향 각지의 농부들의 경험담과 사는 얘기, 고민을 조금 들으니 강사님들 교육 못지않은 자극과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이 조그만 농사터(사과 3천 평)를 갖고 뭐 거창하게 계획 세우고 난리냐 하는 생각을 부지불식 간에 해왔던 것 같습니다. 누어서도 하고 구르면서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냐 그러면서 스스로를 얕잡아 한심하게 생각해온 것이 일면 사실입니다(그 이면에는 이 나이에 겨우 이 정도 밖에 꾸리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한없는 자기 비하가 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남들은 조상들이 물려준 땅만으로도 만평인데 하면서).

교육 하루 다녀왔다고 호들갑 떨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무슨 대단한 것을 배운 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간 가라앉아 있었던 제 자신을 조금 돌아다 보았을 뿐입니다. 이 골짜기에서 무슨 꿈을 어떻게 꾸며 사는지 한번 더 돌아보았을 뿐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남 탓, 환경 탓, 조상 탓 하지말고 모든 문제는 바로 네 자신 속에 있음을 알아라\'. 달마가 부처는 네 속에 있다고 한 것과 같습니다. 내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 맨날 산 꼭대기만 쳐다보면서 나는 없다고 한 것입니다.

교육은 늘 지겹습니다. 그리고 대충 때우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군대 교육과 예비군 교육과 민방위 교육이 대한민국 남자들을 그간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봅니다. 그건 교육받는 수강생도 그렇고 앞에서 강사료 받고 시간 때우는 사람도 그래왔습니다. 거꾸로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가듯이 어쨌든 시간은 가고 돈은 나오는 것입니다(강사는 강사료, 수강생은 왕복 교통비와 점심값).

그런데 이번 교육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농민들이 변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번에 참석한 분들은 그랬습니다. 공무원(농진청)도 처음으로 신선해보였습니다. 미풍 속에서도 다가올 폭풍의 세기를 감지할 수 있는 법입니다. 남은 교육 일정이 기대가 좀 됩니다.

작지만 작은대로, 주어진대로 제 나름대로 앞으로는 좀 합리적인 경영을 해나가고 싶은 욕구가 조금 일어났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주류에 편승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마도 전 태어나길 비주류로 사는 게 편한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지금 중간에서 잠시 방황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솔직한 건 죄가 아닙니다. 조금 불편하게는 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오늘 원주 부론에서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재길 형의 시골집 집들이가 있는 날입니다. 가봐야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못갔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미안한 날들도 생기나 봅니다. 2주 전에 미리 집 짓는 현장에 가보긴 했는데 그래서 아주 못가본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 변명을 해봅니다. 그래도 섭섭해 할 재길 형을 생각하니 기분이 편칠 않습니다. 바쁜 일이 끝나는대로 소주 한 병 사들고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