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배나무도 심고, 사과엔 석회유황합제를 살포했습니다.

  • 길벗
  • 2006-04-05 22:56:49
  • hit1168
  • 221.159.239.207
어제 오늘, 그간 가식해 두었던 배나무 350주를 다 심었습니다.
철민 아빠, 엄마, 완규 형, 이선생님과 김선생님 그야말로 제 주위의 패밀리(?)들이
총 동원되어 일을 마쳤습니다.
오랫만에 땀 흘린 후의 상쾌함을 맛 보았고 작업 중 간간이 마시는 물도
더욱 시원하고 달았습니다. 육체 노동에 너무 시달리면 그 자체로 정신적 무거움으로
남지만 쉬엄쉬엄 계획에 맞춰 해나가는 노동은 정신을 가볍게 하고 몸에 활력을
가져다 줍니다.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사과밭에 석회 유황합제를 살포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마지막 한 차를
더 쳐야합니다(여기서 한 차란 과수원에서 이용하는 스피드 스프레이어(ss기) 농기계를 이용해서
방제를 할 때 말 그대로 차 한 대 분량-500리터의 물이 들어갑니다-을 이르는 말입니다).
석회 유황합제는 석회와 유황을 섞은 것으로 오래 전부터 유기농 자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월동 병해충 및 균을 방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꽃눈이 분화되기 전에 쳐야 합니다.
냄새 고약하고 피부나 안구에 접촉되면 따갑기 때문에 보안경에 방제 마스크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작업을 했습니다.

사과 과수원을 만든지 5년째, 이제는 제법 과수원 태가 납니다. 사과나무 열 사이로 ss기를 몰고
다니면서 방제를 하는 기분, 그 삼삼한 기분을 오늘 처음 느껴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작년까지는
선에 연결된 분무기를 이용하여 일일이 줄을 끌고 다니며 방제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그 작업이 너무 고되서 작년 가을 중고 ss기가 나왔길래 두 눈 딱 감고 사두었던 것입니다.
우선 편하고 빠르고 약도 골고루 묻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것 같습니다 ^^.

올해부터는 석회 보르도액을 이용하여 방제를 함으로써 작년보다 화학 농약 치는 횟수를 대폭
줄일 계획으로 있습니다. 작년에 8회 방제를 했는데 올해는 이를 3회로 줄이는 방제력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홍천군 농업기술센터와 작년 가을부터 협의해온 '생산이력제'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시행합니다. 올 가을, 제 홈피에 들어오시면 저희 집 사과를 재배하는 모든 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사가 다른 사업과 다른 점은 농산물은 바로 생명이라는 사실입니다. 돈을 벌고 못벌고를 떠나서
나의 농사 지은 작물이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소비된다는 엄연한 사실, 이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농사꾼은 거짓을 부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땅은 정직하다'고 말합니다. 그 정직한 땅에 기대고 살아가는 농부도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전세계에 먹거리 파동이 있음을 봅니다. 웰빙이니 로하스니 하여 열풍이
부는 한가운데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의심이 뒤섞여 있습니다.

의심에 대한 이유는 바로 정직하지 못한 농부, 농사, 농산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자본주의
시장의 유통 체계도 한몫을 합니다. 어쩌면 시장의 요구 때문에 농심이 변질되고 또 삭막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선이고 후이건 간에 먹거리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물음, 사람이 먹는 것이라는
이 간단하고 쉬운 답이 우리 모두에게 다시금 가슴 속에 울려져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시골에 와서 한우를 키우면서 놀랐던 것 중의 하나는 소 장사꾼들이 소를 거래할 때 '한 마리,
두 마리...' 이런 말을 하지 않고 '소 몇 개'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었을 때 입니다. 처음에 들었을 때
너무 생소하고 이상했습니다. 왜 살아있는 생명을 그렇게 부를까요. 모든 게 거래로만 환산되다보니 그런 것이 아닐까 짐작을 해봅니다.

집 앞 도랑가에 버들강아지 눈이 통통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도랑의 물도 겨우내 쌓인 눈과 얼음이
녹아 제법 소리를 내려 흘러갑니다. 봄이 온 것입니다. 일을 해야 할 시간이 다시 돌아온 것이죠.

<ss기로 방제하는 모습 갤러리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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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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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성 2006-04-06
    일하시는 모습이 삼삼하게 보이네요. 생명을 키워 우리에게 주시는 일은 성스럽지요. 깨끗한 생명을 몸에 모시는 그 날을 기다립니다. 저도 오늘 수학여행을 못 간 아이들을 데리고 백제역사문화관에 가서 학교밖 수업을 하렵니다. 오늘 제가 하는 농사일입니다.
  • 신순화 2006-04-06
    귀농,아련하게 떠올리던 단어... 이젠 그분의 현장을 확인 할 수 있으니...감격스럽습니다.40대에 새로운 세계(개척교회)로 시작하는 저희 부부만 행복 한줄 알았는데요. 길벗사과님 부럽습니다.사과 약은 끝인가요? 아쉽네요.부~~~~~~~~자 되세요.
  • 황금소나무 2006-04-06
    많이 바쁘시군요.
    바쁘신중에도 좋은 생각을 잔잔히 풀어내시니
    절로 공감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ss기 재미있게 생겼네요.ㅎㅎ
    건강 유의하시면서 작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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