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잘가라, 금순아!

  • 길벗
  • 2006-03-12 16:45:30
  • hit1045
  • 221.159.239.60
금순이는 우리집 암소 중 한 마리의 이름이다. 현재 우리집 암소는 육성우를 포함 9마리인데
그중 제일 덩치가 크고 왕초 노릇하는 놈이 바로 금순이다.
이름이 금순이인 것은 재작년 초, 이놈을 사올 때 다락같이 높은 값은 쳐주고 사온 놈이라
그리 이름하였다. 우리집 소들은 다 이름이 있다. '점순이-조영남 노래의 그 점순이다', '또순이-성질이
깐깐해서 그리 붙였다', '심심이-소 사준 소장사꾼 성이 심씨라서', '복순이-복을 가져다 달라고',
'곱슬이-첫번째 낳은 송아지 털이 곱슬거려서', '순심이-성질이 너무 순해서' 등등...

금순이는 와서 한 마리의 송아지를 낳았다. 그리고 3개월 뒤 발정이 제때와서 인공수정을
하였다. 수정이 되면 발정 현상이 다시 오지 않는다. 금순이가 수정이 되었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그렇질 않았다. 그렇다면 재발정이 21일마다 계속 와야 하는데 내가 발견을 못한건지
무려 7개월을 임신이 된줄 착각하고 세월만 축내고 말았다.

결국 수정사를 불러다 임신 감정을 뒤늦게 했는데 공태(송아지가 없다는)란다. 작년 7월, 새끼를
낳아야 할 날에 다시 수정을 시켰다. 금순이는 무려 10개월 동안 사료비만 축낸 것이다.
암소는 일년에 일산을 해야 주인에게 소득을 안겨준다. 그렇지 못하면 그냥 사료비만 낭비하고
한마디로 주인에게 싸가지 없는 놈이 되고 마는 것이다. 금순이가 그랬다. 우리집 소들 가운데 제일
비싼 값을 치르고 사온 놈이었는데.....

발정이 불규칙하게 왔다. 수의사를 불렀다. 주사 한방 놔주고는 육만 원이란다. 일주일 뒤에
발정 올테니 그때 재수정시키면 된단다. 그러나 자신만만한 수의사 말과는 달리 금순이는
수정이 되질 않았다. 수정사를 다른 사람을 불렀다. 수정사마다 진단이 달랐다. 하긴.....
수의사 의견도 또 달랐다. 무려 세번의 수정을 두달에 걸쳐 했으나 발정은 계속 왔다.
난소 낭종이라는 둥, 난포 낭종이라는 둥, 이러는 동안 치료비며 사료비며 수정비며 계속
낭비가 되고 있었다.

마침내 작년 11월 초, 임신 시키기를 포기했다. 이제는 비육시켜 내다 파는 수 밖에는 없다.
그간 일년간 그냥 축낸 사료비는 얼마며 새끼 못나서 날라간 기회비용은 또 얼마며, 아무튼
금순이는 이름만 금순이였지 나에게는 똥순이만도 못한 놈이 되고 만 것이다.

아마도 내가 사육을 잘 못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아니면 금순이를 판 먼저번 주인이
나쁜 놈일수도 있다(수정이 잘 안되는 놈을 골라 나에게 팔아먹었을수도 있다는 그런 의심, 그런데
왜그리 값은 또 비싸게 불렀는지-그때는 소를 잘 몰라서 정말이지 소개시켜주는 사람만
믿고 그저 부르는대로 지불을 했다. 길씨, 정말 순진해).

겨우내 금순이는 임신우 사료가 아닌 비육우 사료를 먹어야 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왜냐하면
살을 찌워서 몸무게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내일 모레면 금순이는 서울 가락동 경매장으로
간다. 가서 등급을 받고 거기에 따라 값이 정해진다. 만약 A1+ 이상을 받는다면 금순이는
그나마 나를 위로해주고 가는 것이다. 불쌍한 금순이. 송아지를 계속 낳아 주었다면
늙어 죽을 때까지 아마도 우리집에서 나와 함께 했을 것이다.

잘가라, 금순아! 그간 고생 많았구나.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