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사과꽃 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 길벗
  • 2005-05-13 12: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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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에 사과꽃이 만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4월 말부터 제 허리에 이상이 왔습니다. 하긴 지난 겨울부터 조금씩 허리가 부담되더니 봄이 되어 오른쪽 다리로(엉치뼈에서 넓적다리, 다시 종아리로 해서 발끝도 가끔씩 되게 저립니다) 통증이 심하게 왔습니다.

제가 사람 좋아해서 오는 사람 누구나 반갑지만 이 통증은 그렇지 않군요. 밤에 잠을 못이룰 정도로 종아리가 아파서 지난 주부터 홍천의 정형외과 병원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가장 바쁠  때 몸이 아프니 일도 안되고 기분도 영 엉망입니다.

그리고 늘 건강을 자신해온 터라 끝까지 버티다가 이제사 병원에 가는 미련한 짓에 결국 제꾀에 제가 넘어간겁니다. 꽃을 따줘야 하는데 하루 중 반나절은 집을 비우고, 또 뜨거운 한낮은 쉬고 하니 일이 안되어
어쩔 수 없이(또 올해 홍로에 꽃은 어찌 그리 많이 왔는지요) 며칠 전 적과제 '세빈'을 쳤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결과가 궁금합니다만 아무튼 적과제를 살포해도 손적과로 또 마무리 해야 한다고 하니 과수 농사가 일이 많다고 누누이 들었습니다만 이제사 실감이 납니다. 밤이면 아픈 허리를 부여않고 사과에 관한 책을(공부를) 봅니다. 대개 삼독, 사독을 하는 것들인데 참 신기한 것은 2년 전에 읽었던 부분(그때 읽은 것은 기억이 나지만 그때는 그 내용이 머리 그려지지 않았고 대개 이해가 안되었습니다)이 이제는 어느 정도 머리에 환하게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아둔한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봅니다. 이제라도 내용이 이해가 되고 무릎이 쳐지니 이 공부가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본 지식을 내 과원에 적용하기에는 또 약간의 갭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건 우리 과원 토양의 성질과 저의 시비 내역, 특히 이곳의 기후 특성 게다가 올해의 일기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농사는 종합예술입니다(슈타이너의 얘기이기도 합니다. 독일인 슈타이너와 그의 농법 -바이오다이나믹- 우리나라에서는 생명역동농법이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만- 에 대해서는 시간이 나면 길게 또 계속 써야 할 주제입니다. 제가 2년 전에 독일과 이태리, 이집트로 21일간 그의 농법으로 이루어진 농장을 방문했었습니다. 아직 제 과원에 적용하기에는 여러가지 한계와 무리가 있어서 그저 공부만 하고 있습니다. 다행한 것은 정농회 회원 가운데 일부가 주기적으로 공부를 하고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많이 드는 생각 하나 쓰고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제가 '썬데이 크리스챤'인데요, 교회 나가면서 술도 하고 담배도 하고(요즘은 끊었습니다만, 가끔 아주 가끔 핍니다)  또 예전에 회사 다닐 때엔 오입도 가끔 하고(이건 한국 접대 문화의 한 패턴입니다. 저에게 돌을 던지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했습니다. 그러니 '크리스챤'이 이미 아니지요. 온누리 교회 하용조 목사님은 90년 초 어느 날 주일 설교에서 <'담배 끊으면 교회 나오겠다, 술 때문에 못나온다'고 핑계대지 말고 일단 교회에 나오십시오, 오입하면서도 나오십시오, 나와서 회개하면 다 끊어집니다>고 했습니다. 저는 교회 다니면서도 그것도 열심히 다니질 않아서 그저 마누라와 애들 운전기사 노릇이나 한 게 다입니다.

그런데 요즘, 자꾸만 하나님을 좀 제대로 믿고 싶고 또 알고 싶어집니다. 사실 그간 기도도 하고 또 좋은 설교나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만, 아무튼 요즘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농사를 지으니 절대자에게 의지하고 싶은 걸까요? 그래서 하나님을 내편으로 만들면 농사도 만사 오케이(하나님이 보우하시니)되려나 하고 얍삽한 마음이 든 걸까요?

대기업에 다니면서 늘 제 밑에 직원들에게 퇴근 시간되면 칼 같이 퇴근하라고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경리 여직원까지도 이사님이나 부장님이 퇴근 안하면 그저 눈치만 살피는 것이 싫어 당시 과장인 제가 다 가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농담을 하곤 했지요. '노예들아, 시간이 되었으니 어서 퇴근해라'라고. 사실 어찌보면 노예가 아닙니까?  조직의 노예, 시간의 노예, 사람의 노예, 월급의 노예....... 하긴 노예가 좋은 점도 있습니다. 주인이 있으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때가 되면 밥(월급)이 나옵니다. 명절엔 선물도 안겨줍니다. 그러나 예고없이(할 수도 있지만) 주인이 나가라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노예라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이곳에 와서 농사를 지으니 전 오로지 하나님의 노예입니다. 사람에 매이지 않고 조직에 매이지 않고 때로 돈에 메이지만(그러나 농사는 그것도 결국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도시에서처럼 노예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가진 것 없는, 아직은 빚장이인 사람이지만 마음을 좀 넓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도시에서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참 신경질적이었는데요, 이곳에 와서도 그랬습니다. 5년차인 요즘 들어 조금, 아주 조금 나아졌습니다. 이건 우리 마누라의 얘기입니다.

오늘 농사이야기엔 쓰다보니 개인적인 얘기가 많았습니다. 나이 마흔 초반에도 아직 철 없는 저를 좀 많이 이해해주세요. 허리는 계속 아프고 다리도 저립니다만, 다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맘은 편히 먹고 있습니다. 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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