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사과나무 키우기(1)

  • 길벗
  • 2004-10-08 22:40:14
  • hit1756
  • 128.134.101.112


2002년 3월 홍로 400주를 심었습니다. M26 대목에 이중접목묘 였습니다. 근래에는 이중접목이 한물가고
M9 자근묘를 심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습니다. 저도 그때 책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첫째, 구하기가 힘들었고(그때는 1,2년 전에 예약 주문해야 묘목상에서 키워준다고 들었습니다), 둘째 값이 비쌌고(이중 대목은 3천 원에서 6천 원 정도 했는데 자근묘는 1만 원이 훨씬 넘었습니다), 셋째 M9 대목은 묘목마다 지주대를 해야 하므로 초기 개원 비용이 많이 듭니다(전 그때 묘목값도 없어서 쩔쩔 맬 만큼 주머니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M9 대목은 동해에 약하다는 설(?)이 있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M9 대목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이유는 2년차부터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 수고가 낮아 작업이 용이하다는 점, 밀식 재배가 가능하여 단위 수확량이 많다는 점 등인 것 같습니다).

이중접목묘는 실생뿌리가 달려 있는데 이것이 묘목이 자랄 때 뿌리 역할을 일정기간 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 실생뿌리가 살아 있으면 사과나무가 왜성화 되지를 않아 심을 때 실생뿌리 윗부분을 비닐끈 같은 것으로 단단히 묶은 다음에 심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실생뿌리가 떨어져 나가고 M26 왜성 대목의 성질이 살아납니다. 그러나 혹자는 묶었다고 해도 실생뿌리가 죽지 않고 계속 남아 사과나무를 크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묘목 심은 간격은 5m x 2m 였습니다. 만약 자근묘였다면 3.5m x 1.5m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열간 거리가 5m이고 주간 거리가 2m인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계시지만(5m는 너무 넓고 이중대목인데 2m는 좁게 심었다는 뜻입니다) 이부분은 화천의 사부(?)가 시키는대로 했습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어쨌건 심었습니다. 아버님과 마누라, 아이들까지 총동원되어서 묘목 심기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일이 되질 않았습니다. 구덩이 하나 파는 데 한나절이 걸리고 우리는 모두 몸살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이틀만에 포기하고 포크레인을 불러 구덩이를 파게했습니다. 마누라는 비닐 끈으로 묘목 뿌리를 묶고, 아버님은 나르고 저는 포크레인 기사와 묘목을 심고, 아이들은 연신 양동이에 물을 떠 날랐습니다. 다 심고나서 보니 잡초만 우거진 버려진 밭 사이사이에 꼬챙이 같은 것이 줄을 맞춰 서 있었습니다. 그날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귀농을 한 지 정확히 1년 만에 내 밭에 무언가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 문제는 그때부터 였습니다.

심어는 놨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미 읽은 여러 권의 책 속에 과수원 개원 이전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이며 묘목 다루기, 심기, 재배 방법, 병충해, 약제, 전지와 전정, 수확 등등 모든 게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급하면 전화로 화천의 사부에게 물어 볼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생소한 저에게 책에 쓰여진 것과 전화로 들려오는 이런저런 경험담은 저의 초라한 상상력과 맞물려 과수원의 리얼리티와는 거리가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과수원의 기초도 제대로 실행하지 않은 채 묘목만 갖다 꽂아 놓았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문제는 자꾸 생기는데 저로서는 별로 대응책이 있을 수 없었습니다. 먼저 과수원은 개원 1년 전부터 준비 작업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책에 다 나와 있는 것이지만, 우선 경지 정리를 하고 잘 발효된 거름을 흙과 섞고(필요하다면 석회도 시용하고), 호밀을 심어 일년간 재배한 뒤에 묘목을 심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여유와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수원은 관수 시설을 바로 해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관수 시설할 돈도 없었습니다(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식으로 2003년 봄에 관수 시설을 했는데 저는 최소한의 시설만 해놓아 약 300만 원 들었습니다. 관수 시설도 하기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겠지만 만약 관정까지 따로 판다면 1천만 원이 훨씬 넘게 소요된다고 합니다)

결국 5월을 넘기면서부터 가뭄에 묘목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녁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과 어두울 때까지 나무에 물을 주는 날들이 계속되었지만 나무는 하나 둘씩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