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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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1차 적과 마무리

  • 길벗
  • 2023-06-15 2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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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부터 시작된 올해 사과 적과 작업이 1차 마무리 되었다. 올해는 다행히 인력수급이 원만히 되어서 제때 계획한대로 진행되었다.

모두 외국인들이었다. 베트남, 러시아, 카자흐스탄, 태국 등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이곳저곳에서 받아서 매일 3명에서 7명까지 들쑥날쑥

인원이 채워져서 일을 해왔다.

사과 적과 작업은 사과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다. 이 시기에 제때 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낭패다. 작년, 재작년 인력도 문제고

병해충도 막지 못해 사과농사를 초장부터 망쳤기 때문에 올해는 심기일전, 조바심을 내며 일을 해왔다. 이제 수확 전까지 매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안사람과 둘이서 미진한 적과를 매일 계속 하면 된다. 앞으로는 풀깍기와 약방제만 잘 하면 된다. 다만 늘 날씨가 문제인데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그저 되어가는대로 형편에 맞춰 병해충이 오지 않도록 잘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다음 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서울주류박람회가 열린다. 목,금,토 3일간인데 다행히 그간 준비해왔던 아펠바인 스파클링이 준비되어 그걸 가지고 

나가려고 한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첫 참가이니만큼 분위기도 살피고 소비자들 반응을 보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까지 병입을 해야 한다. 다행히 작년에 구입한 네덜란드제 역압병입기 사용을 임승환 형이 오셔서 도와주었다.

기계치인 나로서는 매뉴얼을 보아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수제맥주 공장에서 운영을 해 본 경험이 많은 임 형이 자원해서 와주어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러고보면 아무 양조 기술도 없는 내가 이 만큼이나마 진척을 이룬데에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이 닿은 덕분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인연이 쌓이고 도움을 받게 되고 또 하나씩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술 관련 교육도 물론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나의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는 일의 속성이 바로 양조장 일인 것 같다. 

사과주, 애플사이더, 아펠바인 다 같은 이름인데 짧은 시간 참 많은 일이 있었고 그간 미국으로 프랑스로 독일로 나도 정신없이 다녔다.

아마존에서 사이더 관련 책을 여러 권 구입해서 열심히 읽은 것도 도움이 컸다. 그러나 지식과 이해는 늘 한계가 있다. 나의 양조 현장과 또 우리나라

사과 품종의 한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시험할 것도 아직 너무 많고 이해가 부족한 부분도 아직 적잖다.

그저 나는 아마 베이스만 다지다 끝날지도 모른다. 대를 이어 이 일을 해 줄 사람이 절실하다. 생각해보면 이민 3대, 즉 1세대는 물 건너 와서 험한 일 하며

그저 생존이 최우선이고 2세대는 거기서 태어났으니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여 직업을 갖게 될 것이나 역시 바탕이 아직 부족하고 그러다 3세대에 와서야

뭔가 새로운, 또는 전문적인 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이야 옛날과 달라서 그게 2세대만으로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아무튼 농사와 같이 양조 일을 하니 일은 늘 더디다. 아직은 모든 일을 혼자 하니 더 그렇다. 올해까지는 어쨌든 기초를 다지고 종류를 늘리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면 루틴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사람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내년이면 아마 내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사이클로 들어서지 않을까 하는.

6월의 사과밭은 일년 중 가장 아름답다. 혹자는 꽃 피는 4월, 열매가 주렁주렁한 9월이라야 과수원의 절경이라고 할지 모르나 나는 신록이 제 색을 찾아가는 이맘 때의 사과밭이, 열매가 이제 탁구공만 할 이즈음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다.
탄산병입기. 병입 작업하기가 아주 까다롭다. 그러나 임승환 형이 오셔서 잘 컨트롤해주어서 일단 사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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