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5월을 지나며

  • 길벗
  • 2023-05-14 2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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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이 지고 이제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었다. 열매가 굵어지는대로 적과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올 봄에는 비가 자주 내려 아주 다행이었다. 봄 가뭄은 농사에 좋을 게 하나도 없다. 4월 하순에 친 제초제 약효가 나타나 사과나무 하부가 누렇다. 아주 소농이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이제 적어도 나무 밑만이라도 제초제를 치지 않고서는 더는 농사를 이어갈 수가 없는 형편이 되었다. 앞으로 한두번만 더 치고 한 여름 이후에는 예초기로 풀을 깍게 될 것이다. 5,6월 두 달은 풀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나무와 사과열매를 위해 어쩌는 수가 없다. 사진은 재작년 새로 갱신한 3년차 부사(후지) 사과밭.
 
어제 점심 때 동면에 사는 이곳 토박이 농부 형님네 집에 들렀다. 형님은 논 삶으러, 형수는 장에 가셨다. 전화로 연락해서 읍내에 나가 중국집에서 점심을 대접해 드렸다. 내가 이곳에 와서 알게된(2005년 농가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진짜 농부 형님, 지난 17년 동안 때마다 만나면서 살아오신 얘기, 농사 얘기, 동네 얘기 등 많이도 들었다. 진짜 농부의 심성과 재주와 인생을 사는 존경하는 농부 형님과 형수님이다. 당신이 태어나고 자란 그 집에서 내일 모레 칠십인데 여전히 사신다. 보일러도 아직 나무보일러. 앞으로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은 얘기를 듣고 싶다.


농사꾼인데 이곳에 요즘 내 농사 짓는 얘기를 못올리고 시간만 흘러간다. 4월엔 아펠바인 7천 병 납품하는 일로 일주일은 그냥 매일 작업하며 보냈다. 다행히 계약된 날짜에 맞춰 전량 보냈다. 소비자들의 평이 어떨지.

5월 들어서는 매일 아침마다 와야리 사과밭에 간다. 5시 30분이건 6시건 간에 눈만 뜨면 바로 옷 입고 사과밭으로 트럭 몰고 간다. 약 10분 거리. 물도 주고 이런저런 잡일을 한다. 다음 주부터는 이제 적과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이 없다. 대책이 없다. 결국 인력회사에 전화를 하게 될 판이다.

올해는 인건비가 또 어떨런지. 코로나가 풀려서 오히려 일당이 내려갔다고 하는데 오늘 의성 재욱 형님에게 전화해보니 러시아 일꾼들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간 문제 없었는데 올해는 구하기가 어려워진 느낌이란다. 거기서 일이 끝나면 우리 집에 와서 일 하기로 작년에 얘기가 되어 있었는데 그 집도 이제 적과작업을 시작한다니 계획보다 많이 늦었다.

사과농사를 올해는 열심히 지어야 한다. 지난 3년 무농약하느라 망친 손해가 막심해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하긴 사과농사야 사람손이 문제지, 다른 게 있겠는가마는. 물론 날씨가 도와줘야 한다. 지난 20년 농사경험으로 아무리 애써도 그 해 날씨에 따라 농부의 자리는 왔다갔다 한다. 올봄 심한 냉해로 의성 지역의 자두와 복숭아는 거덜이 났다고 한다. 그냥 피해를 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열매가 없다는 소식이다. 그러니 지난 가을과 겨울, 봄에 농사 준비를 잘 한 농부일지라도 손 써볼 일이 없는 사건이 생겨난 것이다. 꽃을 봐야 뽕을 따지...

농사도 그렇지만 양조장 사정은 하루해가 짧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몸은 하나이고 준비와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6월 하순에 서울 코엑스에서 서울국제주류박람회가 있다. 참가신청은 지난 연말에 해놓았다. 그런데 그간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못하다보니(만들기로 했던 신제품 출시가 자꾸 미뤄져서) 마음은 바쁘고 손은 느리고 일정은 다가오고...

하루도 쉴 날이 없다. 그래도 계획을 잡고 실행은 하고 있다. 다만 시간이 문제일 뿐. 오전에는 사과밭으로 오후엔 양조장으로, 저녁엔 밥을 먹자마자 그저 눕기에 바쁘다. 아마 인생에서 올해 5월과 6월이 가장 바쁜 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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