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 한파가 여전한 주말 아침, 사이더(cider) 책을 읽으며 칼라스 음반을 들으면서 끄적인다.
마리아 칼라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프라노 가수이고 이름을 처음 들었던 때가 내가 중3이었던 1977년 그녀가 세상을 뜬 해였다. 바로 한 달 전 엘비스 프레슬리도 같은 길을 떠났는데 kbs에서 생전 엘비스의 하와이 공연 실황을 방송해주어서 살이 오른 엘비스의 무대를 본 기억이 있다.
대학에 와서 비로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런저런 성악가들의 음반을 수집했는데 처믐엔 칼라스의 노래가 낯설었다. 다른 노래쟁이들과 좀 달랐기 때문이다. 요며칠은 아침마다 이 음반을 시디플레이어에 건다. 단 한 곡도 버릴게 없는 음반이고 칼라스의 음성이다. 다만 녹음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그러나 이 추운 계절, 산골짜기 외로운 누추한 집에서 이런 호사가 또 어디 있겠는가.
틈틈이 독서를 하면서 내가 지난 해 만든 애플사이더 아펠바인(apfelwein) 드라이가 제법 독일 현지 아펠바인과 비슷한 캐릭터(드라이, 스틸을 기본으로 신맛이 도드라진 특징. 그리고 탄닌이 좀 낮은. 물론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굉장히 다양한 아펠바인이 생산된다)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다음 달 19일에 프랑크푸르트에 가서 독일 아펠바인 장인 중 한 사람인 안드레아스 슈나이더의 농장에 방문하기로 이미 작년 7월에 약속을 했는데 얼마 전 새로 구매한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도 그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 것을 만나는 것은 재미난 일이다.
그러나 아펠바인에 대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책을 통해 알면 알수록 어쩔 수 없는 한계, 즉 내가 가지고 있는 사과 품종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네들이 가지고 있는 사이더용 사과 품종이 백 몇 십 종이나 된다는 것은 애초부터 우리의 사과 재배 현실과는 멀어도 너무 먼 세계에 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위 그네들이 말하는(분류하는) 디저트 애플만 재배하는 우리로서는 맛있는 사이더를 만들기에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sharp, bittersharp, bittersweet, bitter 등의 맛을 지닌 품종이 단 하나도 없는 우리 사과재배 현실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이 나의 최대 고민이다.
여러가지 방안을 현재 갖고 있고 또 모색 중이기도 하다. 이제 겨우 한번 출시(지난 해 8월)한 초보 사과주 양조쟁이, 이번 봄에 스파클링 아펠바인과 더해서 스파클링 애플주스(apfelschorle)도 나오지만 앞으로 계속 이런저런 실험하고 기다리는(위에서 언급한 안드레아스는 그저 기다리라고 wait! 외치는데 그는 사과재배도 유기농으로 하고 철저한 내추럴스타일의 아펠바인을 만들기에 더 그러는 것이다) 일이 남았다.
나 역시 전통적인 방식의 사과주(샴페인 방식)에도 관심은 있고 앞으로 장비 마련이 되면 해볼 생각도 있으나 현재는 모던한 스타일의 사과주를 만들고 있고 또 현대적인 기술을 일부 도입해야 하는 실정이라 각자 자기가 처한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요며칠 매일 한 두 병씩 아펠바인 주문이 꾸준히 들어온다. 난 따로 홍보한 적도 그럴 능력도 없는 farm cider 스타일의 농장(양조장)인데 어떻게들 아시고... 다만 현재 스크류캡이 품절이라 하는 수 없이 크라운캡으로 마무리해서 보내고 있다. 중국에 주문을 하긴 했는데 언제 올지.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