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을 했던 하우스에 어제 오전에 사과 찌꺼기를 퍼날랐다. 사진에 보이지는 않지만 참나무 수피도 한 차 하우스 옆에 있어서 시간을 내어 섞어주려고 한다. 그러면 닭똥과 사과거름과 수피가 혼합되니 올해 텃밭농사에 이보다 더좋은 토양이 어디 있겠는가. |
매해 봄이 시작되고 농사일이 출발을 알리면 마치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긴 기적소리를 내는 열차처럼
뭔가 부산하고 허둥지둥대며 정신도 몸도 바빠진다.
예전에 사과농사 한 가지만 했을 때는 그나마 마음이 고요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아니 재작년부터 가공사업을 겸하고부터는 봄이 되어도 마음에 평화가 없다.
그저 농부로 살아야했나, 그러나 지난 20년간 사과를 시작으로 한우, 브로콜리, 단호박, 적채(양배추) 등을
사과농사에 곁들여서 농사를 지은 적도 몇 해되는데(그중 브로콜리와 단호박은 무농약 인증을 받아 2천 평 밭에서 5년을 했다)
늘 몸은 고달퍼도 돈은 벌지 못했다. 바쁘고 고된 만큼 수입이 들어온다면 아마 농사꾼이 제일 부자가 아닐까.
누군가 오래 전에 그랬다. 돈 벌려고 농사지으러 온 건 아니잖아요?
그래, 도시에서도 못벌었던 돈을 시골에서 농사지어서 벌자고 한 건 아니지.
이 홈페이지에서 돈 얘기는 아마 처음인 것 같다.
날씨가 예년에 비해 너무 빠르게 기온이 오르고 있다. 올해는 지난 해 그만 둔 양계장(비닐하우스)에 텃밭을 일궈야한다.
50평 두 동인데 한 동에서만 사정이 허락하는 한 온갖 채소를 심어서 넉넉하면 나눠먹으려고 하는데
이렇게 일이 많아서야 그마저도 잘 될까 싶다.
일단 토마토와 양배추, 무우는 가능한 많이 심는 걸로. 그외 채소류는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올해는 작년부터 준비했던 애플사이더를 제조해야 한다. 이게 올해의 가장 큰 과제다.
장비도 몇 가지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데 일부는 중국에서 일부는 미국에서 수입한다.
창고도 크진 않지만(20평) 양조장 옆에 새로 짓기로 했다. 이런저런 물품들(병, 박스, 소모품 등)을 넣어둘 공간이 없어서 그간 애먹었다.
작년에도 사과주스 공장 짓는다고 농사에 전념하지 못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 상황.
그래도 올해까지 준비를 마치면 올 가을에 나오는 사과로 사과주스와 애플사이더를 맘껏 만들어야지.
60이 내일 모렌데 아마 살아오면서 작년 올해가 가장 힘든 것 같다.
오래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늘 나보고 '넌 늦된다'고 했는데 그게 이해력이 부족해서 아둔하다는 뜻이었는지
인생 끝에 가서야 빛을 본다는건지(안사람의 희망사항) 헛갈린다.
이번 주말에 비가 온단다. 내일과 모레는 집 주변 경사지에 잔디씨를 뿌려야 한다.
그리고 집 주변과 공장 주변에 꽃과 나무도 이제는 많이 심고 싶다. 그간 이 골짜기에서 20년간 살면서 농사에 바빠
또 여유가 없어 그런 생각을 미처 잘 못했다. 이제는 어떤 목표가 생겼으니 좀 늦었지만 하나하나 해보고 싶다.
사실 원예에 관한 책도 열 권 정도는 사서 봤을 정도로 내가 그런 방면에 문외한이거나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농사꾼으로 살면서 그간 여유가 없었다. 잘 가꾼 외국의 농장, 개인 집을 많이도 보았건만 내 집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음 주엔 독일에 있는 둘째 생일, 그 다음 주엔 내 생일, 또 그 다음 주엔 모친과 베프 설중 생일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각이 자정을 넘겼는데 밤 늦도록 잠이 안오는 건 나이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작년 올해 너무 긴장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잠 들면서 내일이 기다려지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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