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0월 26일. 토요일) 오후, 서울 신사동에서 아랫집 큰 딸 은자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 올라오는 길 입구에 있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집의 첫 혼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귀농한 이후 저와 가장 친한 이웃이었고 또 다정한 형님이었던 고 김환수 형의 첫째 딸이 바로 은자입니다. 제가 12년 전 이곳에 올 때 그때 은자는 고등학교 2학년 단발머리 여학생이었습니다. 어제는 이제 나이 서른이 되어 어엿한 한 집안의 아내로 며느리로 새출발을 하는 다 큰 은자, 어쩌면 이제는 이름도 함부로 부르면 안되는 어른이 된 것입니다. 재작년 은자 아버지인 환수 형님이 급성 간경변으로 졸지에 세상을 등지고 남은 사람은 은자 할아버지, 엄마 그리고 은자 자매 이렇게 네 식구 뿐입니다. 아버지 손을 잡고 행진곡에 맞춰 입장해야 했지만 어제 은자는 신랑과 손을 잡고 동반 입장을 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는 환수 형님이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기쁘고 좋아했을까 생각하며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습니다.참 맘이 좋고 세상 법 없이 살만한 천상 농부인 환수 형님이었는데 술을 평소 너무 좋아한 것이 탈이었습니다. 정말 10년 동안 이웃사촌이란 말이 어울리게 서로 마음을 의지하고 살았던 환수 형님이었는데 어제는 참 많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여기서 글로 제 슬픔을 다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간 정신없이 살면서 이웃 형님의 부재를 실감 못하다가 이런 경사를 맞아서야 형의 빈 자리를 온 가슴으로 느껴야 했습니다. 은자야, 부디 잘 살아야 한다. 이 말 밖에는 해줄 말도 보탤 말도 없었습니다. 식장에서 웃으며 하객을 맞는 형수님(은자 어머니)의 얼굴에 스치는 쓸쓸함도 제게만 보였던 것일까요. 환수 형님, 하늘 나라에서 어제 큰 딸래미 혼사 잘 보셨지요? 형의 그 더할 수 없는 선한 웃는 모습과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부디 먼 곳에서나마 형의 두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시길 모자란 이웃 아우가 두 손 모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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