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농당길벗

오랫동안 집을 비웠습니다...

  • 길벗
  • 2009-03-06 22: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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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 아랫집 은자 엄마가 올라와서 두 집이 함께 두부를 만들었습니다


풀무 창업식. 올해도 정승관 교장 선생님은 창업생 한사람 한사람 모두를 거명하며 함께 했던 날들의 시간을 되살리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올 들어 어느새 3월 초입인데 겨우 새해인사 한 줄 쓰고는 근 두 달을 글을 못쓰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여러 길벗님들에게 송구하기 그지 없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마음에 여유가 없고 또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런 것인데
그러나 어쨌든 게으름을 핑계로 대는 것이 가장 무난할 듯도 싶습니다.

1월에는 여러 곳에 교육을 다녀왔습니다. 인근의 평창, 영월, 횡성, 인제군에서 개최한
농업강좌에 참석한 것인데 일일이 주민증 보자고 하지 않으니 그저 편한 차림으로
잘 듣고 왔습니다. 평창과 영월군 농업기술센터에는 사과 강의를 들으러 갔었고,
횡성과 인제에는 파프리카와 EM미생물 강좌에 참석한 것입니다.

또 지역내 조그만 교회에서 겨울이면 여는 유기농 강좌에도 한 타임 참석해서
브로콜리 수확과 저장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1월 말에는 처가집에
다녀오는 길에 이천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이종영 씨 댁에도 잠시 들러 과원 구경하고
또 농사에 대한 이러저런 얘기도 들었습니다.

겨울이면 한두번씩 해먹는 두부를 올해도 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1월에 한번, 2월에 한번씩 해먹었는데 2월에는 교회분들 모시고 집에서 순두부랑 모두부를 함께 들었습니다. 안사람 두부 하는 솜씨가 늘어 이제는 일 같지도 않게 수월하게 합니다.

2월에는 둘째 아이 민이가 풀무학교를 창업하였습니다. 풀무학교에서는 졸업을 창업이라고 부릅니다. 민이는 제 생각대로(농사를 짓겠다는) 여주자영농업전문학교에 진학을 하였습니다. 이미 지난 해 여름방학 때 수시1차로 합격해놓은 곳이기에 겨우내 집에서 놀다가(?) 친구네 집에도 다녀오고 또 운전학원에 다니면서 면허도 따고 하였습니다.

큰 아이 현이는 이번에 한동대 2학년을 마쳤는데 휴학을 하고는 엊그제(3월 3일) 호주로 1년 예정으로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떠났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 좀더 자신을 알고자하여 떠난 여행인데 호주에서 제 마음대로 이곳저곳으로 다니면서 농장에서 일도 하고, 그러면서 돈이 좀 모아지면 세계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간 대학 생활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듯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 진로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또 깨닫기 위해 길을 떠난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여러 말도 못해주고 그저 어떤 뚜렷한 것이 깨달아지면 지체말고 그대로 하라고만 일렀습니다.

저는 2월부터 사과나무 전정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너무 크게 자랐고 또 이제까지도
확실한 전정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한채 나무를 끌고 오는 바람에 이번 겨울에 손이 많이 가고
그 덕분에 전정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아직도 조금 남았습니다.

지난 2월 2일에는 홍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부여의 이등주 선생을 모시고 사과 농사 강의를 들었습니다. 몇번 얘기했지만 한번만 더 씨부리는 것을 용납한다면 \'격세지감\'이고 \'천지개벽\'입니다. 홍천군에서 사과교육을 시켜주다니.... 말이죠. 아무튼 나리타 전정에 관한 이론 교육과 이등주 선생 자신의 경험이 가미된 재미있는 교육이었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사과에 대해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한동안 못쓴 것을 방학 숙제 하듯 몰아서 썼습니다. 농사일이란 게 매년 같습니다. 물론 똑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또한 같습니다. 매년 봄이 되면 송아지가 태어납니다. 그그저께에 올해 첫 송아지가 나왔습니다. 이제 며칠 간격으로 4월까지 총 7마리의 송아지가 태어날 것입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봄이 되면 저는 과원에서 전정을 하고 있고 그 옆 우사에서 소는 송아지를 낳았습니다. 그러면서 세월이 가고 주름이 늘고 그 덕분에 농사에 대해 지혜도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아들 놈만 제 인생을 깨달아야 되는 게 아니고 이 애비도 여전히 부족하고 또 덜 깨여서 아직도 깨질 일이 많습니다.

올해부터 학원을 나가지 않으니 농사일에 여유가 생겨 좋기는 한데 당장 경제적으로 춘궁기에 몰렸습니다. 이미 각오는 한 일입니다만, 어쨌든 한번은 겪었어야만 하는 일입니다. 주머니는 비었지만 농사에는 올해도 몇가지 투자할 일이 손을 벌리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참 농사는 사람을 질리게 하는 놈입니다. 아주 느리게 오랫동안 사람을 끝까지 물고 늘어집니다. 인내를 시험하는 듯도 합니다.

내일은 대학 선배인 기형도 형 20주기 되는 날입니다. 안성 묘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듯 합니다. 참석 여부를 묻는 문자가 왔기에 못올라간다고 전했습니다. 20년이라...  세월이 이렇게 빠르게 막 가도 되는 건지, 요즘은 정말 시간의 쏜살같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삽니다. 고등학교 한문시간에 배운 주자의 시가 새삼 떠올려지기도 합니다.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

우연히 같은 농원 이름을 쓰는 경남 함안의 김진웅 형은 까페에 매일 사는 이야기를 글로 올리는데 가끔 들어가보면 제 자신 부끄러워질 때가 많습니다. 저도 올해는 좀더 부지런해지고 세밀해져야 한다고 다짐은 해봅니다. 농사이야기는 요즘하는 전정에 대해 내일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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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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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산지기 2009-03-10
    혹시 청량교회 유기농 강좌에 다녀온 것인지?(저도 오전에 참석했었는데)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것을 볼 때 정말 세월이 빠르게 막 갔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또 가끔 제 자신의 나이를 문득 생각해 보며 깜짝 놀라지요^^
    세월의 흐름속에 현이, 민이도 제법 성숙해졌겠지요! 현이는 정말 좋은 경험을 하고 훨씬 더 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나겠군요.
    올해는 봄이 빨리 온것 같고 농사도 일찍 바빠지겠지요. 가정에 기쁨과 평안이 넘치시기를
    기도합니다!!
  • 김미영 2009-03-10
    매일같이 이곳에 들어오는데,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서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쬐끔 했어요.
    역시 많이 바쁘셨군요.
    언제 한번 민이 엄마 두부 맛을 보러 가야 할텐데요.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민이 창업 축하드립니다.
    창업 사진 뒤편에 우리 아들 재권이 얼굴도 보이네요.^^
    현이는 학교 다닐 때보다 얼굴이 좋아진 것 같네요.
    넓은 세상 만나러 갔으니
    마음도 더 크고 넓어져서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재영이는 재수를 시작했습니다.
    재수라고 하기보다는 이제 공부를 제대로 시작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겠네요.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을 잡고 자기 꿈을 향해 한발짝 한발짝 나가고 있습니다.
    그저 기도하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재권이는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습니다.
    부사장 역할도 맡았다고 합니다.
    선배가 되어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면서 학교에 갔는데
    여태 아무 소식도 없네요. 바쁜가 봅니다.
    올해부터는 아이들 가르치는 일도 접으시고
    오직 농사에만 전념하신다고 하셨는데
    모든 일들이 잘 되기를 기도합니다.
  • 성성적적 2009-03-10
    민이 창업하고,현이 호주 가고,미숙씨는 여전히 맑군요!
    공부하는 길벗농장 쥔은 매일 부지런하고요.
    그림만 봐도 입맛이 다셔지는 고소하고 푸짐한 두부!맛이 전해지는듯~
    그래도,송아지가 7마리나 태어난다니 봄은 희망입니다.
    곧, 사과꽃도 흩날릴테지요.
    그 간에 변화가 많은 수하리 골짜기에서 봄노래 부를 날을 기대하며...
  • 길벗 2009-03-11
    오랫동안 글을 못올려 여러 길벗님들이 궁금해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바빠지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1천 5백평이나 더 남의 밭을
    임대했습니다. 과연 늘어난 밭농사를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저로서도 궁금합니다.
    또 과연 농산물 가격이 받쳐줄런지도 희미하고 모든 것이 안개입니다.
    동산지기 목사님 한샘이는 학교 잘 다니고 있지요? 이번에 과를 정했겠네요.
    재영이 어머님, 올해부터 풀무 학생들을 여름 실습에 받을까 계획하고 있는데 재권이가 올지도 모른다는 설이...있네요 ^^
    성성적적 사모님, 겨울에 원장님과 한번 다녀가시지도 못하고 결국 봄이 왔습니다. 꽃 피는 5월에 오셔서 사과꽃 따주세요....
    모든 분들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참, 어제 세번째 송아지가 태어났습니다 ^^
  • 김미영 2009-03-11
    아, 그런 설이 있나요?
    그럼 좋은 말씀 많이 해주세요.
    농사짓는 일의 의미와 실상 같은 것 말이죠.
    자신의 장래에 대해 고민중일테니까요.
    일도 많이 시키시구요.^^
  • 길벗 2009-03-15
    요며칠 컴퓨터가 고장나서 홈피에 못들어왔습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구요... 재영 어머니 혹 재권이가 오면 일 많이 시키겠습니다 ^^
  • 신순화(천사) 2009-03-23
    길벗님(풀무학부모)들과 길벗에 다녀 올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된장 주셔서 나물도 무치고 된장찌게 보글보글 ~~환상이었습니다요^^
    번개 방문을 반겨주시고 기름좌르륵 보쌈, 감자부침,막국수 환상이었습니다요^^
    길종각님 미숙씨 감사해요^^
  • 귀촌희망 2010-03-21
    농사일기 잘 보았습니다..
    언젠가 귀촌하면 지인들 모이라 하고 두부 만들어 먹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응교 2012-03-14
    종각아, 잘 지내지?
    늘 전화 한다 한다 하다가 메일 보냈었는데
    그 메일이 휴면 메일인지 몰랐어 <gilbutapple@hanmail.net>
    이제야 길벗사과농장 검색해서 글만 보내네.
    종각이 자주 생각하곤 했어.

    온 가족 행복하게 잘 지내시지?
    지난번에 장승욱 형 장례 때 연세문학회 모였을 때도
    그리고 한미FTA에 대해서 논의할 때도 종각이의 농업이 생각나곤 했어. 잘 지내지?

    종각이 전화번호 017-337-7653 어떻게든 내일은 걸어야지.
    내 전화는 010-9827-7289
    2009년 3월에 귀국했는데 1년간은
    큰 수술 하고 거의 병원과 휠체어 목발로 지냈어.
    내 성격이 좋지 않은 모습은 사람들에게 일절 보이지 않는 성격이라,
    아무에게도 말 안 하고, 김주일 형과 몇 번 병원에 오곤 했어.
    그리고 걸을 수 있게 되고, 숙대에 임용되어 이제 1년이 지났어.
    숙대 근처로 오면 식사 모실께.

    종각이 농장에 가고 싶다고 아내한테 몇 번이고 말했었어.
    컴퓨터에다 종각이 전화 번호 적어놓고 내일 정도 전화하려고
    종각이 생각하면 늘 감사하고 있는 거 뿐이야.
    늘 행복하시고.
    모자란 벗 응교 손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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