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소류 애벌레를 딱따구리가 겨우내 파먹은 자리
이렇게 구멍이 크게 나도 사과나무는 끄덕없이 자란다
지난 겨울에 오른손 중지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받았다. 소위 방아쇠증후군이라는 것에 걸린 것인데 힘줄이 당겨서 손을 펴고 쥘 때마다 통증이 오고 편치 않았다.
그런데 간단한 수술임에도 겨울이라 그런지 쉬이 낫지를 않고 더구나 손마디에 퇴행성 관절염까지 와서 2월 말까지 주먹을 쥐기가 영 불편했다.
매년 설날 무렵부터 사과나무 전정작업을 해왔는데 올해는 3월에 들어서야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덕분에 4월에도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지난 가을에 사과나무에 알을 낳아서 번데기로 부화된 뒤 나무 속에서 월동하는 하늘소류(뽕나무하늘소. 알락하늘소)를 잡아먹기 위해 딱따구리가 사과나무에 구멍을 냈다.
이렇게 큰 구멍이 나도 사과나무는 죽지 않는다. 만약 사람이 드릴로 이렇게 구멍을 냈다면 봄이 되어 나무가 마르고 죽었을텐데 자연의 이치는 참 자연스러워서 새는 먹이를 찾았고 사과나무는 저대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또 잘 살아간다.
어제(4월 19일) 과원 주변에 벚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다. 이제 5일 내지 일주일 뒤면 사과나무도 꽃을 피울 것이다. 작년보다 2~3일 빠르다. 그러고보니 지난 3년간 이곳의 사과꽃 피는 시기가 4월로 들어선 것을 알 수 있다. 그전엔 5월에나 피었다. 그러니 일주일 이상 꽃 피는 시기가 당겨진 것이다. 온난화라고들 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피부로 와닿다니.
이제 홍천은 사과재배 적지가 되었다. 지난 17년간 이곳에서 처음으로 사과나무를 심고 그간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사과재배를 해온 나로서는 어떤 사람 말마따나 \'개척자\'로서 그 감회가 남다르다.
열심히 농사를 이어가서 올 가을에도 맛있는 <홍로>사과를 추석에 공급해야겠다. 우리집 <홍로> 사과는 매년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맛있고 인기 만점이다. 자연에도 감사하고 또 사과를 주문하는 모든 길벗들에게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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