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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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 사과 품절 안내

  • 길벗
  • 2019-11-26 1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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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지만 눈만 내리지 않는다면 가끔 방목을 시킵니다.


저온저장고에 쌓아둔 이 사과들은 모두 사과식초로 이용될 것입니다.

올해는 홍로는 수량도 많고 맛도 좋아 호평을 받았는데 부사 사과는
제가 막판에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하는 바람에
전반적으로 색이 아주 미흡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사과식초용 사과는 많이 확보하게 되었는데
생과 판매는 아무래도 미흡하다 생각되어 수량이 좀 남았는데도
여기서 이만 품절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약을 해 둔 분들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겨우내 사과식초로
만들 계획입니다.

사과농사를 십 몇 년 지었지만 매년 봄마다 겪는 인력난에 봄에는
적과 작업이 순조롭지 못하고 가을에는 잦은 비로 제 뜻대로
농사가 되지를 않습니다.

어쩌면 제가 농사에 큰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이만큼 경험이 쌓이고도
잘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저는 \'껍질째 먹는 사과\'를
생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농사를 짓고 있고
그래서 비록 무농약은 아니지만 제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수확할 때의
안전성을 가장 우선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제 내년 가을(9월)에야 추석 사과 홍로를 다시 선보일 수 있겠습니다.
사과즙은 의성 가공공장의 사정으로 이번 주 토요일(30일)에 가공해옵니다.
그러면 12월 2일(월요일)부터 택배를 다시 보낼 수 있습니다.
미리 예약해둔 분들께는 이 날 모두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로써 올 농사도 이만 막을 내린 셈입니다.
그러나 예년같지 않고 이제부터는 사과식초를 겨우내 작업해야 합니다.
또 유정란 농사도 계속 됩니다. 어찌보면 농한기가 없어진 것인데 따지고 보면
사과농사만으로 이 농사 생계가 어려운 면이 있어서, 또 점점 심해지는
인력난에 어찌 대처하기가 쉽지 않아 이렇게 복합영농이 되고 말았습니다.

예전에 비해 여유가 없어진 편이긴해도 그래도 유정란 농사에 안사람이
사과농사 때보다 맘 편하게 하고 있고 또 우리 골짜기의 환경이 워낙 좋아
많은 분들로부터 유정란 농사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사과식초는 사실 이제 시작입니다. 올해도 프랑스 오를레앙 포도식초 공장에
견학을 다녀오려고 계속 접촉을 하고 있는데 프랑스 현지에 있는 코디해주시는
분 얘기로는 단체 견학 이외에 개인 견학은 어렵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캐나다에 있는 사과 사이다 공장에 다녀오려고 계획 중입니다.
북미 지역도 사과술이 워낙 성한 곳이라 그곳에도 배울 것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좋은 식초는 좋은 술에서 나오기 때문에 사과술 제조 공정을 이번에는 북미로 가서
한번 더 볼 수 있으면 제 기술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곳에 오시는 모든 길벗 님들에게 늘 감사를 드립니다.
내년이면 귀농 20년이 되는데 아직도 헤매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한 농가가 무에서 스스로 자립하기까지가 어렵고 긴 여정이라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이러한 저의 이곳에서의 삶의 시간이 저 당대로 끝나지 않고
부디 제 자식대에 이어져서 비록 아주 작은 가업일지라도 계속 이어져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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