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농당길벗

1박2일

  • 길벗
  • 2021-12-04 2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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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3일) 아침 6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차를 끌고 우리 농장 골짜기를 나와 멀리 예산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약속 시간에 맞춰 예산사과와인 회사에 도착, 정제민 대표와 시설을 둘러보고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소위 6차산업에서 제일 선두에 선 업체이다. 시설도 크고 주류관련 물품들도 수입해서 국내에 팔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여러 곳을 다녔지만 이곳을 마지막으로 오고 싶었다. 이제 더는 국내에 이런 관련 시설을 둘러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과 현실과의 접목, 현황 파악 그리고 이제 결론을 내렸다. 이번 겨울 어쨌든 이제는 나의 술을 나의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어찌보면 늦었고 어찌보면 늦지 않았다. 늘 시작은 눈물로 하지 않았던가.
 
점심 무렵 예산을 빠져나와 영동으로 향했다. 지난 6월 코엑스 주류박람회에서 만났던 영동의 산막와이너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그 어느 곳도 더이상 오지는 없다. 고속도로가 사방팔방 거미줄처럼 얽혀있어서 좁은 나라에 어디든지 더 가까운 거리가 되었다. 사진은 산막와이너리의 카페 겸 시음장. 가족이 운영하는 소박한 곳이었다. 포도농사를 직접 지으며 처음에는 그저 지인들과 나누려고 시작한 와인 작업이 이제는 사업이 되었고 젊은 사위가 들어와 활력을 더한 곳이다. 대표님의 여러 친절한 설명 속에서 또 나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준 곳이다. 국내 와이너리라는 곳은 두번째 가보는 셈인데 역시 앞으로 어떤 기회가 또 생길지는 몰라도 더 가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오후에 다시 전북 고창으로 향했다. 영동에서 오후 3시 반에 떠나 6시 쯤 어둑해질 무렵 약속했던 우리술연구소 이상훈 선배네 작업장에 도착했다. 얼마 전 중국에서 직접 수입한 증류기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듣고 곧바로 저녁을 먹으러 인근으로 나갔다. 전통주에 대한 천착 그리고 증류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 선배님이기도 하나 초면이었고 전통주에 대한 공부를 독학하셨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도움이 될만한 여러 이야기를 새겨 들었다.

 

짧은 시간에 운전을 너무 많이 했다. 목요일(2일)에는 아침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과 회원이 맡긴 사과즙 가공 작업을 했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어쨌든 이제 더 추워지기 전에 그리고 더 바빠지기 전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이제는 나의 사과로 나의 사과술을 만들어야 했기에 여러 생각을 정리할 겸 금요일 아침 일찍 1박 2일로 먼 길을 떠났고 다행히 결론을 얻어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다.

매주 토요일은 서울 수수보리아카데미에서 맥주 수업을 듣는다. 그래서 금요일에 떠나 토요일 서울에서 수업을 듣고 내려오려고 이렇게 일정을 잡은 것이다. 토요일 오늘 아침은 대전에서 직장생활 하는 큰 아들 현이와 스타벅스에서 7시 30분에 만나 커피와 샌드위치로 해결했다. 경부고속도로 대전 IC에서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이 스타벅스는 드라이브 스루. 아랫층과 윗층에 테이블이 있어 토요일 이른 시간인데도 몇 테이블에 젊은이들이 보였다.

1시간 넘게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큰 아이는 지난 달 서울에 있는 큰 회사에 이직을 위한 면접을 본 터였는데 다행히 합격 통보가 와서 이제 새해 1월에 서울로 직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 대학 졸업하고 곧바로 들어간 이곳 대전에서의 회사 경력 4년을 모두 인정해주어서 연봉도 1천만 원 이상 오른 몸값(?)으로 원하던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어 축하를 해주었다. 두 아들이 늘 스스로 자기들 삶과 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터라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부모된 자로서 애비인 내가 부족해서 늘 문제이다. 서울에 올라와서는 점심에 외우 김민우 군과 그가 근무하는 학교 구내식당에서 식사와 차를 들었다. 대학 1학년에 같는 과 친구로 만나 이제까지 엮여져 온 친구. 이 나이 먹도록 누구보다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영원한 청년.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곁에서 지켜주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 벗. 맥주 수업은 오후 4시부터. 지난 달 초에 한 과정이 끝나서 이제 오후반 수업만 남은 상태. 새해 1월 둘째 주까지는 매주 서울에 가야 한다. 

이제 지나간 올 1년을 반추하면서 앞으로는 나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많은 고민과 생각 그리고 미숙함이 공존하지만 더는 미룰 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상황. 다행히 이제 결론을 가지게 되었다. 다만 실행과정에서 어떤 실수나 착오가 생기지만 않는다면, 그러나 여전히 앞으로도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할 테지만, 올 겨울 드디어 애플사이더 시제품을 만들어 내년 봄에는 라벨을 붙이고 시장에 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는 3년이 걸렸고 누구는 결국 결론을 얻지 못했다는 주변 얘기도 들었다. 애초에 그런 두려움 즉 술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도 했지만 이제는 그저 호시우행하는 수 밖에. 그러니 이번 달은 외출을 삼가고 몸가짐을 조심하면서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지나간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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