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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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수확 중입니다

  • 길벗
  • 2021-11-02 0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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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틈틈히 부사 사과를 수확 중입니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안사람과 둘이서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랫쪽 사과를 서서 먼저 따내고 이후 고소작업차로 윗부분 사과를 따내려고 합니다. 사진 끝부분에 텅빈 사과나무는 지난 10월 중순에 모두 수확한 몇 그루 안되는 양광사과 나무들입니다. 지난 겨울에 전정작업을 한 해 걸렀더니 나무 모양이 아주 산만합니다. 올 겨울에는 깔끔하게 전정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올해 저희 농원 부사 사과는 전반적으로 모두 크기가 작습니다. 봄에 적과(열매솎기)작업을 잘 못한 탓입니다. 갈수록 농촌에 일할 사람 구하기가 어렵고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동남아 인력들이 수급이 되지 않아 더 그렇습니다.

사과즙과 애플사이더 가공용으로 쓰자고 일부러 크게 키우지 않은 핑계도 있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역시 사람 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과일은 크고 겉모양이 좋아야 돈이 되는데 자잘한 잔손이 많이 들어가는 과수 농사에 인력이 제 때 공급되지 않으면 결국 이렇게 됩니다. 크고 좋은 사과를 찾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은 소비 시장에서 이렇게 작은 사과는 외면 받습니다. 그래서 가공용으로나 쓰이는데 기실 수입면에서는 아주 큰 차이가 납니다.

어쨌거나 올해부터는 사과즙과 애플사이더 가공을 자체 공장에서 해야 하니 위안을 삼습니다. 특히 탄산사과즙과 스파클링 애플사이더 개발을 해야 하니 사과수확보다도 그 제품 개발에 마음이 더 쓰이고 시간이 부족하니 자꾸 미뤄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이번 겨울에는 제품이 나오긴 하겠지요.

그저 있는 사과농사나 짓고 남들처럼 평범한 사과즙이나 가공해서 팔면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을 애써 남이 안하는 일을 벌려서 이 고생입니다. 요즘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사과수확 작업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주변에 단풍도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과원에서 작업하면서 주변 산과 멀리 풍경을 보면 피곤한 기운도 좀 누그러들고 기분전환도 됩니다. 농사는, 농업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천대받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도 사회적 계급과 부가 아주 낮은 직업입니다. 그것을 알고도 굳이 이 일에 뛰어든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만 요즘처럼 시골에 일한만한 인력이 부족해서는 이 일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그저 부부 노동력만으로 모든 것을 하는 힘든 노동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주 내내 수확을 해야 겨우 다 따낼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다음 주까지 미뤄질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문 들어온 것을 미처 선별과 박스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과 크기도 작아서 꼬맹이와 맛있는 사과 정도만 출하가 될 것 같습니다. 행복한 사과와 선물용 사과는 애초에 없습니다. 

오늘은 오전에 벼 수확이 있습니다. 물걸리에 사는 춘봉 씨가 거꺼이 콤바인 기계를 끌고 와서 작업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쌀 작황은 작년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제초제 한번 안치고 그저 태평농법으로 쌀농사를 지었으니 논에 피가 엄청 납니다. 내년에는 제초제를 두 번 써야 하나 고민을 합니다. 그러면 남들처럼 깨끗한 논이 될텐데... 사과농사나 쌀농사나 저는 그저 풀천지 농사입니다. 

그저께 일요일에 이곳 홍천 남면에 사시는 친한 이웃 이종근 선생님 내외가 잠시 다녀가셨습니다. 오랫만에 점심을 같이 먹고 가시는 길에 사과 한 박스를 실어드렸는데 어제 아침에 전화가 왔습니다. 크기는 작아도 사과맛이 너무 좋다면서 아침밥 대신 사과 몇 개로 때우고 있다고 덕담을 해오셨습니다. 게으른 농사꾼이 사과밭에 가능한 아무 것도 안주고 풀도 제때 안깍고 하는 농사로 지은 사과가 맛있다고 하니 이상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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