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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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천지 농사

  • 길벗
  • 2021-06-30 0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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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농약 인증을 신청한 홍로 사과밭

 

올 봄에는 비가 자주 내렸다. 지금은 예년 같으면 장마철인데 그저 매일 소나기가 한 두 차례 퍼붓곤 지나간다.

사과밭에 제초제를 치지 않으니 온통 풀 천지다. 날은 더워지고 비는 자주 오고, 풀들이 신났다. 헛고랑은 승용제초기로 밀어내지만 나무 밑은 등에 지는 예초기로

베어내야 한다. 이제 예전과 달리 이 일이 보통 고된게 아니다. 결국 자꾸 미뤄지고해서 사과밭이 풀 천지다.

이곳 토박이 농사꾼들 눈에는 그저 한심하게 보일 것이다. 그이들은 그야말로 풀 한 포기 없는 말간 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있으니...

풀을 과수원에 두고 짓는 사과농사를 초생재배라고 부르는데 그나마 사과교육에서는(책에서도) 수관 하부 만큼은 제초제로 깨끗이 하라고 시킨다. 그래야 풀과

나무 뿌리간에 영양 간섭도 없고 노동도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생협에 사과를 그리고 사과즙을 출하하는 나로서는 차마 그럴 수 없어서, 또 이제까지 지켜왔던 그나마 제초제는 안친다는 고집을 생각해서라도 풀을 제때 깍지

못하더라도 풀약은 안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풀을 지천으로 키워서 농사를 지으면 꼭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올해는 홍로 사과밭은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기로 하였기 때문에(현재 강원대 친환경농업센터에 무농약 인증 신청 서류를 접수해놓은 상태다) 풀약은 물

론 일반 농약도 일절 치지 않고 있다. 덕분에 사과나무는 많이 비실거린다.

작년에 그동안 해오던 저농약 방제를 고수하다가 홍로사과농사 완전히 망치고나서 올해 작정하고 무농약으로 하는 것이다. 어차피 수확 한 달 전까지만 방제

를 하니 저농약 농사도 효과가 없기는 매 한가지. 그러니 아예 무농약으로 하고 말지.

2차 적과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일손은 도무지 없고 그저 안사람과 나 두 사람이서 하려니 벅차다. 더구나 애플사이더 상태도 계속 살펴야 하고 공부(?)도 틈틈

히 해야 한다. 알면 알수록 술의 세계가 끝이 없다. 그래서 몇 대를 이어서 양조장을 하고 선진지를 견학하나 보다.

와중에 이왕 시작한 술 공부, 저변을 넓혀 보자고 마침 수수보리아카데미에서 하는 맥주 양조 과정도 신청해서 듣는 중이다. 이것도 어차피 몸을 담근 김에 심

화반까지 이번에 마쳐보려고 한다. 사실 애플 사이더는 맥주와 사촌이다. 즉 애플 사이더는 맥주와 와인의 하이브리드. 맥주를 배워보니 이 세계가 또 한 세상

이다. 그냥 세상이 아니라 끝없는 우주다. 애플 사이더 역시 그렇다는 생각. 다만 맥주 보다 버라이어티 하지는 않은 것 같고 좀더 단순한 세계.

그러나 초보인 내게는 아직 머나먼 여정이 남아 있는 느낌이다. 대략 3년 정도 양조를 해보면 어떤 결론이 나올 것 같다. 요근래 국내에 나와 있는 여러

애플사이더와 스파클링 와인을 섭렵해보았다. 또 아직 하는 중이다. 차츰 결론을 찾아가는 중이라고만 말할 수 밖에.

그런데 예전에 두루양조의 경찬 씨가 해주었던 얘기가 자주 떠오른다. 술은 장비 싸움이라고. 지난 주 수업을 들은 맥주수업 강사도 장비 얘기를 하더만.

아무튼 가진 돈도 별로 없이 그저 의욕과 노력만으로 과연 이 일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농사와 가공. 그러니까 와이너리처럼 직접 농사지은 원료로 자기만의 색을 입혀 술을 만든다는 것. 이게 멀리서보면 한 폭의 그림인데 가까이 와서 보면

그저 노가다판이라는 거.

내일은 미국에 사는 동창 영범이(극작가) 쓴 연극이 대학로에서 막을 올렸다고 해서 안사람과 저녁에 공연 보러 간다. 가는 김에 경희대에 교편 잡고 있는 영준

형 내외도 보고. 아주 오랫만에 서울 나들이다. 비나 왕창 오면 마음이 좀 편하겠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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