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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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일들

  • 길벗
  • 2021-10-25 0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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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스파클링 사과즙과 애플사이더에 쓰일 유리병(330ml)을 대량 주문했다. 운반 배달비를 병수입 업체에서 부담하는 조건의 최소 수량이 8파레트. 이제 시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내어 반응이 좋으면 이렇게 대량 주문한 보람이 있을 터.
 
추석 이후에도 한동안 마치 여름 장마처럼 비가 오고 그 덕분인지 집 뒤안의 소나무 몇 그루가 지붕 위로 많이 기울었다. 이곳에 와서 20년을 한번도 집 뒤 나무들을 손 보지 않은 덕에 키가 너무 자란 탓이기도 하다. 결국 크레인까지 동원해서 대대적인 나무 제거 작업. 우리 집 지붕은 20년 전에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지을 때 그 모습 그대로다. 아직 슬레이트 지붕.

바쁘고 몸도 많이 피곤한 이번 가을이었다. 사과즙 공장을 이제 가동을 하니 더 그렇다. 기계를 지난 1월말 시험 가동을 해보고 반 년이 지나 이제는 지역 사과농부들 사과를 가공료를 받고 사과즙 생산을 해주니 더 긴장이 되고 사실 처음 몇 번은 실수도 많았다. 기계 성능과 작동에 익숙해지고 가공 프로세스를 숙지하는데 아무래도 처음이니만큼 허둥대고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있고 알면서도 아차 실수도 하곤 한 것이다.

밤이면 머리 속으로 이미지로 그 과정을 다시 그려보고 실수했던 부분도 되돌아보고 해결책을 생각해보곤 했다. 그래도 또 다른 실수가 나오고 그건 기계의 오작동일 때도 있고... 시설을 설치해준 업자에게 여러번 전화를 하고 보완하고 그러면서 의성의 재욱 형님 아들에게도 여러번 전화로 물어보고, 이해하고 했다.

이제 그간 열 몇 번의 가공 작업을 하고 나니 거의 90% 수준에는 올라온 것 같다. 상황에 따른 대처법도 좀 알게 되고. 문돌이가 이런 기계일을 하려니 더구나 기계치인데 어려움이 많은 건 당연. 여러 일을 겪으며 낸 결론은 결국 이런 소규모 가공제조일에 가장 큰 부분은 결국 기계의 질. 그리고 기계의 질은 또 결국 가격. 비싼 기계일수록 자동화나 첨단 기술이 더 들어가 있어 사람 손을 덜 타고 그만큼 더 정밀도도 높아지는 듯 하다.

그러나 값이 싼 이런 제품을 생산하면서 기계에 투자를 높이 하면 결국 투자 대비 수익의 문제가 발생하니 결국 사람이 일일이 손을 보태야 하는 장비로 안착. 결론은 몸과 마음이 고되고 적당한 선에서 결과물의 질을 타협해야 한다는 것. 하긴 농사꾼이 운영하는 공장이니 그 규모와 투자금과 생산량 모두에서 어느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하고 또 결과물(사과즙) 역시 아주 고급한 어떤 것을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그러면 단가의 상승 문제도 있으려니와) 오히려 믿을 수 있는 제품이냐(즉 내용물이 진실된)를 더 찾으니 가공 과정에서 운영자의 몸이 좀 고되고 노동 강도가 센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 

이제 이번 주부터 부사 사과를 수확하고 마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신제품 개발과 생산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사람이 먹는 제품을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서 낸다는 것이(누군가는 이미 생산하고 있겠지만 나로서는 모든 게 신개척지)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고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것인 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무튼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중. 생전 처음 이번 가을에 무릎이 시큰거리는 경험을 했는데 이제는 그게 발목으로 내려가 생전 처음 발목이 시큰거리고 붓는 경험을 하는 중이다. 오른손 손목이 시큰거린지는 꽤 됐고. 친구들은 그게 다 나이를 먹는 증거라고 하던데 이제껏 살아오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병원에 가본 나로서는 그간 사람 몸이 아프다는 것에 아주 둔감했던 사람. 독일에 있는 둘째 민이가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몇가지 영양제를 보내왔다. 그리고 완규 선배는 내 몸 형편을 듣더니 쌍화탕이나 십전대보탕이라도 먹으라고 충고, 그리고 한의사 소개. 이제껏 평생 영양제, 보약 하다못해 몸에 좋다는 음식조차도 관심 두고 살지 않았던 나였던지라 이 모든 상황이 생소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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