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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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마무리...그러나

  • 길벗
  • 2021-08-13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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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에 증축한 양조장 건물 아래에 어제, 오늘 축대를 쌓았다. 증축을 하면서 일부 농지를 대지로 전환하였고 오래 전에 쓰던 작업장 건물(사진엔 보이지 않는다)도 이번에 정식으로 건축물 대장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저온저장고로 나중에는 계란작업장으로 쓰이던 조그만 건물이었다. 이런 것들을 할 때마다 건축사 사무실에 소위 설계비 명목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건당 얼마. 우리 농민으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금액들이다. 그저 서류 한 장, 현장 확인 한두번 오는 것인데. 아무런 자격증도 없이 농사 짓는 농민들이라서 이런 자격증 갖고 자기 맘대로 부르는 금액들이 좀 터무니없다고 느껴진다. 아무튼 작년 이맘 때부터 시작된 토목공사와 건축이 이제 거의 마무리되는 듯 싶다. 마지막으로 축대 앞에 레미콘 부어서 장마 때 안전과 차 다니기에 좋게끔 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어제서야 에어 콤프레셔가 도착했다. 탄산병입기 장비는 공압으로 움직이는 것이라 에어 콤프레셔가 필수인데 이게 또 식품용으로 쓰이는 것이고 용량도 맞는 것이어야 하니 견적을 맞추다보니 사진에 보이는 콤프레셔와 에어드라이어기 두 품목에 5백만 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 내가 에어 탱크를 스텐레스로 해달라고 하는 바람에 비용이 더 든 것이다. 사과즙 짜서 탄산사과즙과 사과술(애플사이더)을 스파클링으로 하려는 구상이 시작된 이후 이렇게 건축과 장비에 엄청난 돈이 추가로 계속 들어가고 있다. 지난번 장치 설비가 끝났는데 문제가 있어서 어제 그 팀도 와서 수정 작업을 하고 갔다. 이래저래 시간과 비용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1.5배는 들었다. 이제 탄산가스만 들여놓으면 일단 시운전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 병입기가 중국제인데 받아놓은 매뉴얼이 엉뚱한 것이 왔다. 수입사에 바로 연락했는데 언제나 제대로 된 매뉴얼이 올지... 장비를 익혀야 현재 4개월째 냉장 상태로 보관중인 지난 봄에 만든 사이더를 가지고 시제품을 만들어볼텐데... 직원도 없이 현재는 나 혼자 아침이면 와야리 사과밭에 가서 계속 적과작업과 풀 깍는 작업을 매일 하고 오전에 돌아와 이 장비들을 만져보고 있다.
9년 전에 독일에 간 둘째 민이가 지난 달에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군복무를 마치고 독일에 갈 때는 가서 유기농업 공부를 하고 돌아오는 것이 아들을 보내면서 나의 계획이었다. 그래서 돌아와서 같이 농사를 짓는 것. 그런데 독일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중 오이리트미를 알게 되고 거기에 끌려 그만 슈투트가르트 오이리트미움(4년제 예술대학)에 입학을 하고 말았다. 22살에 가서 이제 서른을 넘겼으니 독일에서 온전히 젊은 날의 학창시절을 다 보낸 것이다. 졸업하고 오이리트미 공연단에 입단하여 2년간 전세계에 공연을 하러 다니다가 코로나 때문에 작년 봄부터 예정됐던 공연도 취소가 되면서 슈투트가르트로 돌아와 석사 과정에 입학을 했다. 인지학 관련 교육학 공부를 더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처럼 2년이 아니라 1년안에도 석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좀 특이한 점.  1년 2학기제가 아니라 그런 것인지도. 아무튼 이제 민이는 현지에서 독일학교에 정식 교사로 임용이 되었고 그곳에서 잘 살고 있다. 나의 꿈이었던 부자가 함께 농사짓는 일은 이제 물 건너 간 듯. 어디서나 어떤 일을 하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믿고 있으니 그저 둘째가 좋아서 선택했고 그 일을 잘하고 또 인정을 받아 한 사람의 독립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대견하지만 나로서는 함께 농사짓는 기대가 사라져 씁쓸하다. 원래 첫째 아이가 농사에 더 관심은 많았는데 내가 공부를 잘 하는 첫째는 사회에서 자기 일을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보았고 둘째 민이가 공부를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 서석에서 중학교까지 나오고 성격이 꼼꼼하니까 나와 농사를 짓는 것이 좋다고 보아 그렇게 진학 지도를 했고 또 독일까지 보내게 된 것이었다. 어쨌든 세월은 흐르게 마련이고 이렇게 벌려놓은 일들도 다 제 자리를 찾아가겠지만 대전에서 직장 생활에 만족하며 잘 사는 큰 아들을 불러들여야 하나, 나로서는 살아보니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시골생활이, 직장생활보다 농사가 훨씬 재미있고 또 보람있던데 앞으로 우리 농장이 어찌 진행되어 갈런지 현재로서는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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