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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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책 구입 바람이...

  • 길벗
  • 2021-03-22 1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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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주문해서 오늘 온 책들. 지지난 주 주문해서 왔던 책들은 어디 있더라...
대학동기 고경미가 페북에서 소개해서 산 책, 아임파인. 경미도 아들이 이 책을 쓴 친구와 같은 처지라 나도 관심이 가서 읽어보려고 한다. 니진스키야 워낙 알려진 무용수라, 그리고 내가 고등학생 때 니진스키에 관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새로워서 구입.

 

어릴적 버릇 여든 간다...

하나도 틀림이 없는 말이다. 벼락공부, 벼락연애, 폭식, 폭음, 폭언(아, 이건 아니고), 이 나이 먹고도 고치지 못하는게

뭐든 닥쳐야 해내는 버릇이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이 말은 범생이 아니면 마마보이들의 격언일 것이다.

그저 나같은 평범한 장삼이사들은 그날그날 기분과 상황에 많이 좌우되는데 어쨌든 뭐든 미루고 볼 일이다.

그러다 마지노선에 걸리면 하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니까 하긴 하는데 변명이 하나 있다.

우린 실전에 강해...

책 그 자체를 참 좋아해서 어릴 적부터 활자라면 사족을 못쓰고 뭐든 끌어다가 읽는 버릇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시절엔 그래서 1학년 때부터 도서부를 자원해서 했다. 점심시간에 도서관에서 책 대출과 반납을 받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미국 오하이오 컬럼부스에 사는 최승업과 같이 3년 내내 했다. 겨울방학엔 도서관에서 헌 책에 본드 발라 수선하고 폐기할 책 골라내고

독서카드 꽉 찬 것은 새것으로 갈아주고...

그러다 복학 후에는 학교 앞 오늘의 책에서 알바도 한 학기 하고, 끝내 졸업도 하기 전에 부산에서 광복문고라는 제법 큰 서점도 열어서 운영했다.

광복문고라는 서점 운영은 1년 선배 김무곤 형의 꼬임으로 갑자기 시작된 사업이었는데 말 그대로 부산 광복동 유나백화점 옆 건물이 선배네

소유여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직원 스무 명 남짓 뽑아서 2년 남짓 하다가 서울로 올라와 잠깐 논지당이라는 출판사를 차려 8개월 여 끼적이다가

그만 성석제 형의 꼬임(?)에 넘어가 동양그룹 홍보실에 입사를 해버린 것이다. 인사동 건국빌딩에 방 한 칸을 임대내어 1인 출판이랍시고 했는데

꼴랑 책 1권(미국의 송어낚시)내고 폐업. 하긴 5권 정도 미리 계약을 해둔 기획들이 있었으나 원고가 들어오지 않아 하세월 거의 매일 밤이면

석제 형과 영준 형과 인사동에서 술로 시간을 낚시하던 때였다.

아무튼 내 대학시절의 직업희망이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만 꼬여서 팔자에도 없는 서점을 열고 너무 일찍 출판사도 하는 바람에

인생 막가는 팔자가 되버린 것이었다. 하긴 그룹 홍보실에서 나를 특채한 이유가 그룹 출판물 담당이었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사보, 사외보, 브로슈어

등을 제작하고 기획하고 원고 쓰고 등등 했으니 비록 단행본은 아니었어도 꿈을 이룬 것인가.

그러다 그룹 재단에서 나를 다시 스카웃해서 어느날 갑자기 재단으로 갔더니 신사업을 구상하라 해서 몇 달 고민하다가 '동아시아 학술총서'를 기획,

창비, 문지 위원 선생님들과(최원식 교수님-당시 창비 주간, 백영서 교수님-연대 사학과, 고 정문길 교수님-고대 행정학과, 전형준 교수님-당시엔

충북대 중문과, 나중에 서울대 중문과) 몇 년 신나게 연구 지원하고 책 만들고 했으니 나의 책에 대한 애정과 팔자는 깊지는 않아도 제법 이어진 셈.

광화문 교보, 그 이전에 종로서적 그리고 헌책방은 당시 젊은 나의 주요 안식처였는데 월급의 1/3을 책을 사는 만행도 저질러 안사람에게

폐도 많이 끼치고 당시 마포 32평 아파트 거실에 TV빼고는 빼곡히 온 사방에 책장으로 가득 차서 안사람이 굉장히 싫어했다.

하긴 대학생 때도 보지도 않는 책을 너무 사서 집에서 보내오는 용돈이 부족해 알바까지 해야 했으나 나의 소비처는 딱 두 가지. 술과 책 구입.

그때나 지금이나 옷이나 먹는 거에 관심이 없어 나는 늘 후줄그레한 촌놈. 그저 평일에는 사람 만나 술 푸고, 주말이면 서점에 가서 책 사서 돌아오는 단순하고

별 볼 일 없는 인생이었다. 

이삿짐의 절반은 늘 책이었는데 여기와서 둘 데도 없고 해서 10년 전 쯤인가 고물상 불러서 무조건 다 실어가라고 했더니 정말로 1톤 트럭에 거의

가득했다. 그간 사놓았던 좋은 책들이 정말 많았는데 정리할 때는 매정하게 다 버려버렸다. 농사꾼으로 사는데 그 책들이 무슨 소용이며 한번도

펴보지 않는 책들을 그저 하우스 창고에 쌓아두는 것이 무슨 대수냐.

요즘 무지 바쁜 철인데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사자 병이 들어 요며칠 두번에 걸쳐 사진의 책과 또 몇 권의 책을 더 구입했다.

언제 다 읽냐... 그래도 목차는 무조건 훑어보니 기본 예의는 갖추지만서도 그저께 비 오는 날엔 종일 컨버전스2030을 읽었다.

부제가 미래의 부와 기회인데 나와는 거리가 멀구나. 사진에 보이는 이번에 구입한 니진스키 평전은 내가 고등학생 때 이사도라 던컨과

니진스키에 관한 책을 읽은 기억이 나서 바로 구입했다. 마침 번역자가 페북에서 친구로 지내는 이희정 씨.

이희정 씨는 예당에 근무하는데 아마 발레에 관한한 국내 제일의 지식인이 아닌가 싶다. 독일에서 오이리트미를 하는 둘째 민이에게

작년에 니진스키 얘기를 해주었는데 흥미를 보여 독일에서 책을 사보라고 했는데 구해서 읽어봤는지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이 책을

보내줘야지. 이희정 씨에 의하면 발도르프 오이리트미와 발레는 1920~30년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아무튼 갑작스레 뭔가 사고, 읽고 그러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독서도 몰아서 하고, 일도, 사랑도, 사업도 벼락치기로 하는 건... 아니고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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