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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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서울에...

  • 길벗
  • 2012-09-12 07: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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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이 훨씬 넘으셨으나 여전히 젊고 유쾌하신 정 선생님. 그 옆에 우리 모임 홍일점 황경신 후배(소설가이자 전 페이퍼 편집장). 며칠 전 구입한 스마트 폰으로 찍었는데 아직 서툴러 화면이 흔들렸다


소설가 성석재 형(가운데), 조선의 박해현 기자 그리고 문학평론가이자 강 출판사 사장인 정홍수 씨

제가 사는 이곳 홍천 서석 수하리에서 서울 가는 길이 그간 \'너무\' 좋아져서 서울 강남이나 도심에 볼 일이 있어 다녀보면 1시간 30분이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어제도(11일) 요즘 바쁜 수확철임에도 불구하고 모임이 있어 광화문 \'에코밥상\'이라는 식당에 갔었는데 저녁 약속 시간에 그리 늦지 않게 갈 수 있었습니다. 밥 먹고 웃고 떠들다가 나와서 근처에서 커피 한 잔으로 자리를 마무리하니 10시, 다시 이 골짜기로 고고씽... 자정 전에 집에 돌아오니 서울 다녀오는 일이 예전 같이 큰 행사가 아닌 일상다반사로 여겨졌습니다.

지금은 서울-춘천 고속도로 동홍천 나들목에서 진입해야 하나 3년 뒤 2015년에 우리 농원 바로 옆 \'내촌\' IC가 개통되면 1시간이면 서울에 갈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이게 과연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서울에 모임이 있고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의 짐이 많이 덜어짐을 느낍니다.

어제는 제 대학 은사님이신 정현종 선생님이 이번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되신 것을 축하하는 제자 및 지인들의 조촐한 모임이 있었습니다. 자리에 함께 한 조선의 박해현 기자(논설위원)와 강출판사 정홍수 사장은 우리와 학교 선후배나 동기는 아니어도 서로 알고 지낸 지가 20년이 넘은 친구들로 무시로 술자리를 함께 하는 가깝고 친한 벗들이며 선생님과도 문단의 후배로 또 팬으로 또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이입니다.

정 선생님은 제 대학 시절 문학회 지도교수로 또 시창작론과 시론의 교수님으로 우리를 가르치셨던 분으로 1982년도에 모교 교수로 오셔서 우리와 - 그때가 아마도 우리 써클의 최전성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기형도(작고), 성석재(소설가), 원재길(시인), 나희덕(시인), 황경신(소설가), 이영준(전 민음사 주간. 문학평론), 김주일(소설가), 김태연(소설가), 김진해(영화감독. 경성대 교수), 고영범(시나리오 작가. 미국 거주), 우상호(국회의원) 등이 당시 함께 동아리에서 매일 만나고 술 마시고 토론하던 이들이다 - 80년대를 함께 하셨습니다. 우리가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 제 길을 가고 나서도 선생님과의 모임은 자주 이어졌는데, 한 때는 주로 신촌에서, 나중에는 선생님 댁이 있는 동부 이촌동에서 혹은 광화문에서 늦은 시간까지 뭉치는 때가 많았고 이때 박해현 기자(당시는 문화부 기자)나 정홍수(당시 솔출판사 편집장) 씨도 얼굴을 함께 하여 이제까지 오랜 벗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재주가 출중하여 자기 분야에서 금방 두각을 나타냈으나 저만은 아둔하고 게을러서 그저 평범한 직장생활(고교 교사와 대기업 사원)을 했습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문인들 모임에 관계도 없는 저를 늘 불러주고 당연히 우리 모임에는 빠질 수가 없지만, 그래서 어느 자리에 가보면 이런저런 호칭이 없는 백두는 저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무튼 저는 재주없는 사람이라 경쟁이 심하고 사람 많은 도시에서는 견딜 수 없어 일찌감치 시골로 내려왔습니다만, 우리 이 모임에는 감초 마냥 얼굴을 계속 디밀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이번에 들어가게 된 예술원 회원은 종신직이고 입성하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선생님께 들은 이런저런 뒷 얘기를 여기서 다 할 순 없고 그저 우리들이 20대 초 혈기방장한 때에 선생님을 만나 50 초반이 된 이제까지도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늘 만나 세상 사는 얘기를 나누는 것 이 자체가 가장 순수한 것이 되겠습니다.

저는 농부이니 부지런히 농산물을 생산해내고 함께 한 이들은 모두 글밭을 가꾸는 이들이니 글을 생산하는 것이 다를 뿐 창조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고 봅니다. 나이는 들어가지만 마음은 늘 젊게, 그리고 오랜 우정과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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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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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김씨 2012-09-17
    돌아보는 삶에 회한이 어찌 없을 수가..?
    그러나 내 뜻대로 이 세상 한 번 살아본 이도 그리 많지는 않을 듯..
    잘 사는 삶이란 본디 정처가 없을 터인데,
    그대와 난 정처를 찾아 정처없이 예까지 왔나보내 그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정처없이 헤매지 말고,
    고마! 사과나 잘 맹글어봐요! ㅎㅎㅎ
  • 길벗 2012-09-17
    맞습니다, 맞고요~ \'고마, 사과나 잘 맹글어봐요\' <-- 복음입니다그려....ㅎㅎ
    형님, 말씀 명심하고 농사꾼으로 한세상 잘 살아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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