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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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 바람도서관

  • 길벗
  • 2008-11-24 22: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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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서관 입구의 간판. 인터넷 주소는 www.nomoss.net


마당 전경. 서편으로는 한라산이, 동쪽으로는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이번 2박 3일간의 제주 여행에서 들른 곳은 \'바람도서관\'과 \'제주누리농원\' 그리고 초콜릿 박물관이었습니다.
바람도서관은 몇 년 전 인간극장에 나왔던 젊은 부부, 박범준.장길연 씨가 작년에 제주로
내려가 새 삶의 터전을 잡으며 연 공간이고 제주누리농원은 농촌진흥청 교육 프로그램에서
만난 비슷한 연배의 귀농 농부가 운영하는 감귤과 한라봉 농장입니다.

장길연 씨 부부는 이전부터 알던 이가 아니었으나 제주로 떠나기 전에 전화로 방문을
허락받아(사실 펜션과 도서관을 겸하고 있으니 허락이라는 표현은 좀 이상하지만) 이번에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두 사람이 TV에 나온 이후의 족적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같은 귀농인으로서, 또 너무나 젊은 사람들이(당시 아마도 서른을 채 넘기거나 못넘긴)
과연 어떤 삶의 자세와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의 가치관과 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이 보기에 따라서는 속된 취미로 보일수도 있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면서도 그러나 이 화려한 도시 문명의 시대에 박.장 두 지식
엘리트가 과연 전라도 무주 그 척박한 골짜기에서 어떤 새로운 삶의 경지와 가치관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가 또는 그 삶을 실천해냄으로써 도무지 맹숭맹숭하게 사는 우리
같은 평상인에게 줄 충격은 무엇이겠는가 하는 것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날카로운 관심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간극장의 한계, 즉 보여주는 것만 볼 수 있는 화면은 상상컨대 매체의 속성과
더불어 화장발을 당연히 먹었겠거니 하는 것이어서 실제적 삶의 테두리와 깊이를
가늠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기회가 된다면 실제적 삶의 현장에서
두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살아가는 얘기를 듣고 또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후 소식은 무주를 곧 떠났다는 것만 들릴 뿐 알 수 없었고 저도
잊었는데 이번 늦가을 우연히 인터넷에서 소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각설하고 왜 도시가
아니어야 했는지, 그리고 왜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의 삶이 아니어야 했는지는 이제는
한편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오재길 선생님 댁에서 아침을 먹고 선생님이 하루 쓰라고 내어주신 차를 운전하여
약도를 들고 바람도서관을 찾아 갔습니다. 그곳은 제주 중산간 지대, 해발 300미터 쯤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람이 잦았습니다(제주 중산간 지대는 그래서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며 소나 말 목장이 위치한 곳입니다).

남편인 범준 씨는 일 때문에 집을 비운 듯이 보였고, 아직 도서관 난로에 불도 지피지
않은 이른 시간에 우리 부부는 바람도서관에 들어섰습니다. 식사 중이었던 길연 씨가
날로에 불을 지피고 아침을 마저 먹고 와서야 차를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우선 내려오게 된 사연, 제주도에서의 아직 짧지만 그간의 시간과 현재 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자세하지는 않지만 진지하게 서로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그 얘기를 다 쓸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두 부부는
요즘 말하는 일종의 \'노마드\' 같은 삶이 아니겠는가 싶었습니다. 다만 마샬 맥루한이
말한 이 개념에는 \'집이 없이 전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의미가 있으나 이 두 사람은
그러나 집을 샀고 그래서 나름대로는 지정학적인 정착을 했다는 것이 좀 다르겠습니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 자신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은 아마도 우리 현대인이 가장 바라는
삶의 형태이면서 그러나 가장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그래서 그 어려운
것을 선택했을 때, 즉 자유를 얻고자 했을 때 우리에게 짐 지워지는 또다른 굴레에
대해 우리는 일종의 견고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은 참으로 힘든 자기
인내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겠습니다.

한편 전도서에는 \'산다는 것이 다 덧없는 것이다...모든 것이 바람을 잡으려는 것처럼
헛될 뿐이다\'(2:17) 또 \'지혜가 많으면 번뇌도 많고, 아는 것이 많으면 걱정도 많다\'(1:18)
고 나와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든(사실은 자유 그 자체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그 관념이 우리의 마음을 놓이게 하는 것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든 간에 우리의 삶은 다 시간에 매여 있고 그것은 결국 \'영원히 쉴 곳으로 가는 날\'을
향해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이 두 사람에게 제 식의 어떤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시대의 젊은이에게, 혹은 배운 자에게 대한 일종의 의무 비슷한 기대이었는지 모릅니다.
역시 저는 냄새나는 구닥다리 세대라는 것을 그러나 다행히도 곧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즉시 저의 독선의 일종일수도 있는 바보같은 생각을 바로 접었습니다.

함께 차를 들면서 이런저런 얘기 끝에 안사람이 길연 씨 보고 \'tv에서 볼 때보다 실제로
훨씬 미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순간 또 엉뚱한 상상, 미인이 호미를 들고
밭에서 김을 매는 그런 아름다운 상상을, 했다가 얼른 현실을 직시했습니다.
오재길 선생님처럼 오직 농사에 \'필\'이 꽂혀 사는 그런 사람이 왜 저는 그렇게도 좋을까요?
그날 바람 센 바람도서관을 나오면서 저는 그저 두 사람이 이 평화의 땅 제주도에서
오래도록 행복하고 자유롭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우리 홈페이지에 배너가 있는 감귤 농장인 제주누리 농장에 잠깐 들른 얘기는 다시 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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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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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산지기 2008-11-25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자유하지 못하다는 것은 결국 진리를 거스린다는 것인데, 저 자신도 자유하지 못한 한계속에 살고 있음을 돌아 보게 됩니다.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삶이 많아졌으면...
  • 길벗 2008-12-06
    선배님, 답글이 늦어졌습니다. 그 사이 제가 대학 은사님과 또 다른 선배, 후배와 함께 일본에 잠깐 다녀오고 또 게을러서 글을 못올리고 있습니다. 오늘 날이 무척 추워졌습니다. 저희집 온도계는 영하 15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 과객 2008-12-13
    진리 때문에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진리는 오직 인간이 만든 것, 허구일 뿐이니... 자연은 진리가 아니다. 자연은 인간이 진리를 움켜쥐기 위해 내던져 버린 것, 진리의 우물에 스스로를 가둔 인간에게는 도저히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그 어떤 것... 그러니, 현대인 중 누가 자연을 안다 하겠는가... 그러나 혹 모르지, 귀농한 이들의 마음 속에 자연이 새 파종을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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